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맞은 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졌다면, 단순한 시술 후유증으로 넘기기 전에 기흉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기흉은 흉배부 경혈에 자침하는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침습적 시술의 부작용이고, 방치하면 폐가 완전히 쭈그러들거나 심장을 압박하는 위중한 상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환자들이 한의사의 시술과 자신의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책임을 묻는 것을 지레 포기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같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적용되는 법적 근거, 기흉이 실제로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책임이 어떻게 완화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한의사도 의료과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료법 제2조 제2항은 한의사를 의사·치과의사·조산사·간호사와 함께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법적 성격은 다른 의료인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환자와 한의사 사이에는 진료계약이 성립하고, 한의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진료할 채무를 부담하므로 이를 다하지 못하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동시에 시술 과정에서 신체에 손상을 입혔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대개 불법행위 구성으로 다투는 경우가 많지만, 두 청구권은 경합적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침은 몸에 직접 도구를 찔러 넣는 침습적 시술입니다. 자침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의 신체를 손상시켰다면 그 자체로 시술상 과실이 문제됩니다. 실제로 장침으로 환자의 폐를 찔러 기흉을 발생시킨 사건에서 울산지방법원 2020노118 판결은 한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형사책임이 인정됐다는 것은 그 기초가 된 시술상 과실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로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침이 폐를 찌르는 이유 — 기흉이 발생하는 구조
기흉은 흉막강 내로 공기가 들어차 폐가 쪼그라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신속히 처치받지 않고 방치하면 공기가 계속 차올라 심장과 대혈관을 압박하는 긴장성기흉으로 악화될 수 있고, 이 단계에 이르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흉배부에 위치한 견정혈·폐유혈·고황혈·대저혈 등 경혈은 해부학적으로 폐첨부와 가까운 곳에 있어, 자침 깊이나 각도를 잘못 잡으면 침 끝이 흉막을 뚫고 들어가 기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위험은 환자의 체형과 시술자의 자침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마른 체형일수록 피부에서 흉막까지의 거리가 짧아 같은 깊이로 찔러도 폐를 다칠 확률이 높아지고, 장침을 사용할수록, 자침 각도가 피부에 수직에 가까울수록 위험은 커집니다. 고령 환자는 폐조직 자체가 약해져 있어 작은 손상에도 기흉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마른 체형 — 피부에서 흉막까지 거리가 짧아 같은 깊이라도 손상 위험이 커짐
장침 사용 — 자침 깊이가 깊어질수록 흉막 도달 가능성 증가
수직에 가까운 자침 각도 — 사각(斜刺)보다 폐 방향으로 곧장 진입할 위험
고령·기저 폐질환 — 폐조직이 약해져 있어 작은 손상에도 기흉으로 진행
흉배부 경혈은 해부학적으로 폐와 가까워, 체형에 맞춰 자침 깊이와 각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시술상 과실이 될 수 있다.
시술 중 주의의무 — 체형과 자침 깊이를 살펴야 한다
앞서 본 울산지방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해자는 키 168㎝, 몸무게 53㎏의 마른 체형이었고, 한의사는 견갑하근 부위에 장침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왼쪽 폐를 찔러 기흉을 발생시켰습니다. 법원은 "마른 사람의 경우 일반인보다 근육이 얇아서 침을 찔러 넣는 속도를 더 줄이고, 목표 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판단해, 환자의 체형을 살펴 자침 속도와 깊이를 조절할 의무를 시술상 주의의무의 내용으로 명확히 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사건 한의사에게는 2016년경에도 비슷한 연령대 환자를 시술하다 기흉을 발생시킨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전력을 과실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사실은 해당 시술자에게 위험이 충분히 예견 가능했음을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결에서 법원은 사망이라는 결과까지는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보아 업무상과실치사는 무죄로, 업무상과실치상만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와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별개로 심리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시술 후 경과관찰·전원의무 — 증상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
기흉은 시술 도중이 아니라 시술이 끝난 뒤 수 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흉통, 호흡곤란, 마른기침, 입술이나 손끝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등이 대표적 신호입니다. 한의사는 위험 부위에 자침한 이후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가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 흉부 엑스레이 등 감별 진단이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히 전원해야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경과관찰·전원의무를 게을리한 경우는 자침 당시의 과실과는 별개의 과실로 평가됩니다. 설령 자침 과정 자체의 각도나 깊이를 두고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증상을 호소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진단을 미뤄 상태를 악화시켰다면 그 지연 자체가 독자적인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긴장성기흉으로 진행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전원 지연은 중한 결과와 곧바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특히 한의원은 대개 자체적으로 흉부영상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증상을 인지한 즉시 영상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넘기는 판단의 신속성 자체가 과실 평가의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술 직후~수 시간 내 갑작스러운 흉통·호흡곤란
마른기침이 지속되고 숨을 깊이 들이쉬기 어려움
입술·손끝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어지럼증·식은땀을 동반한 가슴 답답함
한의사 개인과 한의원 — 누구를 상대로 책임을 묻나
시술한 한의사가 그 한의원을 직접 개설·운영하는 원장 본인이라면, 그 개인에게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함께 물으면 됩니다. 문제는 시술한 사람이 원장이 아니라 고용된 봉직 한의사인 경우입니다. 이때도 시술한 한의사 개인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한의원을 개설·운영하는 사용자, 즉 원장에게도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습니다.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사용자도 배상책임을 진다는 규정이고, 진료행위는 전형적인 사무집행 범위에 포함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책임이 인정됩니다.
실무에서는 시술한 한의사 개인과 한의원 개설자(원장)를 공동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개설자 쪽이 배상 자력을 더 확실히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습니다. 이때 시술한 한의사와 사용자인 원장은 부진정연대책임을 지므로, 둘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으면 나머지에 대한 채무는 함께 소멸합니다. 다만 진료기록부에 실제 시술자가 누구로 기재돼 있는지, 원장이 직접 시술했는지 여부는 소송 초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입니다.
설명의무 — 위험성을 미리 알렸는가
판례는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인에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왔습니다. 발생 확률이 낮은 부작용이라도 그 결과가 중대하다면 설명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법리의 핵심입니다. 기흉은 흉배부·견갑부 자침의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위험 혈위에 자침하기 전에는 이런 가능성을 환자에게 알렸어야 한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시술 자체의 과실과 별개로 다툴 수 있습니다. 자침 각도나 깊이에서의 과실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부나 문진표에 기흉 등 부작용에 관한 설명 기재가 남아있는지 여부가 실제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책임은 어떻게 완화되나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시술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는 일입니다. 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이 확립한 법리입니다. 이 판결은 환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의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인 측이 그 결과가 전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침 시술과 기흉 사건에 대입하면, 시술 전에는 흉통·호흡곤란이 없었다는 점, 자침 부위가 흉배부·견갑부처럼 폐와 가까운 위험 혈위였다는 점, 시술 직후부터 수 시간 이내에 증상이 시작됐다는 점, 흉부영상에서 다른 외상이나 기저질환 없이 기흉만 확인됐다는 점을 함께 갖추면 인과관계 추정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큽니다. 다만 입증책임 완화는 증명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도를 낮춰주는 것이므로, 시간적 근접성과 다른 원인의 부존재는 여전히 환자 측이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시술 당일 진료기록부와 자침 부위 기재 확보
증상이 시작된 시각과 경과를 메모·기록
응급실 내원 기록과 흉부 엑스레이·CT 등 영상자료 확보
필요시 진료기록에 대한 의무기록 감정 신청
환자 측이 시술상 과실과 시간적 근접성, 다른 원인의 부존재를 증명하면 한의사 측이 반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는 추정된다.
손해배상은 어디까지 청구할 수 있나
기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치료비(입원비, 흉관삽관술 등 처치비 포함), 치료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실수입, 그리고 위자료로 구성됩니다. 대부분의 기흉은 흉관삽관 등 적절한 처치를 받으면 완치되지만, 재발성기흉이나 흉막유착, 폐기능 저하 같은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후유장애가 남으면 신체감정을 통해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고, 그 비율만큼 장래 일실수입 손해로 배상액에 반영합니다. 위자료 액수는 시술 당시 과실의 정도, 진단·전원이 지연된 기간, 후유장애 유무와 그 정도, 환자의 나이와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되므로, 사고 경위와 치료 경과를 정리한 자료를 처음부터 꼼꼼히 남겨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형사고소(업무상과실치상)와 민사 손해배상청구는 별개 절차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형사 처벌이 확정되면 그 판단이 민사소송에서 과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진료기록·영상자료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후유장애가 남지 않았더라도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는 청구 가능하며,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은 병행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침을 맞고 며칠 뒤에야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인과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기흉은 시술 직후가 아니라 수 시간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증상이 뚜렷해지는 경우도 있어, 며칠의 시차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차가 길어질수록 다른 원인이 개재됐을 가능성을 배제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므로,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그 사이의 경과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한의원에서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미루거나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의료기관은 환자 본인이나 대리인의 진료기록 열람·사본 발급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요청에도 계속 응하지 않으면 소송 제기 후 문서제출명령이나 진료기록 감정을 통해 법원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이 있고, 발급을 거부한 정황 자체가 나중에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도 있습니다.
Q. 형사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업무상과실치상 형사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청구는 절차와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제도이므로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 수사·재판 과정에서 확보된 진료기록 감정 결과나 유죄 판단은 민사소송에서 과실을 입증하는 데 유리한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치료가 끝나 후유증이 남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청구 실익이 없나요?
A. 후유장애가 남지 않았더라도 입원·통원 치료비, 치료 기간 동안의 일실수입,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후유장애 여부는 손해액의 규모를 좌우하는 요소일 뿐,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유는 아닙니다.
Q. 시술 전에 기흉 위험성을 설명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설명의무 위반은 시술상 과실과 별개로 다툴 수 있는 책임 근거입니다. 자침 자체의 과실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위험성에 대한 설명 없이 시술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Q. 소송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시술일과 증상을 처음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되,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진료기록부터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침 시술로 인한 기흉은 흔치 않다고 여겨지지만, 흉배부·견갑부 경혈에 자침하는 이상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위험입니다. 한의사에게는 환자의 체형에 맞춰 자침 깊이와 속도를 조절할 시술상 주의의무, 이상 증상을 놓치지 않고 신속히 전원할 경과관찰의무, 그리고 위험성을 사전에 알릴 설명의무가 함께 요구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인과관계 입증의 부담도 판례 법리로 상당 부분 완화되어 있습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한의원 시술 후 기흉 진단을 받고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투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진료기록과 영상자료, 증상 발생 경과를 빠짐없이 정리해두는 것이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