철거를 명하는 판결을 받아냈는데도 상대방이 건물이나 시설물을 그대로 방치한 채 버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채권자가 직접 철거업체를 불러 치워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판결문만 들고 곧바로 철거를 실행하면 오히려 자력구제로 새로운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은 이런 상황을 위해 대체집행이라는 절차를 따로 두고 있고, 여기에는 철거비용을 채무자에게 먼저 받아둘 수 있는 장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철거 판결을 받고도 상대가 이행하지 않을 때 대체집행 결정을 받는 절차와, 철거비용을 미리 확보해 채권자가 직접 철거를 진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철거 판결만으로 강제집행이 끝나지 않는 이유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채권자가 곧바로 실력을 행사해 상대방의 건물이나 공작물을 치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질서는 자력구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의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철거를 명한 판결도 마찬가지여서, 확정판결이나 가집행선고부 판결을 받아둔 것만으로는 아직 집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 그 판결을 근거로 별도의 집행 절차를 밟아야 비로소 실제로 치울 수 있게 됩니다.
강제집행의 구체적인 방법은 의무의 내용에 따라 갈립니다. 금전채무는 압류·경매로, 부동산을 넘겨받는 인도의무는 민사집행법 제258조에 따라 집행관이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빼앗아 채권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철거처럼 어떤 물건을 없애는 작위의무는 집행관이 곧바로 부수는 방식이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수권결정을 받아야 하는 대체집행의 대상입니다. 인도와 철거는 대상도 절차도 다른 별개의 집행이라는 점을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실제로 무허가 건물이 있는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건물을 없애는 절차와 토지를 넘겨받는 절차는 각각 따로 밟아야 합니다. 판결 주문에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문구가 함께 있어야, 이후 철거는 대체집행으로, 인도는 집행관의 직접강제로 각각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가집행선고가 붙은 판결이라면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대체집행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실무상 중요합니다. 채무자가 항소했다는 사정만으로 집행이 저절로 미뤄지는 것은 아니므로, 상대가 항소심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방치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가집행선고의 유무를 판결문에서 먼저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철거의무는 판결이 확정돼도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의 별도 대체집행 결정을 받아야 비로소 강제로 치울 수 있다.
대체집행이 통하는 이유 — 대체적 작위의무라는 성질
대체집행의 근거는 민법 제389조 제2항 후단입니다. 채무자의 일신에 전속하지 않는, 즉 반드시 그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작위를 목적으로 한 채무라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비용으로 제3자에게 그 일을 대신 시킬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나 구조물을 부수는 작업은 숙련된 철거업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물리적 작업이어서, 채무자 본인이 아니어도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지장이 없는 대체적 작위의무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특정인의 노무나 기술 제공처럼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부대체적 작위의무는 대체집행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이런 의무는 민사집행법 제261조의 간접강제, 즉 이행을 지체하는 기간에 비례해 배상금 지급을 명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이행을 유도하는 수단을 씁니다. 철거의무는 이 부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인 강제수단은 간접강제가 아니라 대체집행입니다.
실무에서는 건물 전체뿐 아니라 불법 증축 부분, 컨테이너, 가설 구조물, 담장 등 일부 시설물만 철거를 구하는 경우도 흔한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체적 작위의무로 취급됩니다. 판결 주문에 "철거하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 대체집행의 대상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대체적 작위의무 — 건물·공작물 철거, 담장 제거처럼 제3자가 대신해도 목적 달성이 가능한 의무 → 대체집행(민사집행법 제260조) 대상.
부대체적 작위의무 — 특정인의 노무·기술처럼 본인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의무 → 간접강제(민사집행법 제261조) 대상.
부작위의무 위반 — 하지 말라는 것을 어겼을 때 그 위반 결과를 제거하는 경우(민법 제389조 제3항)도 대체집행 절차가 준용됨.
대체집행 결정을 받는 절차 — 수권결정
대체집행은 집행관에게 바로 신청하는 일반적인 강제집행과 달리, 철거를 명한 판결을 선고한 제1심 법원(수소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확정판결이나 가집행선고부 판결 같은 집행권원을 갖추고,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과 철거를 구하는 대상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법원은 이 신청을 심리하면서 집행을 구하는 채권자·채무자가 집행권원에 표시된 당사자와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행을 구하는 작위의 내용이 실제로 대체적인 성질을 가지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대상물의 표시가 불명확하면 보정을 요구받을 수 있으므로, 지번·건물 현황·면적 등을 판결문과 어긋나지 않게 특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62조에 따라 법원은 변론 없이 결정할 수 있지만, 결정에 앞서 채무자를 반드시 심문해야 합니다. 신청부터 결정, 결정정본 송달까지는 실무상 1개월 내외가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법 제260조 제3항에 따라 이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가능하지만, 대법원 1990. 12. 27.자 90마858 결정은 대체집행을 명하는 결정에 대한 항고나 재항고는 집행방법으로서의 하자가 있다는 사유로만 가능하고, 애초의 청구권 존부나 원래 판결의 당부를 다시 다투는 사유는 적법한 항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대체집행 결정에 대한 항고는 집행방법의 하자를 다투는 통로일 뿐, 철거를 명한 원래 판결의 당부를 다시 다투는 자리가 아니다(대법원 1990. 12. 27.자 90마858 결정).
비용을 미리 받는 법 — 비용선급결정
대체집행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장치가 비용선급결정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60조 제2항은 "채권자는 제1항의 행위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지급할 것을 채무자에게 명하는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신청은 수권결정 신청과 함께 낼 수도 있고, 수권결정을 받은 뒤 별도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절차가 마련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채권자가 철거비용을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채무자에게 구상하는 것이 순서지만, 철거를 명 받을 정도로 이행을 거부하는 채무자는 자력이 부실한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채권자가 비용을 다 쓰고 난 뒤에야 회수를 시도하면 사실상 받아내지 못하는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법은 철거 전에 비용을 먼저 확보해둘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둔 것입니다.
실무에서 비용 액수는 감정을 거쳐 산정하는 경우가 많고, 법원이 비용선급을 명하는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 자체가 하나의 집행권원이 되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별도로 압류 등 강제집행을 걸어 비용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 단서는 "뒷날 그 초과비용을 청구할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어, 선급받은 금액보다 실제 지출이 많더라도 그 차액을 나중에 추가로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남습니다.
비용선급결정 신청 — 수권결정 신청과 함께 또는 별도로 제1심 법원에 청구.
비용 산정 — 통상 감정을 거쳐 철거에 필요한 실제 소요비용을 추산.
회수 방법 — 결정 자체를 집행권원 삼아 채무자 재산에 강제집행.
초과분 — 실제 지출이 선급액을 넘어도 초과비용 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민사집행법 제260조 제2항 단서).
수권결정을 받은 뒤 — 채권자가 직접 철거를 진행하는 법
수권결정이 확정되면 채권자는 그 결정문을 근거로 철거업체를 직접 선정해 철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결정문에 정해진 철거 대상물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결정에서 특정한 범위를 넘어 철거하면 그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흔히 놓치는 함정은 철거 대상 부동산을 채무자 본인이 아니라 제3자가 점유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수권결정은 어디까지나 집행권원상의 채무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그 목적물을 실제로 점유하는 별도의 제3자가 있다면 수권결정만으로 그 제3자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 그 제3자를 상대로 한 별도의 인도 집행권원이나 승계집행문을 함께 준비해야, 철거는 됐는데 점유자 때문에 부지를 넘겨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 철거 작업 과정에서는 인접 토지·건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함께 챙기는 것도 채권자 쪽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분쟁 소지를 줄이려면 집행관의 참여 아래 철거를 진행해 절차의 적법성을 남겨두는 방법도 실무에서 함께 검토됩니다. 철거 과정을 사진·동영상으로 기록해두면, 나중에 채무자가 철거 범위나 방식을 문제 삼을 때 대응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비용을 회수·정산하는 법
비용선급결정을 따로 받지 않고 채권자가 먼저 비용을 지출했거나, 선급받은 금액과 실제 지출액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비용확정결정을 통해 정산합니다. 민사집행법 제53조는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고 그 집행에서 우선적으로 변상받는다고 정하고 있어, 실제로 지출한 철거비용을 확정받아 그 결정을 집행권원 삼아 채무자 재산에 다시 강제집행을 걸 수 있습니다.
이 절차가 받아들여지려면 지출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철거업체와의 계약서, 견적서,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등을 반드시 보관해 두어야 집행비용확정 신청에서 실제 지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감정을 거쳐 미리 산정한 예상비용과 실제 지출액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으므로, 그 차액을 추가로 청구하거나 남는 금액을 정산하는 절차까지 챙겨야 마무리가 깔끔합니다.
집행비용확정신청도 대체집행 결정을 내린 제1심 법원에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신청서에는 지출 항목별 금액과 근거자료를 구체적으로 나열해야 하고, 법원은 이 자료를 토대로 채무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할 비용의 범위를 결정으로 확정합니다. 확정된 결정문은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되므로, 채무자가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별도의 소송 없이 곧바로 그 재산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절차의 실익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
가장 먼저 부딪히는 변수는 즉시항고로 인한 지연입니다. 채무자가 수권결정이나 비용선급결정에 항고하면, 항고 자체로 집행이 자동 정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사안에 따라 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어 실제 철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시급한 철거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이 지연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짜야 합니다.
두 번째는 채무자의 무자력입니다. 비용선급결정을 받더라도 채무자에게 집행할 재산 자체가 없다면 실제로 비용을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채권자가 먼저 비용을 부담해 대체집행을 진행하고, 초과비용 청구권을 남겨 둔 채 채무자의 자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거나 재산 조사를 병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소송 단계에서 채무자 명의 부동산·예금 등에 가압류를 걸어두었다면, 그 재산이 대체집행 비용 회수의 실질적인 담보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소송 단계에서부터 청구를 잘못 설계하는 경우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철거는 대체집행, 토지·건물의 인도는 집행관에 의한 직접강제로 절차 자체가 다릅니다. 철거만 청구하고 인도를 함께 구하지 않으면, 건물은 철거됐는데 정작 토지를 넘겨받는 절차가 따로 남아버리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소송을 제기하는 단계부터 철거청구와 인도청구를 함께 병합해 판결을 받아두어야, 이후 집행 단계에서 두 절차를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철거는 대체집행(민사집행법 제260조), 토지·건물의 인도는 집행관에 의한 직접강제(민사집행법 제258조) — 대상이 다른 절차이므로 소송 단계에서부터 두 청구를 함께 구해둬야 집행이 매끄럽다.
자주 묻는 질문
Q. 철거 판결을 받았는데 그냥 사람을 불러 제가 직접 철거해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채권자가 임의로 실력을 행사해 철거하면 자력구제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60조에 따라 법원의 대체집행 결정(수권결정)을 받은 뒤에 진행해야 합니다.
Q. 대체집행 신청은 어느 법원에 하나요?
A. 철거를 명한 판결을 선고한 제1심 법원, 즉 수소법원에 신청합니다. 일반적인 강제집행 신청을 집행관에게 하는 것과는 절차가 다릅니다.
Q. 비용을 미리 받지 않고 대체집행부터 진행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비용선급결정은 채권자가 선택적으로 신청하는 절차이고, 신청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먼저 비용을 지출한 뒤 집행비용확정결정을 받아 채무자에게 구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채무자의 자력이 불확실하다면 비용선급결정을 받아두는 쪽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대체집행 결정에 채무자가 항고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민사집행법 제260조 제3항에 따라 즉시항고가 가능하지만, 대법원 1990. 12. 27.자 90마858 결정은 항고 사유를 집행방법상 하자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판결의 당부나 청구권 존부를 다시 다투는 항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Q. 철거할 건물에 채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수권결정은 집행권원상의 채무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그 목적물을 점유하는 별도의 제3자를 당연히 배제하지는 못합니다. 이 경우 그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인도 집행권원이나 승계집행문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Q. 감정으로 산정한 철거비용보다 실제 비용이 더 많이 나오면 손해를 보나요?
A. 아닙니다. 민사집행법 제260조 제2항 단서는 비용을 미리 받았더라도 뒷날 그 초과비용을 청구할 권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초과분은 별도로 채무자에게 추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철거 판결은 확정되어도 저절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대체집행이라는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을 먼저 확보해두는 비용선급결정이 회수 위험을 크게 줄여주는 핵심 장치입니다. 수권결정과 비용선급결정을 함께 받아두면, 채무자의 자력이 흔들리기 전에 철거비용을 확보한 채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 심문, 즉시항고, 목적물을 점유하는 제3자의 존재처럼 절차 곳곳에 변수가 얽혀 있어, 소송 단계에서부터 철거와 인도를 함께 구해두고 집행 단계의 서류를 미리 준비해두는 쪽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수원 행궁·매교 일대처럼 재개발이 맞물려 철거·명도 분쟁이 잦은 지역에서는 이런 절차상의 함정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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