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다가 열 시간이 넘도록 조사실을 나오지 못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경찰이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는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조사가 길어져도 성실하게 다 답하면 오히려 유리하게 봐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 시간, 심지어 밤을 넘겨서까지 이어지는 조사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응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서를 다시 살펴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진술이 흔들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늘어나,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자백이나 진술의 임의성을 판단할 때 조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었는지를 엄격하게 살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사 시간 규정 위반은 단순한 행정규칙 위반에 그치지 않고, 그 조사에서 나온 진술의 증거능력 자체를 흔드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경찰 조사가 12시간을 넘어가는 경우 실제로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경찰 조사에도 법이 정한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총조사시간 12시간, 실제조사시간 8시간이 수사준칙이 정한 원칙적 상한입니다.
많은 분들이 경찰 조사는 경찰이 끝내주기 전까지 무한정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시간 제한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 제22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조사, 신문, 면담 등 명칭을 불문하고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을 조사하는 경우, 대기시간·휴식시간·식사시간 등 모든 시간을 합산한 총조사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12시간은 조사실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걸린 전체 시간을 뜻합니다. 조서를 작성하는 실제 신문 시간만이 아니라 대기·휴식·식사 시간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수사준칙은 총조사시간 중 식사·휴식·조서 열람 시간 등을 제외한 실제 조사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도록 별도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이중의 상한선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이 규정은 수사기관이 재량으로 지키거나 말거나 할 수 있는 권고가 아니라 준수 의무입니다. 다만 뒤에서 살펴보듯 일부 예외 사유가 있어, 시계가 12시간을 가리켰다고 해서 조사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는 대기·휴식·식사를 합쳐 12시간, 실제 조사시간은 8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수사준칙이 정한 원칙입니다.
2. 12시간이 지나면 조사받는 사람은 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시간 제한은 조사받는 사람이 지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수사준칙 제22조가 정한 12시간·8시간 기준은 조사받는 사람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적 의무입니다. 따라서 조사 시간이 이 기준을 넘어가면 피의자나 참고인은 조사관에게 조사 중단이나 다음 기일로의 연기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다만 이 상한이 예외 없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수사준칙은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이 스스로 서면으로 조서 열람을 요청한 경우, 그리고 체포된 상태에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하는 경우나 공소시효 임박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예외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예외는 수사기관의 편의가 아니라 조사받는 사람의 신병·시효와 직결된 몇 가지 사유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조사관이 “조금만 더 하면 끝난다”며 중단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언쟁을 벌이기보다, 중단을 요구했다는 사실과 그 시각을 명확히 남기는 것입니다. 조서 말미에 이의를 기재하도록 요청하거나, 변호인이 있다면 변호인을 통해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해 두면 이후 진술의 임의성을 다툴 때 핵심 자료가 됩니다.
12시간을 넘긴 조사에서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정당한 권리이며, 요구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심야조사와 휴식시간, 재조사 제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12시간 규정만 볼 것이 아니라 심야조사 제한과 휴식시간 규정을 함께 따져야 실효성이 생깁니다.
수사준칙 제21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원칙적으로 심야조사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그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하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등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본인의 사전 동의 없이 밤 시간대까지 조사를 끌고 가는 것은 그 자체로 규정 위반입니다.
아울러 수사준칙 제23조는 조사가 시작된 후 2시간마다 1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주도록 하고, 조사받는 사람이 건강상 이유 등 상당한 사유로 휴식을 요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락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12시간이라는 총량 규정만 알고 있으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무리한 연속 신문을 놓치기 쉬운데, 2시간마다의 휴식 요청권을 함께 알고 있으면 조사 도중에도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사기관은 한 차례 조사를 마친 뒤 8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같은 사람을 다시 조사할 수 없습니다. 하루 조사를 12시간 채워 마친 뒤 몇 시간 만에 다시 조사실로 부르는 방식으로 사실상 시간 제한을 우회하는 것도 이 재조사 제한에 걸립니다.
12시간 총량 제한뿐 아니라 심야조사 금지, 2시간마다의 휴식시간, 8시간 재조사 제한까지 함께 확인해야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4. 시간 제한을 어긴 조사에서 나온 진술은 효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수사준칙 위반은 행정규칙 위반에 그치지 않고 진술의 임의성과 증거능력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제309조는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12시간을 훌쩍 넘긴 조사, 특히 잠을 재우지 않은 채 이어진 조사에서 나온 진술은 바로 이 조항들이 정면으로 작동하는 영역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지나치게 장시간·야간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에서 얻은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왔습니다.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폭언과 강요, 회유한 끝에 받아낸 것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1999. 1. 29. 선고 98도3584 판결).
오래된 대법원 1977. 4. 26. 선고 77도210 판결도 자백의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되고 범행현장 정황과 맞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고문이 아니더라도 다소의 강요나 회유로 임의성이 의심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조사 시간이 길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곧바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 제한 위반은 임의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유력한 정황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특히 임의성에 다툼이 생기면 그것을 입증할 책임은 피고인이 아니라 검사에게 있습니다. 조사 시간, 중단 요구 여부, 휴식 제공 여부를 기록·메모해 두는 것이 나중에 이 다툼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이유입니다.
5.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시각과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실제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 조사 현장에서는 ①조사 시작 시각과 경과 시간을 스스로 확인하고, 12시간·8시간에 근접하면 ②조사관에게 명확히 중단 또는 연기를 요구한 뒤, ③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사실과 시각을 조서에 기재해달라고 요청하며, ④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즉시 연락해 변호인 참여 하에 이후 절차를 진행하는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나 이후 사건을 송치받는 수원지방검찰청, 재판을 담당하는 수원지방법원 단계에서도 조사 당시의 시간 기록은 그대로 쟁점이 됩니다.
조사가 장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 시작 시각, 휴식 여부와 시각, 중단 요구를 한 시각을 스스로 메모하거나 휴대전화로 기록해 둡니다.
중단 요구가 거부되었다면 그 경위를 조서 말미의 이의사항 란에 기재하도록 명시적으로 요청합니다.
조사 종료 후에는 조서 열람 시 시간·휴식 관련 기재가 실제와 다르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고 서명 여부를 신중히 결정합니다.
이러한 기록을 갖추고 있으면, 이후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거나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을 지적할 때 훨씬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됩니다.
마치며
조사가 길어지면 누구나 지치고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여기서 문제를 삼으면 더 불리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장시간 조사를 받은 쪽에서는 나중에 진술을 번복하거나 다투기가 쉽지 않다는 두려움이 크지만, 조사 시간과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었다면 임의성을 다툴 여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조사는 어렵게 받아낸 진술 전체가 증거로 쓰이지 못하게 될 위험을 스스로 떠안는 셈입니다.
저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조사에 동행하거나 진술 방향을 함께 점검해 온 변호사로서, 조사 시간과 절차 하나하나가 이후 사건 전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가 길어지고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사가 12시간을 넘겼는데 경찰이 중단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A. 그 자리에서 다투기보다 중단을 요구한 사실과 시각을 조서에 기재해달라고 요청하고, 이후 변호인을 통해 절차 위반을 서면으로 지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거부 사실 자체가 나중에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12시간을 넘겼다고 해서 조서 내용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나요?
A.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시간 제한 위반은 임의성을 의심하게 하는 유력한 정황이며, 다른 사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는 사유입니다.
Q. 심야조사에 동의하면 밤 시간에도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본인이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도 조사가 가능합니다. 다만 동의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고, 철회 이후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심야조사가 제한됩니다.
Q. 조사 중 휴식을 요청했는데 계속 진행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수사준칙상 2시간마다 10분 이상의 휴식이 원칙이므로, 휴식 요청 사실과 거부 여부를 명확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적으로 휴식이 거부된 경우 조사 전반의 임의성 판단에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는 경우에도 12시간 제한이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수사준칙 제22조는 피의자뿐 아니라 사건관계인, 즉 참고인 조사에도 동일하게 총조사시간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Q. 조사를 마친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나오라고 하면 응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조사를 마친 때부터 8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재조사가 제한됩니다. 그 전에 재조사를 요구받았다면 이 재조사 제한 규정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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