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형사 판결을 보다 보면 1심과 항소심의 형이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판부의 시각 차이로만 보이기 쉽지만, 적용 법조가 달라진 사안인 때가 있습니다.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한 사건이 그렇습니다. 1심 징역 12년, 항소심 징역 20년으로 확정된 사건입니다. 형이 왜 이렇게 움직였는지를 법조문의 구조로 짚어 보겠습니다.
1. 두 심급의 적용 법조
1심은 살인미수를 전제로 심리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추가 증거가 확보되면서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했고, 강간등살인미수가 인정되었습니다.
확정 판결의 적용 법조는 성폭력처벌법 제15조와 제9조 제1항입니다.
심급판단한 죄선고형1심살인미수징역 12년항소심강간등살인미수징역 20년대법원상고 기각징역 20년 확정
2. 법정형이라는 출발선
선고형은 조문이 정한 형의 범위 안에서 정해집니다. 이 범위가 달라지면 같은 사실관계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거 조문법정형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사형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성폭력처벌법 제9조 제1항 (강간 등 살인)사형 또는 무기징역
후자에는 유기징역이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출발선의 높이가 애초에 다릅니다.
3. 미수 감경의 한계
미수라는 사정이 형을 자동으로 낮추어 주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25조 제2항은 감경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어, 감경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감경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55조 제1항이 폭을 정해 두었습니다. 무기징역을 감경하면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이 됩니다. 확정형 20년은 이 구간에 놓입니다.
4. 미수 처벌 규정이 특별법에 있는 이유
미수를 벌하려면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형법 제29조가 그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미수를 규정한 형법 제300조는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 등만 열거해 두었습니다. 강간등 살인을 규정한 형법 제301조의2는 여기에 빠져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가 같은 법 제9조의 미수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유형의 미수는 특별법을 통해 처벌됩니다.
5. 형을 높일 수 있었던 절차적 전제
항소심이 언제나 형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 측만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검사도 항소한 사안이었습니다. 그 결과 위 제한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죄명이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형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전제가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6. 실무에서 눈여겨볼 지점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항소심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심급이 올라갔다고 해서 죄명이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방어의 초점은 양형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 사안인지, 적용 법조가 달라질 여지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맺으며
형량의 변화는 재량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적용 법조와 절차 요건이 결합해 만들어 낸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의 방향을 가늠하실 때에는 선고 예상 형량보다 먼저, 지금 문제되는 사실이 어느 조문에 놓이는지를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검사로 12년을 근무하며 공판과 형사 사건을 다루어 왔습니다. 김혜주 변호사입니다.
혜검 법률사무소 · 수원 광교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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