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강제추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분들 중에는,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부터 서두르면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금까지 드렸으니 기소유예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조사에 임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검찰 처분 통보를 받아보면 예상과 달리 약식기소나 정식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를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넓게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검찰 역시 합의 여부를 기소유예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까지 마친 경우에도 기소유예가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 이유와, 검찰이 실제로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 무엇을 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은 합의했다고 자동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는 기소유예의 조건이 아니라 참작 사유일 뿐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형법 개정으로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모두 폐지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자체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더라도, 국가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에게 기소 여부를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이 재량 판단에서 무겁게 고려되는 사정이지만, 그 자체가 기소유예를 자동으로 발생시키는 요건은 아닙니다.
강제추행은 합의했다고 자동으로 종결되는 범죄가 아니며, 합의는 검사의 재량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2.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소유예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자백은 사건 성립을 스스로 확인해주는 것일 뿐, 기소유예 여부를 결정짓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문턱은 실무에서 생각보다 낮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폭행행위 그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포함됩니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이 때문에 조사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한다는 것은, 대개 이 낮은 문턱의 성립요건을 스스로 확인해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사라지므로 사건 처리가 빨라지는 것은 맞지만, 그 처리 결과가 기소유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혐의 인정과 합의만 믿고 정상참작자료를 준비하지 않은 채 조사에 임하면, 검사가 볼 수 있는 유리한 사정 자체가 부족해져 약식기소로 이어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사건 성립을 확인해줄 뿐, 그 자체가 기소유예를 결정짓는 사유는 아닙니다.
3. 검찰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합니다
합의는 여러 참작 사유 중 하나이고, 범행 경위와 재범 위험성까지 함께 봅니다.
검사가 기소유예 여부를 정할 때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의 재량 아래, 통상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피해 정도, 합의·처벌불원 여부, 반성의 정도, 동종 전력과 재범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우발적으로 한 차례 발생한 경미한 유형력 행사인지, 계획적이거나 반복적인 행위인지에 따라 무게가 크게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 위력이나 지위를 이용한 사건은 합의가 있어도 기소유예로 이어지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반대로 초범이고 우발적 행위였으며 피해 정도가 크지 않고, 처벌불원 의사가 명확하며 반성의 태도가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되는 사건이라면, 같은 혐의 인정·합의라도 기소유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합의는 기소유예 판단의 여러 참작 사유 중 하나일 뿐, 범행 경위와 재범 위험성까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4. 기소유예를 받아도 남는 기록과, 받지 못했을 때의 처벌 수위 차이
기소유예도 수사경력자료로 일정 기간 남고, 기소되면 처벌 수위와 신상정보 등록 여부가 함께 달라집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수형인명부에 오르는 전과는 남지 않습니다. 다만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에 따라 수사경력자료로 전산 보존되며, 처분이 확정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삭제됩니다(사건 당시 소년이었다면 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정보 등록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므로, 기소유예 처분만으로는 등록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정식기소되어 벌금형이라도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 포함됩니다.
기소유예를 받지 못하고 정식기소로 이어지면 형법 제298조의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범위에서 처벌 수위가 정해지고, 실형이나 집행유예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와 기소는 이처럼 남는 기록과 처벌의 무게가 전혀 다르므로,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결과를 낙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5. 조사부터 처분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받기 전 정상참작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처분 방향을 가릅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 후 피의자 조사 → ②사건 송치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수사 및 기소유예·약식기소·정식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될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면, 감정적으로 서두르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서·처벌불원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출했는지 시점과 형식을 정리합니다.
조사에서 진술할 내용과 합의서상 사실관계 인정 범위가 어긋나지 않는지 대조합니다.
초범 여부, 동종 전력 유무, 반성문 등 정상참작자료를 조사 전에 준비된 상태로 갖춥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변호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통해 의견서를 함께 제출한다면, 검사의 재량 판단에서 유리한 사정을 빠짐없이 반영시킬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했으니 이제 됐다”는 안도감 때문에, 오히려 정상참작자료를 준비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에 응한 피해자 입장에서도 합의금을 받고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것이 형사처벌 여부까지 임의로 좌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한 피의자 입장에서도 그 사정만으로 기소유예를 낙관해서는 안 되고, 검사가 종합적으로 살피는 나머지 사정들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합의를 진행하는 쪽과 기소유예를 받아내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혐의 인정·합의라도 준비된 자료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를 마쳤다면, 그다음이 진짜 중요한 순간입니다. 검사의 재량 판단이 남아 있는 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까지 마쳤는데, 왜 기소유예가 보장되지 않나요?
A.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공소권이 소멸하지 않습니다. 합의는 검사가 기소유예 여부를 정할 때 참작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Q. 초범이면 무조건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초범 여부는 유리한 사정 중 하나지만, 범행 경위와 수단, 피해 정도, 미성년 피해자 여부 등이 함께 고려되므로 초범이라도 기소유예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Q. 처벌불원서는 경찰 조사 단계와 검찰 단계 중 언제 제출하는 것이 좋나요?
A. 가급적 이른 단계에서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는 시점에 합의 관련 자료가 이미 포함돼 있어야 재량 판단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가 남나요?
A. 수형인명부에 오르는 전과는 남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경력자료로 처분 확정일부터 5년(소년은 3년) 보존된 뒤 삭제됩니다.
Q. 벌금형만 확정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나요?
A. 됩니다. 성폭력처벌법상 신상정보 등록은 유죄판결 확정을 기준으로 하므로, 강제추행으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등록 대상에 포함됩니다.
Q.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혐의를 인정할지, 어떤 방식으로 진술할지 정하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첫 조사 진술과 합의 시점, 정상참작자료 준비가 이후 처분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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