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회사나 동업체의 자금 횡령 사건이 터지면, 실제로 돈을 빼돌린 대표나 임원뿐 아니라 이체·기장 업무를 처리한 경리직원까지 함께 고소장에 이름이 올라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경리직원분들 중 상당수는 “저는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이체만 했을 뿐이에요”, “제 통장으로 들어온 돈도 아닌데 제가 왜 조사를 받나요”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진술 하나하나가 방조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횡령 방조 사건에서 정범의 범행에 대한 인식 정도와 가담의 실질을 엄격히 구분해 방조·공동정범·무혐의를 가르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함께 고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횡령 방조로 함께 고소된 경리직원이 어떤 경우에 공범이 되고, 어떤 경우에 책임을 면하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경리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고소되었다는 사실과 형사책임이 인정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 고소인은 실행행위자인 대표·임원뿐 아니라, 그 자금이 실제로 오간 경로에 있던 경리·회계 담당 직원까지 한꺼번에 고소장에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를 처리한 사람이니 뭔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소장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정과 실제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형사절차에서 유죄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각 피의자별 고의와 가담 사실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인정되고, 지시한 사람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그 지시를 실행한 직원까지 자동으로 같은 죄책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리직원에게 문제되는 형사책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정범, 즉 실제로 횡령을 저지른 사람의 범행을 도왔다고 보는 방조(종범)와, 처음부터 역할을 나눠 함께 범행을 실행했다고 보는 공동정범입니다. 두 갈래는 성립요건도, 처벌 수위도 전혀 다릅니다.
함께 고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조인지 공동정범인지 무혐의인지는 각자의 인식과 역할을 따져 개별적으로 가려야 할 문제입니다.
2. 방조범이 되려면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횡령 사실을 인식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라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정도의 인식조차 없었다면 방조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면서,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실행을 쉽게 해주는 방조행위와, 정범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 즉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이 인식의 정도입니다. 대법원은 방조범에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이 실현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즉 “정확히 얼마를 어떻게 빼돌리는지는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조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복적으로 이상한 명목의 송금을 처리하면서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그대로 이체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장부를 기재해 준 정황이 있다면 최소한의 인식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해진 결재라인과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체·기장 업무만 수행했고, 그 자금이 사적으로 유용된다는 사정을 알 만한 계기가 전혀 없었다면 방조의 고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방조 책임은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라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정도의 인식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갈립니다.
3. 지시를 따랐어도 역할을 나눠 실행에 가담했다면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 업무 협조를 넘어 범행의 본질적인 부분을 맡았다면 방조가 아니라 공동정범입니다.
방조보다 무거운 것이 공동정범입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종범과 달리 형의 감경이 없고 실제 자금을 빼돌린 사람과 동일한 법정형 범위에서 처벌받습니다.
대법원은 공모에 가담한 사람이 구성요건 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범행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범죄 완성에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3544 판결).
경리직원이 차명계좌를 직접 개설해 자금을 분산 보관하거나, 허위 증빙을 만들어 감사를 회피할 방법을 스스로 제안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나눠 받았다면 단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면 상사의 구체적 지시를 그대로 수행했을 뿐 스스로 방법을 고안하거나 이익을 분배받은 사실이 없다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공동정범보다는 방조 내지 무혐의 쪽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시를 실행한 것을 넘어 스스로 방법을 고안하고 이익까지 나눠 받았는지가 방조와 공동정범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4.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방조냐 공동정범이냐에 따라 선고 형량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이 법정형 전체가 그대로 적용되어, 실제 자금을 빼돌린 사람과 동일한 형량 구간에서 양형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된 형이 적용됩니다.
다만 감경된다고 해서 가벼운 사건은 아닙니다. 이득액이 크면 정범의 법정형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감경을 거치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초범인지, 가담 기간과 반복성, 이상 정황을 인식한 이후에도 계속 협조했는지 등은 양형 단계에서 함께 고려됩니다.
5. 고소 이후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방조·공동정범·무혐의 중 어느 쪽으로 갈릴지를 좌우합니다.
경리직원이 횡령 방조 혐의로 함께 고소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 ②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조사받다가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자금의 이체·기장 지시가 언제, 누구로부터, 어떤 경로(메신저·이메일·결재 시스템)로 내려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상하다고 느낀 시점이 있었다면, 그 시점을 전후해 상사나 동료에게 문의·이의를 제기한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해당 업무로 통상 급여 외의 금전적 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 명목과 금액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방조·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다투는 형사변호를 받는다면, 무혐의나 불기소, 또는 종범 감경을 이끌어낼 여지를 넓힐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경리직원 입장에서는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 초기 진술이 방조·공동정범·무혐의 중 어느 쪽으로 사건이 흘러갈지를 좌우하는 만큼, 조사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대응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금을 빼돌린 회사 측 입장에서는 실행행위자뿐 아니라 그 과정을 도운 사람까지 함께 책임을 묻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함께 고소된 경리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단순 업무 처리에 그쳤는지, 아니면 적극적인 가담이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자금을 관리한 회사 측과, 그 과정에서 함께 고소된 실무 담당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누가 어떤 자료를 먼저 정리했는지에 따라 방조와 무혐의 사이에서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사 지시로 이체만 했는데 저도 처벌받나요?
A. 지시를 그대로 수행했을 뿐 자금이 사적으로 유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계기가 없었다면 방조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상 정황을 인식하고도 계속 처리했다면 방조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방조범과 공동정범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방조범은 정범의 범행을 도운 종범으로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되지만, 공동정범은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함께 실행한 것으로 보아 정범과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Q. 저는 이익을 하나도 받지 않았는데도 공범이 되나요?
A. 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공동정범 인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기능적 행위지배, 즉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지위·역할·지배력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방조로 인정되면 형량이 어느 정도인가요?
A. 정범에게 적용되는 법정형에서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필요적으로 감경된 범위에서 형이 정해집니다. 다만 이득액이 커 정범의 법정형 자체가 무거우면 감경 후에도 실형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Q. 참고인으로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가 필요한가요?
A. 참고인 신분이라도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으므로,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과 제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이후 절차에 유리합니다.
Q. 몰랐다고 계속 주장하면 무혐의를 받을 수 있나요?
A. 고의는 내심의 사실이라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상 정황을 인식했음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 없어야 인정받기 쉽습니다. 통상적인 업무 절차를 지켰다는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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