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가 10년간 횡령한 5억, 그 액수 정말 맞을까요
사건 개요
10년 넘게 회사 경리·자금 업무를 맡아 온 직원이 어느 날 대표로부터 "그동안 회삿돈 5억 원을 빼돌렸다"는 고소를 당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계기는 대개 외부 세무조사나 신임 회계 담당자의 장부 정리 과정에서 드러난 '알 수 없는 차액'입니다. 회사는 10년치 장부를 훑어 입금과 지출의 누적 차이를 계산해 그 전액을 횡령액으로 제시하고, 곧바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소환조사가 이어집니다.
정작 당사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 지시로 처리한 개인 경비도 있었고, 정산이 늦어진 가지급금도 있었는데 그걸 다 내가 훔친 돈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장부상 차액이 그대로 '피해액'으로 굳어지기 쉽고, 한 번 5억이라는 숫자가 공소장에 박히면 이후 그 숫자를 깨는 일은 훨씬 어려워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훔쳤다/안 훔쳤다"는 단순한 부인이 아니라, 10년치 자금 흐름을 개별 거래 단위로 다시 세워 그중 실제로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개인이 취득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가려내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의 결과에 따라 5억이 그대로 유지될 수도, 훨씬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 다툼이 벌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회사가 제시한 '5억'이 개별 거래별로 특정된 금액인지, 아니면 10년치 장부의 입출금 차액을 뭉뚱그린 추정치인지입니다. 둘째, 각 거래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진 횡령행위(형법 제356조 업무상횡령)인지, 아니면 가지급금·대납금·정산 지연처럼 정상적 업무처리로 설명되는지입니다. 셋째, 인정되는 액수가 5억 원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 적용 대상인지 여부가 갈린다는 점, 그리고 10년이라는 기간 중 초기 거래에 공소시효 문제가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액수를 다투는 작업이 곧 죄의 성립 여부를 다투는 작업이고, 동시에 어떤 법률이 적용되어 형량이 어디까지 벌어지는지를 정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감정적 부인보다 숫자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서 승부가 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자금 흐름을 거래 단위로 재구성해 5억의 근거를 허물기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5억'은 대개 10년치 장부의 총 입금액과 총 지출액을 대조해 나온 누적 차액입니다. 이 숫자는 편리하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그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순서로 자금 흐름을 다시 세웁니다.
1) 장부상 '차액'과 실제 '횡령액'을 분리합니다.
회사 회계장부, 전표, 결재 품의서, 은행 거래내역을 전부 확보해 연도별·거래별로 대조합니다. 10년치 누적 차액에는 단순 회계 오류, 이중기장, 세금계산서 발행 지연, 정산이 늦어진 항목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항목을 걸러내면 애초에 제시된 5억 자체가 실체 없는 숫자였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2) 불법영득의사가 없는 정상적 업무처리를 가려냅니다.
대표 개인 카드 대금이나 접대비를 경리가 대신 지출하고 정산받지 못한 가지급금, 회사 관행상 별도 결재 없이 처리되던 소액 경비, 다른 직원의 급여를 대신 이체한 뒤 상계 처리한 내역 등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어려운 정상적 업무처리에 해당합니다. 이런 항목을 하나하나 증빙자료로 소명해 횡령액에서 제외시킵니다.
3) 계좌추적 결과와 대조해 실제 귀속을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의 계좌추적 결과를 확보해,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경리 개인 계좌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거래처 결제·다른 직원 급여·회사 운영비 등 회사 목적으로 다시 흘러 나갔는지를 대조합니다. 이 대조를 통해 5억 중 실제로 개인이 취득해 보유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구체적 숫자로 추려내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액수 구간이 가르는 처벌 수위부터 다투기
액수를 다투는 것은 단순히 형량을 몇 개월 줄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정되는 금액이 어느 구간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 자체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점을 처음부터 전략의 축으로 삼습니다.
1) 5억이라는 경계선의 의미를 짚습니다.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지만,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되고, 이 경우 집행유예를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인정 액수가 5억 원 아래로 내려가면 형법상 단순 업무상횡령으로 남아 벌금형 병과나 정상참작에 따른 집행유예까지도 논의할 수 있는 범위가 열립니다. 5억이라는 문턱 자체를 다투는 작업이 이래서 결정적입니다.
2) 초기 거래의 공소시효를 검토합니다.
업무상횡령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49조에 따라 10년입니다. 10년에 걸친 반복 행위는 동일한 범의 아래 계속됐다고 보아 포괄일죄로 묶이면 시효가 가장 마지막 행위를 기준으로 계산되지만, 개별 거래를 분리해 별개의 행위로 평가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가장 오래된 거래분은 시효 도과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자금 흐름을 거래별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액수뿐 아니라 이 시효 항변과도 곧바로 연결됩니다.
3)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됐는지를 다툽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요구합니다. "10년간 5억 원"처럼 기간과 총액만 적시한 채 개별 행위가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방어권 보장의 관점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이는 액수를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무죄 주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절차적 쟁점입니다.
결론
"10년간 5억을 횡령했다"는 고소장의 문구는 강렬하지만, 그 숫자가 어떻게 계산됐는지를 뜯어보면 실제로 인정될 수 있는 액수는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액수가 5억 원이라는 경계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형량의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이런 사건의 진짜 무게중심입니다.
고소를 당한 시점에서 감정적으로 억울함만 호소하기보다는, 10년치 자금 흐름을 거래 단위로 다시 세우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결과를 바꿉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장부와 계좌 내역을 어떻게 정리해 대응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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