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집행자 지정 안 했다면 — 상속인이 집행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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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집행자 지정 안 했다면 — 상속인이 집행자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


유언집행자 지정 안 했다면 — 상속인이 집행자가 됩니다


사건 개요


부모님이 남긴 유언장에는 "이 부동산은 막내에게 준다"거나 "이 예금은 오래 병수발을 든 며느리에게 준다"는 내용은 또렷한데, 정작 그 유언을 누가 실행할지는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유언자 입장에서는 재산을 누구에게 남길지가 중요했지, 그것을 '집행'할 사람을 따로 정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사망 이후에 불거집니다. 유증을 받은 사람이 재산을 넘겨받으려는데, 정작 그 유증 때문에 자기 상속분이 줄어드는 다른 상속인이 등기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거나, 예금 인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가장 당황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집행자를 정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사람이 유언 집행의 열쇠를 쥐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았다고 유언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법이 그 자리를 상속인으로 자동으로 채우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채워진 상속인이 하필 그 유증과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에 서 있을 때 시작되고, 이때 흔히 떠올리는 '해임'이라는 카드가 예상과 다르게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유언에 집행자 지정이 없을 때 정말 상속인이 당연히 유언집행자가 되는지, 그 법적 근거입니다(민법 제1095조 — 제1093조·제1094조에 따라 지정된 유언집행자가 없는 때에는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된다). 둘째,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그 여럿 중 누가 집행자가 되는지, 각자 따로인지 전원이 함께인지입니다. 셋째, 그 상속인 가운데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입니다(제1098조 — 제한능력자와 파산선고를 받은 자는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한다). 넷째, 유증 이행에 소극적이거나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상속인 집행자를 '해임'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입니다.

이 중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넷째입니다. 민법 제1106조는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에게 임무 해태나 부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이 해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문언 그대로 읽으면, 제1095조에 따라 법률상 당연히 집행자가 된 상속인은 이 조문이 말하는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집행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협조하지 않는 상속인을 상대로 곧바로 '해임 신청'을 떠올리면, 그 입구부터 막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해임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접근해야 풀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미 상속이 개시됐다면 — 수유자가 쥘 수 있는 카드


상속이 이미 개시되어 상속인이 법정 집행자로 자리잡은 상황이라면, 해임이라는 카드에 매달리기보다 아래 세 갈래를 함께 검토합니다.

1) 법정집행자를 상대로 유증 이행청구를 직접 겨냥합니다.

유증의 목적인 재산은 일단 상속재산으로서 상속인에게 귀속하지만, 수유자는 유증의무자를 상대로 그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유증의무자는 다름 아닌 법정집행자가 된 그 상속인입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부동산인 경우) 또는 인도청구를 겨냥해, 유언장 원본, 유증 목적물의 특정, 유언자의 진의를 뒷받침할 자료(작성 경위, 증인 진술 등)를 미리 갖춰 둡니다. 해임 절차 없이도 이행 자체를 강제할 수 있는 길입니다.

2) 결격사유를 확인해 '애초에 자격 없음'을 주장합니다.

제한능력자(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등)와 파산선고를 받은 자는 애초에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합니다(제1098조). 협조하지 않는 상속인이 여기 해당한다면, 그는 제1095조에 의해서도 처음부터 집행자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지정된 유언집행자가 없는 때'에 준하는 상황이 되어, 법원에 유언집행자 선임을 청구할 근거가 열립니다(제1096조). 다만 대법원은 상속인이 존재하고 그가 법정집행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 한, 상속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함부로 별도의 집행자를 선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므로, 결격사유의 확인이 이 경로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3) 공동상속인 구도를 활용해 과반수를 움직입니다.

상속인이 여럿이면 특정 1인이 아니라 상속인 전원이 공동으로 법정집행자가 되고, 그 임무 집행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합니다(제1102조 준용, 보존행위는 각자 가능). 이해가 상반된 상속인 한 명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상속인들의 과반수 동의를 모으면 집행 자체를 진행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유증 내용이 상속인 전원의 몫을 함께 줄이는 구조라면 이 경로도 막히므로, 그때는 처음부터 이행청구소송으로 방향을 잡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아직 유언장을 쓰는 단계라면 — 이 함정을 통째로 피하는 설계


상담을 미리 청해 오시는 분들께는 아예 이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해 드립니다.

1)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유증엔 제3자 집행자를 반드시 지정합니다.

특정 자녀에게만 부동산을 남기거나, 사실혼 배우자·기부처럼 다른 상속인의 몫과 부딪히는 내용이 들어가는 유언이라면, 상속인 누구에게도 집행을 맡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언으로 변호사 등 이해관계 없는 제3자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해 두면(제1093조), 사후에 '법정집행자와 유증이 이해가 상반된다'는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2) 지정이 부담스럽다면 '지정의 위탁'이라는 대안을 씁니다.

유언 작성 시점에 누구를 집행자로 세울지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그 지정 자체를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예: 담당 변호사)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제1094조). 위탁받은 사람이 유언자 사후에 적임자를 지정하면, 마찬가지로 상속인 자동집행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3) 이미 작성된 유언장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재점검합니다.

이미 써 둔 유언장이 있다면 집행자 지정란이 비어 있는지, 유증 내용이 특정 상속인의 이해와 정면으로 부딪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비어 있다면 자필증서·공정증서 등 유언 방식의 요건을 지켜 집행자 지정 조항만 보완하는 재작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결론


유언집행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유언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법이 그 자리에 상속인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세워진 상속인이 유증과 이해가 부딪히는 자리에 서 있을 때, 그리고 그 자리에서는 익숙한 '해임'이라는 카드가 문언상 통하지 않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상속이 개시됐다면 이행청구·결격사유·공동집행 구도라는 세 갈래를 살펴 대응 경로를 짜야 하고, 아직 유언장을 준비 중이라면 이 문제를 통째로 없애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 집행자를 지정해 두는 것입니다. 유언장에 집행자 지정이 비어 있다면,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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