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위탁판매대금 정산 늦었다고 횡령죄일까요
사건 개요
중고차 매매업을 하다 보면 차주로부터 차량을 위탁받아 대신 팔아 주고, 판매대금에서 수수료 등을 뗀 나머지를 차주에게 돌려주는 거래가 하루에도 여러 건씩 오갑니다. 문제는 그 정산이 계약서 문구처럼 "판매 즉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명의이전과 저당권 말소가 끝나야 잔금을 확정할 수 있고, 여러 차주의 대금을 한 계좌에서 굴리다 보면 이번 주 정산분을 다음 정산 주기에 묶어 처리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런데 차주 입장에서는 사정을 알 길이 없습니다. "차는 판렸다는데 왜 돈이 안 들어오느냐"며 며칠을 기다리다, 결국 횡령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실제로 상당합니다. 딜러 입장에서는 "곧 정산해 줄 생각이었다"는 말이 억울하게 들리지만, 수사기관은 그 말을 그대로 믿어 주지 않습니다. 법은 이 사안을 판매대금이 애초에 누구 소유였는지, 정산이 늦어진 것이 딜러 개인의 유용인지 아니면 정해진 정산 관행에 따른 것인지라는 틀로 가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산이 늦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탁판매대금에서 비용·수수료를 공제한 뒤 정산하기로 하는 등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면, 그 정산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다만 이 방어가 통하려면 "관행이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 관행을 증명하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판단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판매대금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서 보관된 것인지 — 위탁품의 소유권은 위임자에게 있고 판매대금도 수령과 동시에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 둘째, 비용·수수료 공제 후 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이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그 약정에 따른 정산관계가 밝혀졌는지 — 대법원은 이 정산관계가 밝혀지지 않는 한 위탁물을 판매해 소비하거나 인도를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813 판결). 넷째, 딜러에게 불법영득의사 — 위탁 취지에 반해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 가 있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연결돼 있어서, 앞 단계에서 '보관자 지위'와 '정산관계'를 다투지 못하면 뒤의 불법영득의사 판단까지 불리하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대응의 출발점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정산이 늦어진 구조를 처음부터 증거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정산 관행을 '특별한 약정'으로 세워 즉시 횡령 성립을 차단하기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할 것은 "정산이 늦었다 = 횡령"이라는 도식 자체입니다. 판매와 동시에 전액을 즉시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아니라, 비용을 정산한 뒤 나머지를 지급하기로 한 구조였다면 그 자체가 형법상 곧바로 횡령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사정이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세웁니다.
1) 정산 관행을 계약·거래내역으로 입증합니다.
"업계 관행이 그렇다"는 진술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위탁계약서나 위탁확인서에 정산 주기·정산 조건이 명시돼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없다면 과거 같은 차주 또는 다른 차주들과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정산 시점·주기를 계좌 입출금 내역과 문자·카카오톡 대화로 재구성합니다. 이번 건만 유독 늦은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동일한 주기로 정산해 왔다는 반복성을 보여줄수록, 이번 지연이 개인적 유용이 아니라 기존 정산 구조의 연장선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2) 공제 항목을 분리해 '순수 위탁자 몫'을 특정합니다.
매매수수료, 탁송료, 정비·성능점검 비용, 취등록세 대납액 등 딜러가 먼저 지출하고 사후 공제하는 항목들을 영수증·입금증으로 정리해, 판매대금 전액이 아니라 공제 후 남는 금액만이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몫임을 명확히 합니다. 이 작업이 곧 대법원이 요구하는 '정산관계'를 밝히는 작업이며, 정산관계가 불명확한 상태로는 검찰도 횡령 액수를 특정해 기소하기 어렵습니다.
3) 명의이전·저당권 말소 등 '정산 전제조건'의 진행 상황을 남깁니다.
중고차 거래는 소유권이전등록과 근저당권 말소가 끝나야 최종 정산액이 확정되는 구조가 흔합니다. 이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 — 관할 관청 접수증, 말소 신청 서류, 신규 매수인과의 잔금 처리 경과 등 — 을 시계열로 정리해 두면, 정산이 늦어진 원인이 딜러의 자금 유용이 아니라 절차상 불가피한 대기 기간이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사실관계로 혐의 자체를 부정하기
정산관계를 다투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결국 개인적으로 돈을 썼다"는 정황을 잡으면 혐의는 다시 살아납니다. 불법영득의사는 위탁 취지에 반해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를 뜻하며, 보관자가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확인합니다.
1) 자금이 사업 계좌 안에서 순환되고 있었음을 자금흐름표로 보여줍니다.
여러 차주의 판매대금과 매입대금, 운영비가 뒤섞여 도는 것이 딜러 계좌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문제가 된 정산금이 개인 채무 변제나 사적 소비로 빠져나간 흔적이 없고, 다른 차량 매입·탁송·정비 등 정상적인 영업 자금으로만 오갔음을 계좌 거래내역과 지출증빙으로 정리하면, 대금을 빼돌릴 의사가 아니라 자금이 영업 구조 안에서 돌고 있었을 뿐이라는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판매대금을 곧바로 개인 채무 변제 등 사적 용도로 돌린 사실이 확인되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6191 판결), 이 구분을 먼저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2) 지연 사실을 스스로 먼저 고지한 정황을 확보합니다.
고소가 접수되기 전, 차주에게 "정산이 이번 주기로 늦어진다"는 취지를 문자나 통화로 먼저 알린 기록이 있다면 매우 유리합니다. 몰래 대금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니라 정산 지연 사실 자체를 공개하고 있었다는 점은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핵심 정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록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정산 계획과 지급 가능 시점을 구체적으로 통지해 반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 두어야 합니다.
3) 정산 지급 능력을 계좌 잔액과 자산 현황으로 뒷받침합니다.
돈을 갚을 능력 자체가 없었다면 반환 의사를 아무리 주장해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정산 예정액에 상응하는 자금이나 회수 예정인 매출채권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계좌 잔액, 미수금 내역 등으로 뒷받침해, "지급할 능력도 의사도 있었는데 절차상 시점이 늦어진 것뿐"이라는 그림을 완성합니다.
결론
위탁판매대금 정산이 며칠 늦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건은 그 지연이 정해진 정산 구조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대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인지를 증거로 갈라내는 데 있습니다.
정산 관행과 비용 공제 내역, 지연 사실을 먼저 알린 정황, 지급 능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갖추어 둘수록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미 고소장이 접수됐거나 고소를 예고받은 상황이라면, 지금까지의 정산 내역과 거래 구조를 놓고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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