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나 지인이 얼굴을 마주 본 상태에서 성적인 말을 반복해 던졌는데,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로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하라"는 안내만 눈에 띈다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전화·문자·메신저처럼 통신매체를 이용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로, 얼굴을 마주 보고 육성으로 한 발언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요건 하나 때문에 똑같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이라도 카카오톡으로 보냈는지, 면전에서 직접 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 조항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요구하는 "통신매체 이용"이라는 요건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면전 발언에는 왜 적용되지 않는지, 그렇다면 그런 발언은 법적으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통신매체이용음란죄란 —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요구하는 네 가지 요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흔히 "통매음"으로 줄여 부르는 이 범죄는 목적범이어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인정돼야 성립하고, 단순히 성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조문을 뜯어보면 네 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합니다.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수단이 전화·우편·컴퓨터 등 통신매체여야 하며, 전달되는 내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달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립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아예 다른 죄명을 검토해야 합니다. 다음 항목에서 다룰 "통신매체를 이용하여"라는 요건이 바로 면전 발언과 카카오톡 메시지의 결론을 갈라놓는 지점입니다.
목적 요건 —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키려는 목적(단순 성적 표현만으로는 부족).
수단 요건 — 전화·우편·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한 전달.
내용 요건 —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물건.
도달 요건 — 그 내용이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달할 것.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표현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신매체를 통해" 전달했는지까지 갖춰야 성립하는 범죄다.
"통신매체를 이용하여"라는 요건이 가르는 경계 — 면전 전달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대법원 판단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은 이 요건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힌 사건입니다. 피고인이 이웃 주민에게 성적으로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쪽지를 여러 차례 작성해 우편 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상대방의 우편함에 직접 넣어둔 사안에서, 하급심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화·우편·컴퓨터처럼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매개 수단을 거치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직접 말·글·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는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례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육성으로 한 면전 발언의 결론은 더 분명해집니다. 우편함에 쪽지를 직접 넣는 행위조차 "매개 수단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신매체 이용이 부정됐다면, 어떤 매개체도 거치지 않고 화자의 입에서 상대방의 귀로 곧바로 전달되는 말은 통신매체를 이용했다고 볼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습니다. 반대로 같은 내용이라도 전화 통화 중 음성으로 전달했다면 "전화"라는 통신매체를 거친 것이어서 나머지 요건이 갖춰지면 통매음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매체를 거쳤는지 여부 하나가 같은 말의 법적 운명을 갈라놓는 셈입니다.
대법원이 이런 결론을 낸 배경에는 죄형법정주의가 있습니다. 판결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처벌 공백처럼 보이는 지점이 있더라도 법원이 조문의 문언을 넘어서까지 처벌 범위를 넓힐 수는 없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면전 발언을 통매음으로 의율하기는 앞으로도 어렵습니다.
전화·우편·컴퓨터처럼 매개 수단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직접 말이나 물건을 전달하는 행위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2015도17847 판결의 결론이다.
면전 성적 발언, 그럼 처벌은 전혀 안 되나 — 모욕죄가 요구하는 "공연성"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이면 성립할 수 있어, 면전에서 한 노골적인 성적 발언이 상대방을 비하하는 내용이라면 통매음이 아니라 이 조항을 검토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조문이 요구하는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그 발언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관건입니다. 여러 동료가 함께 있는 회의실이나 사무실처럼 제3자가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발언이 나왔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한 사람에게만 한 말이라도 그 사람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화자와 상대방 단둘만 있었고 그런 전파 가능성을 뒷받침할 사정도 없다면 공연성이 부정돼 모욕죄 역시 성립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발언 당시 제3자가 듣거나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특정 소수에게 한 말이라도 불특정 다수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는지.
발언 내용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인지.
같은 성적 발언이라도 제3자 앞에서 했는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했는지에 따라 모욕죄 성립 여부가 갈린다.
발언에 접촉·협박·반복이 더해지면 — 강제추행과 스토킹처벌법 검토 대상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해 강제추행을 무겁게 처벌합니다. 다만 성립 요건상 폭행 또는 협박과 그로 인한 추행행위가 함께 있어야 하므로, 신체접촉이나 유형력의 행사 없이 말만 오간 순수한 언어적 성희롱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발언과 함께 몸을 밀착시키거나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해악을 고지하는 협박이 동반됐는지가 관건입니다.
이때 신체접촉 없이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거나 밀착하는 등 폭행 자체가 곧 추행행위가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전제돼야 하므로 말로만 이뤄진 성희롱성 발언 그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발언과 별개로 몸을 만지거나 억지로 다가와 진로를 막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나눠서 정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발언 자체는 반복되지만 신체접촉이 없는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법 제2조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행위"로 정의하고, 이런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스토킹범죄"로 처벌합니다(제18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반복적으로 다가와 성적인 말을 던지는 패턴이라면 이 "접근" 유형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단발성 발언과는 별개로 검토할 만한 통로입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같은 법 제9조에 따라 법원이 가해자에게 피해자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명할 수도 있어,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반복적인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1:1 상황의 사각지대 — 형사처벌이 어려울 때 남는 구제수단
정리하면, 면전에서·제3자 없는 1:1 공간에서·신체접촉이나 협박 없이·한 차례만 이뤄진 성적 발언이라면 통매음(매체 요건 결여)과 모욕죄(공연성 결여), 강제추행(폭행·협박 결여), 스토킹범죄(반복성 결여)의 요건을 모두 비켜가 형사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쪽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사각지대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사업주에게 신고해 조사와 징계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형사처벌과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형사 절차와 무관하게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를 근거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두 절차 모두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해야 하므로, 발언 직후 상황을 메모해두거나 가능하다면 녹음을 확보해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실제로 어떻게 갈리나 — 같은 말이라도 전달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결론
세 가지 상황을 비교해보면 이 경계가 더 선명해집니다. 회식 자리에서 여러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사가 성적으로 노골적인 말을 던졌다면,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돼 모욕죄를 검토할 여지가 큽니다. 같은 말을 사무실에 단둘이 있을 때 했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어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지만, 성희롱 신고나 민사상 위자료 청구라는 통로는 그대로 남습니다.
반면 같은 내용을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로 보냈다면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달했으므로 "통신매체를 이용하여"라는 요건이 충족되고,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시킬 목적과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혐오감 유발이라는 나머지 요건까지 확인되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발언의 내용이 완전히 같아도 "어떤 방식으로, 누가 있는 자리에서 전달됐는가"가 적용되는 법 조항 자체를 바꿔놓습니다. 고소나 신고를 준비하기 전에 이 매체·공연성·반복성 요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절차 선택의 첫걸음입니다.
실무에서는 면전에서 성적인 말을 한 뒤, 그에 대한 사과나 해명을 문자·메신저로 뒤늦게 보내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때 그 문자 자체에 새롭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문자 부분만 별도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 여부를 검토할 수 있지만, 앞서 있었던 면전 발언까지 뒤에 온 문자 하나를 근거로 소급해 통매음으로 묶어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발언이 이뤄진 매 순간마다 통신매체를 거쳤는지를 각각 따로 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발언 내용이 같아도 통신매체를 거쳤는지, 제3자가 있었는지, 반복됐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화 통화 중에 성적인 말을 했다면 통매음이 성립하나요?
A. 전화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명시한 통신매체에 해당하므로, 성적 욕망 유발·만족 목적과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혐오감 유발이라는 나머지 요건까지 충족되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발언이라도 면전에서 육성으로 한 경우와는 결론이 달라집니다.
Q. 면전 성적 발언을 녹음해두면 도움이 되나요?
A. 모욕죄나 성희롱 신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어디에서든 발언 자체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다만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녹음이 있어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 여부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Q. 여러 사람 앞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는데 그중 한 명이 녹음해줬다면 공연성이 인정되나요?
A. 그 자리에 제3자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공연성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되므로, 녹음은 발언 당시 상황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공연성이 인정되는지는 발언 당시 상황 전체를 놓고 판단됩니다.
Q. 직장 상사가 반복적으로 다가와 성적인 말을 한다면 스토킹으로 신고할 수 있나요?
A. 접근 등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행동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고 그로 인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발생했다면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신고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 한 번의 발언만으로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Q. 통매음으로 고소했다가 면전 발언이었다는 이유로 불송치되면 다른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나요?
A.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구성요건 자체가 다르므로 모욕죄나 성희롱 신고는 별도의 절차로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발언이 이뤄진 상황(장소, 참석자, 매체 사용 여부)을 먼저 정리해 어떤 절차가 맞는지 확인하는 편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Q.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면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나요?
A. 형사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나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청구는 각각의 요건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의 결론이 민사·행정 절차의 결론을 그대로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맺음말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표현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신매체로 전달했는지까지 갖춰야 성립하는 범죄이고, 면전에서 육성으로 한 발언은 이 요건을 애초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가 확인한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발언이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며, 발언이 이뤄진 장소와 상황(공연성 여부), 반복성, 신체접촉·협박 동반 여부에 따라 모욕죄·강제추행·스토킹처벌법 등 다른 조항이 대신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발언의 내용 자체보다 그것이 어떤 방식과 상황에서 이뤄졌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일입니다. 특히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나 반복적인 성적 발언으로 어떤 절차를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매체 이용 여부와 참석자, 반복 여부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해 검토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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