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음은 대개 하나입니다. 이 정도면 어느 선의 처벌을 받게 되는가.
답을 드리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법은 스토킹의 정도에 눈금을 매겨 형을 정하는 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법률이 갈라 놓은 갈래는 두 개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아래 단계에서 조정됩니다.
아래에서는 법정형과 양형기준을 차례로 놓고, 벌금과 징역이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인용한 양형기준은 2026년 3월 30일 수정을 거쳐 그해 7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1. 법정형 — 갈래는 둘뿐입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가 정한 내용은 간단합니다. 스토킹범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사용해 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법률이 마련해 둔 구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위험한 물건이 동원되었는지 여부가 유일한 분기점입니다.
따라서 상대를 며칠 따라다녔는지, 문자를 몇 통 보냈는지에 따라 처벌의 상한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스무 번이든 이백 번이든 상한은 똑같이 3년입니다. 흔히 횟수별 형량표 같은 것이 있으리라 짐작하시지만, 법률 차원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2. 반복성은 형의 무게가 아니라 성립의 조건입니다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스토킹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반복이라는 요소는 형을 키우는 사정이기 이전에, 죄가 되느냐를 가르는 문턱입니다.
단 한 차례의 행위는 스토킹행위에는 해당할 수 있어도 스토킹범죄로는 평가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대로 문턱을 넘은 뒤의 반복은 이제 형을 무겁게 만드는 사정으로 넘어갑니다. 그 처리는 다음 단계인 양형기준의 몫입니다.
3. 양형기준 — 두 유형과 세 영역
양형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재판부에 권고되는 지침입니다. 다만 이를 벗어나 선고하려면 이유를 판결문에 밝혀야 하기 때문에, 실제 선고형은 대체로 이 틀 안에서 결정됩니다.
스토킹범죄에 관한 권고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비어 있는 자리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일반 유형의 가중영역, 그리고 흉기를 동반한 유형의 기본·가중영역에는 벌금 액수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구간에서는 원칙적으로 자유형만 권고된다는 뜻입니다.
4. 어느 영역에 놓이는가 — 세는 문제입니다
영역을 고르는 기준은 특별양형인자입니다. 무겁게 볼 사정과 가볍게 볼 사정이 목록으로 정해져 있고, 양쪽의 수를 견주어 자리를 정합니다.
무겁게 보는 쪽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피해자가 여럿이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저지른 경우,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동기를 비난할 만한 경우, 피해자가 범행에 취약했던 경우, 피해가 심각한 경우, 그리고 3년 이내의 동종 전과입니다.
이 가운데 ‘비난할 만한 동기’는 보복이나 원한, 혐오나 증오에서 비롯된 경우,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경우, 범행 자체를 즐긴 경우를 가리킵니다. 관계가 끝난 뒤의 앙갚음에서 출발한 사건이라면 이 항목에 닿습니다.
‘심각한 피해’의 범위도 넓게 잡혀 있습니다. 피해자나 그 가족이 집을 옮기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등 생활을 바꿔야 했던 경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이 뒤따른 경우가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가볍게 보는 쪽은 참작할 만한 동기, 미필적 고의에 그친 경우, 불안이나 공포를 일으킨 정도가 가벼운 경우, 자수,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입니다.
그리고 개수를 세는 규칙이 따로 붙습니다. 가중영역에서 무겁게 볼 사정만 둘 이상이거나 가볍게 볼 사정보다 둘 이상 많으면 권고 범위의 상한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고, 감경영역에서 그 반대라면 하한을 절반까지 끌어내립니다.
결국 자리를 옮기는 것은 사안의 험악함 자체가 아니라 목록에 걸리는 항목의 수입니다. 사건을 준비하실 때 사실관계를 이 목록에 하나씩 대어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5. 합의는 어디에 남아 있나
2023년 개정으로 스토킹범죄에서 반의사불벌 규정이 사라졌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혀도 그 사정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기소도 가능하고 처벌도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양형기준 안에는 처벌불원이 두 군데 남아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유형의 가중영역입니다. 이 구간은 원칙적으로 징역형만 권고되지만, 처벌불원이 인정되면 1,5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의 벌금형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다만 무겁게 볼 사정이 가볍게 볼 사정보다 둘 이상 많다면 그때는 다시 징역형이 권고됩니다.
다른 하나는 흉기를 동반한 유형의 기본영역입니다. 여기서도 처벌불원이 인정되면 1,500만원에서 4,000만원 사이의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합의는 처벌 자체를 지우지는 못하지만 형의 종류를 바꿀 수 있는 자리에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한편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을 상당히 좁게 정의합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칠 것,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의 법적·사회적 무게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피고인 쪽의 압박이나 속임수에서 비롯된 의사표시는 처벌불원으로 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반대로 작용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거듭 괴롭히거나 거절 시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내비치는 행위는 그 자체가 가중요소로 잡힙니다. 서두른 합의가 오히려 형을 무겁게 만드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6.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표
징역형이 권고되었더라도 그 집행을 미룰지는 별개의 표로 판단합니다. 여기서도 방식은 동일합니다. 긍정적으로 볼 주요 사유만 둘 이상이거나 부정적 사유보다 둘 이상 많으면 집행유예를, 그 반대라면 실형을 권고합니다.
주의하실 대목은 ‘동종 전과’의 폭입니다. 스토킹 전력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공포심을 일으키는 문언 등을 되풀이해 보낸 범죄는 물론이고,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살인미수, 폭력, 감금·학대, 주거침입,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명예훼손, 업무방해, 방화, 무고, 약취·유인의 전력까지 모두 같은 종류로 셉니다.
7. 조치를 어긴 사정이 겹칠 때
실무에서 형이 커지는 흔한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법원의 잠정조치나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를 받은 뒤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위반은 스토킹범죄와 별개의 죄로 다루어지고, 양형기준상 잠정조치 위반의 기본영역은 징역 6월에서 1년으로 스토킹범죄의 기본영역과 같습니다. 접근금지를 받은 뒤의 연락 한 번이 본래 혐의와 같은 무게로 권고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두 죄가 함께 재판을 받으면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한쪽 상한의 절반이 더해집니다.
정리하며
첫째, 법률이 나눈 갈래는 둘입니다. 위험한 물건이 없으면 3년 이하, 있으면 5년 이하입니다.
둘째, 기간과 집요함은 법정형이 아니라 양형기준에서 다루어집니다.
셋째, 영역을 옮기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 목록에 걸리는 항목의 수입니다.
넷째, 합의는 처벌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벌금형으로 끝낼 여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압박하면 도리어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스토킹 사건은 하나하나의 행위가 사소해 보여도 쌓이면 전혀 다른 크기가 되는 유형입니다.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무엇을 했는지 되짚기에 앞서, 위 인자 목록의 어느 항목에 걸리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이라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 기록이 곧 양형 자료가 됩니다.
변호사 김혜주 — 2012년 검사로 임관해 12년간 재직했습니다.
(여주지청, 부산지검, 성남지청, 서울북부지검, 대전지검)
현재 수원 광교법조타운에서 혜검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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