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다툼 중 상대를 밀치거나 몇 대 때렸는데, 그 자리에서 혹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상대방이 사망하면서 상해치사죄로 기소될지 살인죄로 기소될지를 놓고 다투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몇 대 때렸을 뿐이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과 법원은 실제로 죽일 생각이 있었는지를 그 진술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흉기를 썼는지, 어느 부위를 몇 번 공격했는지 같은 객관적 정황을 먼저 살피고, 그 결과 “때리기만 했다”는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상해치사가 아니라 살인죄로 의율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를 범행 전후의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폭력의 모습이 비슷해 보여도, 이 고의 인정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와 형량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상해치사죄와 살인죄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갈리는지, 그리고 각각 형량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는 애초에 성립 요건 자체가 다릅니다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가 두 죄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형법은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를 서로 다른 조문에, 서로 다른 성격의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59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는데, 이는 상해의 고의로 사람을 때렸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발생한 경우를 처벌하는 결과적 가중범입니다.
반면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죄는 처음부터 “사람을 살해한다”는 고의, 즉 사망이라는 결과 자체를 목표로 하거나 적어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결과적 가중범인 상해치사죄가 성립하려면 사망이라는 무거운 결과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어야 하고, 다만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결과로 인해 형이 무거워지는 범죄에서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던 때에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반대로 말하면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만 상해치사죄가 성립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는 사람을 때리거나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같아 보여도, 그 사망을 원했거나 받아들였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죄명과 형량으로 갈립니다.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고의의 유무, 이것이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를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2.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살인죄를 피하지 못합니다
고의는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행위를 계속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다수는 “상해의 고의만 있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다툽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살인의 범의가 반드시 확정적인 살해 의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살인죄에 있어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그 범의의 유무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사용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즉 “죽이려던 것은 아니고 다치게 하려 했을 뿐”이라는 진술 자체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실제로 어떤 인식과 예견이 있었는지는 피고인의 말이 아니라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흉기를 준비했는지, 신체의 어느 부위를 얼마나 강하게 몇 번이나 공격했는지는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힘을 실어 급소를 노렸다면,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고의는 확정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행위를 계속했다면, 그 자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법원은 흉기·공격 부위·반복 횟수 같은 객관적 정황으로 고의를 추론합니다
진술이 아니라 흉기의 종류, 공격 부위, 반복성, 범행 후 태도가 실제 판단 자료가 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종합판단의 기준을 실제 사건에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흉기의 유무·종류·용법입니다. 맨손으로 한 차례 밀친 경우와, 칼이나 둔기 같은 흉기를 미리 준비하거나 현장에서 집어 든 경우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다음은 공격 부위입니다. 팔이나 다리처럼 생명에 직결되지 않는 부위를 공격한 경우와, 목·심장·복부처럼 급소가 밀집한 부위를 노린 경우는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 정도가 다르게 평가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예리하고 긴 흉기로 급소가 밀집한 복부를 강한 힘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인 고의까지는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범행 결과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525 판결).
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칼로 찌를지 여부, 그중에서도 급소가 몰린 부위를 겨냥했는지는 그 자체로 상당한 위험 인식을 나타내는 사정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더해 공격의 반복성,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범행 직후 피해자를 구호했는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떠났는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한 번의 우발적 폭행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구호 조치를 한 경우와, 여러 차례 가격한 뒤 피해자를 방치한 경우는 같은 상해 행위라도 고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흉기의 종류, 공격한 부위, 반복 횟수, 범행 후 구호 여부까지, 법정에서는 이 모든 정황이 모여 고의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4.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는 법정형부터 차이가 크고, 상해치사도 사안에 따라 중형이 선고됩니다
상해치사는 3년 이상, 살인은 5년 이상의 징역이 기본이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크게 벌어집니다.
형법 제259조 제1항의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속상해치사(같은 조 제2항)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형법 제250조 제1항의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법정형의 하한부터 상해치사죄보다 무겁고 상한도 사형까지 열려 있습니다. 존속살해(같은 조 제2항)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실제 선고 형량은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정해지는데, 상해치사죄는 범행을 주도했거나 범행 수법이 잔혹한 경우 등 가중요소가 있으면 가중영역 상한이 징역 8년까지 올라가고, 특별가중인자가 여럿 겹치면 그 상한의 1.5배인 최대 징역 12년까지도 선고될 수 있습니다.
살인죄는 범행 동기에 따라 참작 동기, 보통 동기, 비난 동기 등으로 유형을 나누어 형량을 정합니다. 가정폭력 피해나 생명의 위협 같은 참작할 사정이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실무에서는 보통 동기 살인만 되어도 징역 10년을 훌쩍 넘는 선고가 일반적이고, 금전·치정 등 비난할 사유가 있는 동기라면 형량은 더 올라갑니다.
5. 상해치사인지 살인인지, 수사 초기 대응이 이후 절차 전체를 좌우합니다
고소·고발 이후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느냐에 따라 구속 여부와 재판부까지 달라집니다.
사람이 사망한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변사사건 인지와 현장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을 거쳐 → ②피의자에 대한 조사(범행 경위와 당시 인식에 대한 진술 확보)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상해치사와 살인 중 어느 죄명으로 의율할지의 결정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등 관할 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살인죄로 기소되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훨씬 커집니다.
사망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검감정서와 사망진단서로 정확한 사인과 사망에 이른 기전을 확인합니다.
범행 당시 사용된 도구, 공격 부위와 횟수를 CCTV·목격자 진술·상해 부위 사진으로 재구성합니다.
조사 전 초기 진술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잘못 해석되지 않도록 법리 검토를 거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초기 단계부터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상해치사와 살인의 경계에서 실제 사실관계에 맞는 죄명으로 다투어 볼 여지를 넓힐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서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당혹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말로 형량을 낮추려 하는 것은 아닌지 억울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통장이 아니라 목숨이 걸린 문제인 만큼,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놓치지 않고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의자·피고인 입장에서도 우발적인 다툼이었을 뿐인데 살인죄로 의율되어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고의가 있었는지는 흉기·부위·반복성 같은 정황으로 다시 다투어볼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상해치사와 살인의 경계에 놓인 사건에서 유족을 대리해 정당한 처벌을 구하는 쪽과, 반대로 피의자·피고인을 변호해 실제 고의에 맞는 죄명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경계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갈릴 수 있는 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때렸는데 상대가 사망했습니다. 그래도 살인죄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음주나 우발성 자체가 살인의 고의를 자동으로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흉기 사용 여부, 공격 부위와 반복성 등 객관적 정황이 여전히 판단 기준이 되고, 음주는 별도로 심신미약 등의 쟁점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Q.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며칠 뒤 사망했는데도 상해치사가 되나요?
A. 됩니다. 상해치사죄는 상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이 인정되면 성립하므로, 사망이 즉시 발생했는지 며칠 뒤에 발생했는지는 성립 여부 자체를 좌우하지 않습니다.
Q. 피해자에게 지병이 있었는데도 상해치사가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지병 등이 사망에 함께 영향을 주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상해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예견가능성 판단에서 구체적 사정으로 함께 고려됩니다.
Q. 정당방위로 상대를 밀쳤는데 사망한 경우도 상해치사인가요?
A. 정당방위·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방어 행위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고, 상당성을 넘었더라도 정상에 따라 형이 감경·면제될 수 있어 상해치사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합의하거나 반성하면 상해치사죄가 살인죄로 바뀌거나, 반대로 죄명이 낮아지나요?
A. 죄명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반성·합의는 성립 요건이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형을 낮추는 사정으로 참작될 뿐입니다.
Q. 여러 명이 함께 폭행해 한 명이 사망했다면 다 같이 상해치사죄로 처벌되나요?
A.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상해의 고의를 나눈 사실이 인정되면, 사망의 결과를 각자 예견하지 못했더라도 상해치사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가담 정도는 양형에서 고려됩니다.
Q.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상해치사와 살인 중 어느 죄명으로 의율될지에 큰 영향을 주고, 살인죄로 의율되면 구속 수사와 국민참여재판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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