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행과 어울리다 함께 붙잡혔다면 — 통역과 영사 조력
사건 개요
한국에 일하러 오거나 유학을 온 외국인이 같은 나라 출신이거나 국적이 다른 지인들과 자주 어울려 지내다가, 그중 한 명의 집이나 원룸에서 모임을 갖던 중 그 자리에서 대마초나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신고나 첩보를 받은 경찰이 들이닥쳐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전원이 현행범 체포 또는 임의동행 형태로 함께 연행되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문제는 이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본인은 그 자리에 있었을 뿐 투약을 하지 않았거나, 권유를 받고 잠깐 손을 댄 정도인데, 경찰서에 도착하면 일행 전원이 사실상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한국어 능력이 일상 대화 수준에 그치는 경우, 조사관이 불러주는 대로 진행되거나 급하게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돌려가며 진행된 조사에서 자신이 정확히 무슨 내용에 서명했는지조차 불분명한 채로 조서가 완성되어 버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방어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통역을 통한 정확한 의사소통, 본국 영사관의 조력, 그리고 '함께 있었다는 사실'과 '실제로 가담한 정도'를 구분해 정리하는 진술 관리, 이 세 가지를 조사 초기에 확보하느냐가 이후 절차의 흐름 — 기소 여부, 적용 죄명, 나아가 체류자격 유지 여부 — 을 가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실제로 마약을 투약·소지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에 불과한지 — 형법 제30조가 정한 공동정범(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에 해당하는지, 가담의 정도가 낮아 형법 제32조의 방조(종범)에 그치는지, 그것도 아니면 범죄와 무관한 단순 동석에 불과한지입니다. 둘째, 조사 과정에서 통역이 적법하게 제공되었는지 — 범죄수사규칙 제40조가 정한 통역인 참여와 조서 기재 절차를 거쳤는지입니다. 셋째, 체포·구속 시 영사관계에관한비엔나협약 제36조 제1항 (b)호와 이를 반영한 범죄수사규칙 제91조에 따른 영사통보권을 고지받았는지입니다. 넷째, 이미 작성된 진술서·조서의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와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있다면 이를 언제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따로 노는 쟁점이 아니라 서로 맞물립니다. 통역이 부실했다면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리고, 영사통보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그 절차 위반이 이후 증거능력을 다투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적 하자를 다투기 위해서라도, 애초에 '내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에 대한 진술이 흔들림 없이 일관되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통역·영사 조력을 조사 초기에 절차로 확보하기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가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은 조사 자체가 적법한 절차를 따라 진행되었는가입니다.
1) 통역인 참여를 조사 시작 전에 명시적으로 요청하고 조서에 남깁니다.
한국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형사절차의 전문적인 용어와 절차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수사규칙 제40조는 통역인을 통해 조사했다면 그 사실과 통역을 통해 조서를 열람·고지받았다는 사실, 통역인의 기명날인을 조서에 남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 없이, 또는 형식적으로만 거쳐 진행된 조사라면, 그 진술이 정확한 의사소통의 결과인지부터 다투어야 합니다.
2) 영사통보권 고지 여부를 처음부터 확인하고, 통보를 요청합니다.
영사관계에관한비엔나협약 제36조 제1항 (b)호와 이를 반영한 범죄수사규칙 제91조는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수사기관이 본인에게 영사기관과 자유롭게 접견·교통할 수 있고 체포·구속 사실을 영사기관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고지와 통보 요청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조사가 진행되었다면,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둡니다. 대법원은 이 고지가 누락된 경우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해 절차 위반의 정도를 판단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도17103 판결). 통보 이후에는 영사관원과의 접견을 통해 국내 절차 전반을 안내받고, 필요하다면 현지어가 가능한 변호인 조력을 조기에 연계합니다.
3) 이미 작성된 조서·진술서를 통역인과 함께 재검토합니다.
통역 없이 또는 부실한 통역으로 이미 서명한 서류가 있다면, 그 내용을 사후적으로라도 정확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실제 진술 취지와 조서에 기재된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추가 진술이나 의견서를 통해 그 차이를 조사 초기 단계에서 바로잡아 두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뒤늦게 말을 바꿨다'는 의심을 받기 쉬워지므로, 이 작업은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함께 있었다'와 '가담했다'를 구분하는 진술로 관리하기
통역과 영사 조력으로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했다면, 다음은 실제 가담 정도를 사실 그대로 진술에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1) 시간·장소·행위를 순서대로 재구성합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범행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형법 제30조에 대한 확립된 해석입니다. 그래서 언제 그 장소에 도착했는지, 마약을 준비하거나 나누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아니면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이 진행 중이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이 재구성이 구체적일수록, 단순 동석과 공동 가담을 구분하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2) 다른 일행의 진술과 대질 가능성에 대비합니다.
함께 연행된 일행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기 쉽고, 그 진술들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른 일행이 책임을 분산시키려 본인의 관여 정도를 부풀려 진술할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의 진술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된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해 두고, 필요하다면 진술거부권(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을 행사할 시점과 범위를 함께 판단합니다.
3) 체류자격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 대응 시점을 설계합니다.
마약류 관련 혐의는 수사 결과와 별개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퇴거나 출국명령 등 행정절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의 진행 상황을 출입국 당국에 어떻게 소명할지, 어느 시점에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형사 대응과 함께 미리 설계해 두어야, 형사처분과 체류자격이라는 두 갈래의 절차에서 불필요한 불이익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
외국인이 지인들과 어울리다 함께 검거되는 사건은, 본인의 실제 가담 정도와 무관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취급을 받기 쉽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어디까지나 개별 행위와 인식을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합니다.
통역과 영사 조력이라는 절차적 권리를 조사 초기에 정확히 행사하고, 자신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흔들림 없는 진술로 정리해 두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무엇을 요청하고 무엇을 기록해 두어야 하는지 서둘러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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