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면 — 아청법 대화죄 방어의 조건
사건 개요
디스코드는 서버마다 성인 인증을 요구하기도 하고, 나이를 밝히지 않은 채 대화가 오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서버에서 알게 된 상대와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성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나중에 그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수사가 시작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정작 대화 당시에는 상대가 스스로 성인이라 밝혔거나, 말투와 대화 수준으로 미루어 성인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은 대개 "속인 건 상대인데 왜 내가 처벌 대상이 되느냐"며 억울해합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5조의2는 상대가 거짓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행위 당시 상대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이 기준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령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그 무인식에 과실도 없었다면 처벌을 피하거나 형을 크게 낮출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진술로 되는 일이 아니라, 대화 당시의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쟁점
아청법 제15조의2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런 대화에 지속적·반복적으로 참여시킨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은 상대가 16세 미만인 경우라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라는 문구 없이, 제1항과 같은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목적을 별도로 증명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라, 상대의 나이가 16세 미만으로 확정되는 순간 방어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툴 수 있는 지점이 하나 남습니다. 바로 고의입니다. 형법의 대원칙상 범죄가 성립하려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여기서는 상대가 아동·청소년, 나아가 16세 미만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인식을 확정적으로 아는 경우뿐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기면서도 대화를 이어간 미필적 인식까지 포함해 판단합니다. 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자료는 대화 중 학교·학년·시험·교복 등 학생 신분을 짐작하게 하는 표현이 있었는지, 나이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과 그 신뢰도, 상대의 말투와 화제 수준이 성인의 것으로 보기 어려웠는지 등입니다.
즉 승패는 "몰랐다"는 주장 자체가 아니라, 그 무인식이 합리적 근거를 가진 것이었는지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연령 인식 여부를 객관적 정황으로 재구성하기
이 단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냥 몰랐다"는 식의 막연한 진술입니다. 미필적 인식조차 없었다는 것을 보이려면, 대화 당시의 구체적 정황을 시간순으로 되짚어 문서화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구성합니다.
1) 대화 전체 로그를 삭제 없이 복원하고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일부 대화만 캡처해 제출하면 오히려 불리한 정황만 부각될 수 있습니다. 디스코드 대화는 서버·채널을 통째로 확보해, 상대가 스스로 나이·학년·직업을 언급한 시점, 성인임을 전제로 한 화제(직장, 술자리, 연애 경험 등)가 오간 시점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특히 대화 초반부에 나이 확인이 있었는지, 그 답변이 이후 대화와 모순되지 않았는지를 표로 정리해 두면 수사·재판 단계에서 인식 여부를 다투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2) 서버·프로필상 '성인 확인' 정황을 별도로 확보합니다.
디스코드의 일부 서버는 입장 시 생년월일 인증이나 성인 인증 절차를 요구합니다. 해당 서버가 그런 절차를 거쳤다면, 서버 규정·인증 안내 메시지·본인이 인증 절차를 완료했다는 기록을 캡처해 둡니다. 이는 "성인만 있는 공간이라고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그런 인증이 없는 공개 서버였다면, 애초에 연령을 신뢰할 근거 자체가 약했다는 뜻이므로 이 지점을 냉정하게 먼저 진단해야 합니다.
3) 나이를 확인하려 한 시도와 그 답변의 신뢰도를 기록해 둡니다.
단순히 "물어봤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제, 어떤 표현으로 나이를 물었고, 상대가 어떤 답을 했는지, 그 답이 당시 대화 맥락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는지를 대화 내용 자체로 보여야 합니다. 상대가 구체적인 나이·직업·학교를 특정해 답했고 이후 대화가 그 설정과 어긋나지 않았다면, 그 답을 신뢰한 데에 과실이 없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16세 기준에 따라 방어 전략의 축을 다시 세우기
상대의 실제 나이가 16세 이상 19세 미만인지, 16세 미만인지에 따라 다퉈야 할 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구분을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헛다리를 짚게 됩니다.
1) 상대방의 실제 연령과 그 확정 근거를 먼저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상대의 나이가 주민등록상 나이인지, 진술만으로 특정된 것인지를 확인합니다. 나이 확정에 다툴 여지가 있다면(예: 생일이 임박해 실제로는 다른 연령대였을 가능성), 그 자체가 별도의 방어 지점이 됩니다. 이 확인이 끝나야 제1항과 제2항 중 어느 조항이 문제 되는 사안인지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이후 전략이 갈립니다.
2) 16세~19세 구간이라면 '성적 착취 목적'의 부존재를 함께 다툽니다.
상대가 16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확인된다면 제1항이 적용되고, 이때는 대화의 지속·반복성뿐 아니라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했는지도 별도의 성립요건입니다. 일회성 대화이거나, 상대가 먼저 화제를 주도한 정황, 착취적 의도 없이 우발적으로 이어진 대화였다는 정황을 함께 제시하면 목적 요건 자체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반면 상대가 16세 미만으로 확정되면 제2항이 적용되어 목적 요건 없이 행위 사실만으로 처벌되므로, 이 구간에서는 목적을 다투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3) 유죄가 인정될 경우에 대비해 부수처분의 범위도 함께 검토합니다.
아청법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과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 경우에 따라 공개·고지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 부수처분이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 부수처분들은 재판부의 재량 범위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정황(초범, 우발성, 반성, 치료 이력 등)을 변론 단계에서부터 함께 준비해야 처분의 강도를 낮출 여지가 생깁니다.
결론
디스코드 같은 익명 플랫폼에서의 대화는 "몰랐다"는 항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법원은 그 항변을 진술이 아니라 정황으로 검증합니다. 대화 당시 무엇을 근거로 상대를 성인이라 믿었는지, 그 근거가 합리적이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내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또한 상대의 나이가 16세를 기준으로 어느 쪽에 속하는지에 따라 다퉈야 할 쟁점 자체가 달라지므로, 이 구분 없이 막연히 "몰랐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방어로서 충분하지 않습니다. 관련 수사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대화 기록을 먼저 정리해 어떤 지점을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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