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누군가 다가와 몸을 밀착시키려다 승객이 먼저 알아채고 자리를 옮기거나 손을 쳐내 실제 신체접촉까지는 이르지 않은 채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은 피해자나 목격자는 흔히 "추행 미수"로 처벌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공중밀집장소추행죄를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강제추행이나 강간처럼 미수범 처벌 조항을 별도로 둔 범죄와 달리, 이 조항은 왜 미수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을까요. 이 글에서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의 구성요건과 기수 시점을 짚어보고,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실제로 어떤 법률관계가 발생하는지, 처벌 공백처럼 보이는 지점을 메울 다른 통로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중밀집장소추행죄란 —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하는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구합니다. 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가 규정한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만 정해,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별도의 수단 요건을 두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처럼 신체가 밀착될 수밖에 없는 장소적 특성을 이용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 자체를 곧바로 범죄로 포섭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흔히 '기습추행' 법리가 함께 적용됩니다.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삼지 않고 갑작스럽게 신체를 만지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되면 그 자체로 추행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몸이 부딪히는 정도를 넘어 특정 신체 부위를 밀착하거나 쓰다듬는 행위가 전형적인 사례이고, 손이 스치는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의도적 접촉이었는지가 실무상 가장 먼저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장소 — 대중교통수단·공연·집회 장소 등 공중이 밀집하는 곳
행위 — 폭행·협박 없이도 신체접촉 자체가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음
고의 — 추행이라는 인식과 그에 대한 최소한의 용인 의사
법정형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폭행·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하지 않고, 장소적 특성을 전제로 신체접촉 그 자체를 실행행위로 포착한 범죄다.
접촉과 동시에 기수 — 이 죄가 '거동범'이라는 것의 의미
범죄는 흔히 일정한 결과 발생을 요구하는 결과범과, 정해진 행위만 있으면 그 자체로 완성되는 거동범(형식범)으로 나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행위자가 상대방의 신체에 성적 의미를 갖는 접촉을 가하는 순간 그 자체로 범죄가 완성되고, 그 뒤에 어떤 추가적인 결과가 발생했는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그 순간 성적 수치심을 실제로 느꼈는지, 나중에 신고를 했는지는 형사책임의 유무를 좌우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이 구조가 미수범 규정의 필요성 자체를 낮춥니다. 강도나 강간처럼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재물 취득, 간음)에 이르지 못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할 필요가 있는 범죄와 달리,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접촉'이라는 실행행위 자체가 곧 완성이므로, 접촉이 있었다면 애초에 미수가 아니라 기수이고, 접촉이 없었다면 이 죄가 규율하려는 실행행위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기 쉽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이 죄에 별도의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배경에는 이런 거동범적 성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 제11조는 왜 빠져 있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5조는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제14조, 제14조의2 및 제14조의3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특수강도강간(제3조), 특수강간(제4조), 친족관계에의한강간(제5조), 장애인에대한강간·강제추행(제6조), 13세미만미성년자에대한강간(제7조), 강간등상해치상(제8조), 강간등살인치사(제9조), 카메라등이용촬영(제14조) 등은 모두 이 조문에 열거되어 미수범이 처벌 대상에 포함됩니다. 반면 제10조(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와 제11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는 이 열거에서 빠져 있어, 두 죄 모두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형법 제300조가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의 미수범을 명시적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비교하면 이 공백이 더 뚜렷해집니다. 같은 '추행'을 다루면서도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는 처벌되는데,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미수는 처벌 규정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두 죄의 구성요건 구조가 다르다는 점, 즉 폭행·협박이라는 수단 요건의 유무가 이 차이를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되지만, 결과적으로 지하철에서의 추행 시도가 접촉에 이르지 못하고 그친 경우 제11조로는 의율할 방법이 없다는 실무상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추행) — 제15조 열거에서 제외되어 미수범 처벌 규정 없음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 형법 제300조에 따라 미수범 처벌 대상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도 제15조 열거에서 제외되어 마찬가지로 미수범 처벌 규정 없음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제3조부터 제9조까지와 제14조·제14조의2·제14조의3의 미수범만 처벌 대상으로 열거했을 뿐, 제11조(공중밀집장소추행)는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접촉 직전에 멈췄다면 — 처벌 공백이 실제로 생기는 지점
실제 사례에서 이 공백이 문제 되는 국면은 이렇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피해자에게 손을 뻗거나 몸을 밀착시키려 했지만, 피해자가 먼저 알아채고 자리를 옮기거나 손을 쳐내 실제 신체접촉에까지 이르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요구하는 '추행행위'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앞서 본 대로 미수범 처벌 규정도 없으므로 제11조를 적용해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접촉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는 사안마다 미세하게 갈립니다. 옷 위로라도 신체 부위에 손이 닿았다면 그 순간 기수로 볼 여지가 크고, 반대로 손을 뻗다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방향이 자연스럽게 바뀐 정도라면 애초에 고의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피해자가 즉시 보인 반응(비명, 자리 이동, 신고 시점)을 통해 접촉 여부와 그 정도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려 합니다.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로 갈 수 있는 경우와 그 한계
접촉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사안이 처벌 밖에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붙잡거나 밀치는 등 유형력을 행사하며 접근한 정황이 있다면, 이는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아니라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의 '폭행'을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그 결과 신체접촉에까지 이르지 못했더라도 형법 제300조에 따른 강제추행미수로 의율될 여지가 있습니다. 두 죄는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검찰은 사안의 정황에 따라 어느 쪽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할지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이 통로도 무제한은 아닙니다. 강제추행미수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할 만한 유형력의 행사가 실행에 착수한 단계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단순히 다가서거나 시선을 두는 정도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접촉 직전에 제지된 사안 중에서도 폭행에 준하는 물리적 접근이 있었는지에 따라 강제추행미수 성립 여부가 갈리고, 그런 정황조차 없다면 형사처벌 자체가 어려운 사안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팔을 강하게 잡아채거나 몸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려다 상대방이 뿌리치고 벗어난 경우라면, 그 잡아챔·밀어붙임 자체가 이미 폭행에 해당해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반대로 단지 옆에 바싹 붙어 서 있다가 상대방이 낌새를 채고 자리를 옮긴 정도라면, 그 시점까지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평가할 만한 유형력 행사 자체가 없었던 것이어서 강제추행미수로도 의율하기 어렵습니다. 두 사안 모두 '접촉에 이르지 못했다'는 결과는 같지만, 그 전 단계에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가능 여부가 완전히 갈리는 것입니다.
접촉에 이르지 못한 시도라도 폭행에 준하는 유형력 행사가 실행에 착수한 단계까지 나아갔다면,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아니라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로 의율될 여지가 남는다.
피해자가 챙겨야 할 것 — 접촉 사실을 남기는 법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접촉이 있었는지 자체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접촉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사건 직후의 대응이 접촉 여부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남을 수 있는 만큼, 당황해서 그냥 넘기기보다 아래와 같은 조치를 최대한 그 자리에서 해두는 것이 이후 수사·재판에서 도움이 됩니다.
접촉 직후 즉시 주변 승객이나 역무원에게 알려 목격자를 확보할 것
사건이 발생한 열차 칸과 시간대를 정확히 기록해 지하철 CCTV 확보를 신속히 요청할 것(보존기간이 짧다)
당시 서 있던 위치, 옷차림, 접촉 부위 등을 기억이 생생할 때 메모로 남길 것
가능하면 하차하지 않도록 붙잡거나 역무원·경찰에 즉시 인계할 것
이런 초기 대응이 없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CCTV는 삭제되고 목격자도 흩어져, 나중에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의자의 진술이 팽팽히 맞서는 구도로만 남기 쉽습니다. 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였는지가 이 죄의 성립 자체를 좌우하므로, 초기 증거 확보의 비중이 다른 범죄보다도 큽니다.
수사·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것 — 접촉 여부와 고의를 다투는 공방
피의자 입장에서 이런 사건의 방어는 대개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신체접촉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관계 다툼이고, 다른 하나는 접촉은 있었더라도 지하철 혼잡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으로 성적 의도(고의)가 없었다는 다툼입니다. 전자는 CCTV·목격자 진술의 객관적 확인으로, 후자는 접촉의 지속성·부위·반복 여부 같은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양형 측면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공중밀집장소추행이 기본 영역에서 징역형 권고 범위를 두면서도, 초범이고 접촉 정도가 경미하며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벌금형 선택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접촉에 이르지 못한 사안이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로 공소사실이 구성됐다면, 이는 별도의 죄명과 별도의 양형기준이 적용되는 사안이므로 공중밀집장소추행과 같은 선상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애초에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입건할 것인지, 강제추행미수로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접촉·유형력 행사 정황 모두가 불충분해 혐의없음으로 종결할 것인지가 CCTV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도 초기 조사에서 접촉 여부와 당시 동작을 부정확하게 진술했다가 나중에 CCTV와 배치되는 상황이 생기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어, 실제 기억나는 동선과 접촉 여부를 있는 그대로 정리해 진술하는 것이 방어에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하철에서 추행을 시도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A. 공중밀집장소추행죄(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신체접촉이 없었다면 이 죄로는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폭행에 준하는 유형력 행사가 실행에 착수한 정황이 있다면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로 별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옷 위로 살짝 스친 정도도 추행이 되나요?
A. 접촉이 우연이 아니라 고의적이고 성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면 옷 위로 스친 정도라도 추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접촉이 짧았는지보다 그 의도성과 부위, 방식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Q. 피해자가 그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A.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한다면 피해자가 그 순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다만 인식 여부는 이후 증거 확보와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강제추행미수와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은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요구하고 형법 제300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되지만, 공중밀집장소추행(성폭력처벌법 제11조)은 폭행·협박 없이 접촉 자체로 성립하는 대신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접촉 여부와 폭행성 유형력의 유무에 따라 어느 죄로 의율될지가 갈립니다.
Q.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도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나요?
A. 그렇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도 제15조가 정한 미수범 처벌 대상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중밀집장소추행과 마찬가지로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Q. 접촉을 시도하다 제지당한 상황에서 무고를 당할까 걱정됩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부위와 방식이 어떠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당시 정황(자세, 손의 위치, 주변 목격자 진술)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초기 수사 단계부터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안일수록 CCTV 등 객관적 증거 확보 여부가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맺음말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입법의 허점이라기보다, 신체접촉이라는 실행행위 자체가 곧 범죄의 완성으로 평가되는 거동범적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접촉이 있었다면 그 순간 기수이고, 접촉이 없었다면 이 죄로는 처벌할 실행행위 자체가 아직 없다는 것이 법의 태도입니다. 다만 접촉 직전에 제지된 사안이라도 폭행에 준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면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로 별도로 검토될 여지가 남아 있으므로,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가능성을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결국 이런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부위와 방식이 어떠했는지에 관한 증거입니다. 수원지검이나 안산지원 관할로 넘어가는 지하철 추행 사건들에서도 CCTV와 목격자 진술의 확보 여부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피해자든 피의자로 지목된 쪽이든, 초기 단계에서 정황을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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