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못 줬다고 횡령 고소당했다면 — 계금 소유관계 소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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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곗돈 못 줬다고 횡령 고소당했다면 — 계금 소유관계 소명법 

김강희 변호사


곗돈 못 줬다고 횡령 고소당했다면 — 계금 소유관계 소명법


사건 개요


계를 운영하다 보면 몇몇 계원이 곗돈을 밀리거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정해진 순번의 계원에게 계금을 제때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럴 때 계원들이 "내 돈을 떼먹었다"며 계주를 횡령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계주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돈을 가로채려 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계원의 미납, 사업 부진, 계 자체의 파탄 등으로 지급이 늦어졌을 뿐인데, 곧바로 형사 고소부터 당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을 하다 보면, 고소장 자체가 "계금은 계원 소유이고 계주는 이를 보관하다 가로챘다"는 전제로 작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계금이라는 돈의 법적 성격, 그리고 계가 이미 깨진 상태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법리로 다투느냐에 따라 불기소로 끝날 사안이 유죄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원이 납입한 곗돈은 원칙적으로 계주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횡령죄의 전제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배임죄나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계금의 소유관계와 파계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계원들이 납입한 계금의 소유권이 계주에게 이전되었는지—이전되었다면 애초에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를 전제로 합니다). 둘째, 계금 지급의무를 저버린 행위가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셋째, 고소 시점에 계가 이미 파계되었는지, 그 경위는 무엇인지—파계 이후라면 계 존속을 전제로 한 지급의무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입니다. 넷째, 파계 사실을 숨기고 계가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계속 계금을 징수했는지—이 부분은 별도로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죄명 자체가 잘못 구성된 고소인지, 아니면 실제로 형사책임을 질 지점이 있는지가 소명 내용에 따라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계금의 소유관계를 소명해 횡령죄 구성 자체를 다투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고소의 법적 전제 자체가 맞는지입니다. 대법원은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불입금을 모두 징수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계원이 낸 계금은 일단 계주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금전은 점유가 이전되면 원칙적으로 소유권도 함께 이전되는 특수한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방어 논리를 세웁니다.

1) 계금이 목적·용도가 특정된 위탁금이 아니라 일반 소비가 예정된 금전이었음을 소명합니다.

계좌 내역, 계 운영 방식(월 곗돈이 계주 명의 계좌로 입금돼 다른 계원 지급이나 생활자금 등과 섞여 관리된 정황), 계 규약이나 관행상 계주가 곗돈을 자유롭게 운용해 온 실태를 정리해, 이 곗돈이 특정 목적물로 별도 보관된 것이 아니라 일단 계주 소유로 귀속되는 통상의 계금이었음을 뒷받침합니다. 이 지점이 소명되면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이 처음부터 빠지게 됩니다.

2) 죄명 자체가 잘못 구성됐음을 초기에 의견서로 제출합니다.

고소장이 횡령으로 접수됐더라도 위 법리를 근거로 한 의견서를 수사 초기에 제출하면, 횡령 혐의는 불기소(혐의없음)로 정리되고 쟁점이 배임 성립 여부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죄명 구성을 바로잡아 두는 것이, 재판까지 간 뒤 다투는 것보다 결과와 시간 모두에서 유리합니다.

3) 지급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소명합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위배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계원의 미납, 계 운영상 불가피한 사정, 지급을 늦추는 대신 분할 지급이나 대체 방안을 제시한 이력 등을 정리해 두면, 고의로 지급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상황상 부득이했음을 다툴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파계 경위를 소명해 지급의무 자체가 없었음을 밝히기


계가 이미 깨진 뒤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계가 파계된 후에는 계원들에 대한 불입금 청산의무는 있을지언정, 계 존속을 전제로 한 계금 지급의무는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2093 판결). 즉 파계 이후의 미지급은 애초에 배임죄가 전제하는 '임무'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정리합니다.

1) 파계 시점과 경위를 객관적 자료로 특정합니다.

계원 단체대화방 대화, 계 모임 불참 상황, 곗돈 납입이 중단된 시점, 계주가 계원들에게 계 운영이 어려워졌음을 알린 문자·통화 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언제 어떤 사정으로 계가 사실상 해체되었는지를 특정합니다. 파계 시점이 명확할수록 그 이후의 미지급을 배임으로 구성하기 어려워집니다.

2) 파계 이후 미지급분은 '계금'이 아니라 '청산금'임을 구분합니다.

판례가 인정하는 것은 청산의무이지 계금 지급의무가 아닙니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해, 형사 책임의 근거가 되는 '임무위배'가 아니라 민사상 정산·반환의 문제로 성격을 재정리하면, 형사 고소가 민사로 해결될 사안임을 수사기관에 설득할 여지가 커집니다.

3) 파계 사실을 숨기지 않았음을 소명해 사기 혐의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판례는 계주가 파계 사실을 숨기고 계가 살아있는 것처럼 가장해 계금을 계속 징수했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파계 사실을 계원들에게 알린 시점과 방법(공지, 문자, 모임 등)을 기록으로 남겨, 계속 징수 자체가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기망의 고의가 없었음을 함께 소명해야 사건이 사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곗돈을 못 준 계주가 곧바로 횡령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금은 원칙적으로 계주 소유로 귀속되는 돈이어서 횡령죄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고, 계가 이미 파계된 뒤라면 배임죄가 전제하는 지급의무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두 지점—계금의 소유관계와 파계 경위—을 얼마나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하느냐에 따라 사건이 불기소로 끝날지, 배임이나 사기로 번질지가 갈립니다. 횡령 고소장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억울해하기보다, 계좌 내역과 대화 기록부터 정리해 지금 상황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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