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개인 간 금전거래에서 차용증에 “정해진 기한 내 갚지 못하면 원금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채권자분들 중 상당수는 “차용증에 위약금 조항까지 넣어뒀으니, 못 갚으면 그 금액 그대로 다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넉넉하게 액수를 정해 둡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까지 가면, 법원이 그 금액을 절반 가까이 깎아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위약금과 위약벌을 엄격히 구분하면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항이 위약벌로 인정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대여금에 붙인 위약금 약정이 어떤 경우에 감액되고, 어떤 경우에 감액되지 않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위약금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봅니다.
개인 간 또는 지인 간에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에 “정해진 기한 내 갚지 못할 경우 원금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조항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당사자가 스스로 정한 내용이니만큼 법원도 이를 함부로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차용증에 단순히 “위약금”이라고만 적혀 있다면,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조항은 채무불이행, 즉 기한 내 미변제로 인한 손해를 미리 정해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성격이 정해지면 민법 제398조 제2항이 함께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직권으로 적당한 금액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차용증에 적힌 위약금 액수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송 단계에서 조정될 여지가 처음부터 열려 있는 셈입니다.
빌려준 돈에 붙인 위약금 조항은 유효하지만, 원칙적으로 법원이 조정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됩니다.
2.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은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와 예정 경위까지 살펴 감액 여부를 판단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의 “부당히 과다한 경우”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조문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일관된 판단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이 기준을 대여금 위약금에 대입하면, 원금 대비 위약금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예를 들어 원금의 30~50%를 웃도는 경우), 채무자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급하게 돈을 빌리며 어쩔 수 없이 높은 위약금에 동의한 사정, 실제 연체로 발생한 손해(지연이자 상당액)에 비해 예정액이 지나치게 큰 사정 등이 감액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예정액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이 될 정도로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 없이도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3. 감액 여부는 위약금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재 목적이 뚜렷한 위약벌로 인정되면 법원은 감액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앞서 본 감액 법리는 어디까지나 그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일 때 적용됩니다. 그런데 차용증에 붙은 위약금 조항이 실제로는 손해배상과 무관하게 “약속을 어기면 무조건 이만큼 물어낸다”는 제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계약에 실손해 배상을 전제로 한 조항이 따로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는 등 그 위약금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위약벌로 인정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고 있고 위약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바, 이는 위약벌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달리 취급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으로 볼 수 있어 법률의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위약벌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액수가 지나치게 과도해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그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감액이 아니라 무효화이므로, 인정되는 문턱이 감액보다 훨씬 높습니다.
같은 위약금이라도 위약벌로 판단되면 법원의 감액 재량 자체가 사라지고, 무효 주장이라는 훨씬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4. 이자제한법도 감액 폭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위약금이 실질적으로 이자 성격을 띠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집니다.
이자제한법은 금전소비대차 계약상 이자의 최고한도를 연 20%로 정하고 있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봅니다. 초과 이자를 이미 지급했다면 원본에 충당되거나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여금에 붙은 위약금 조항이 사실상 연체이자, 즉 지연손해금 성격을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그 실질을 고려해 이자제한법의 취지가 감액 판단에 참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원이 예정액을 연 20% 안팎의 수준으로 맞춰 감액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이유입니다.
반대로 조항이 위약벌로 인정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6다259769 판결은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 이자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 계약 위반자를 제재하고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위약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위약벌로 성격이 정해지면 연 20%라는 상한 자체가 작동하지 않아, 액수가 훨씬 큰 폭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금액의 위약금이라도 그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것인지, 위약벌로 볼 것인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남는 채무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차용증을 작성하거나 감액을 다툴 때 이 구별부터 명확히 해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5. 위약금 감액은 소송에서 항변으로 직접 주장해야 합니다
법원이 알아서 깎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소송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위약금 감액 분쟁은 통상 ①채권자의 내용증명을 통한 변제 최고 → ②지급명령 신청 또는 대여금반환청구소송 제기(채무자 주소지 관할, 예를 들어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 ③채무자 측의 답변서·준비서면을 통한 위약금 조항의 감액 또는 무효 항변 제출 → ④법원의 심리를 거친 판결 선고 및 확정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감액은 법원이 직권으로도 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지만, 실무에서는 채무자 측이 계약 경위와 경제적 지위, 실제 손해액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도 판단할 근거를 얻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위약금 조항이 위약벌 성격임을 뒷받침할 계약서 문구와 체결 경위를 미리 준비해두어야 감액 주장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대여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어떤 문구로 되어 있는지, 손해배상 조항과 별도로 규정돼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원금 대비 위약금의 비율과 실제 연체 기간 동안 발생한 손해(지연이자 상당액)를 비교해 과다 여부를 가늠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의 경제적 상황과 협상 경위를 뒷받침할 문자·통화 기록 등 정황 자료를 미리 정리해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춘 뒤 대여금 및 위약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감액 주장이든 감액 방어든 실제 소송에서 유리한 결론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치며
돈을 빌려주고 위약금 조항까지 꼼꼼히 넣어두었는데도, 막상 받아야 할 돈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손에 쥐게 되는 경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위약금 조항에 서명했던 채무자 입장에서도, 그 조항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에서는 위약금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부터 명확히 해두고, 실제 손해를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해야 감액 폭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약금을 물게 된 채무자 입장에서도 “차용증에 적힌 대로 다 물어야 한다”고 지레 포기할 일이 아니라,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소명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대여금과 채권추심 사건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쪽과 위약금 조항으로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조항 하나의 성격 규정에 따라 최종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위약금 조항의 성격과 감액 가능성을 정확히 따져보는 것이 결론을 바꾸는 시작점입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용증에 위약금 조항을 넣으면 무조건 유효한가요?
A.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다만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Q. 위약금과 위약벌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계약서 문구와 체결 경위, 위약금을 둔 주된 목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실손해 배상을 전제로 한 조항과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는 등 손해전보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위약벌로 인정됩니다.
Q. 감액을 받으려면 소송 중 별도로 주장해야 하나요?
A.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도 있지만, 실무에서는 경제적 지위·계약 경위·실제 손해액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법원이 판단 근거를 얻습니다.
Q. 위약금이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넘으면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 즉 사실상 이자 성격으로 평가되면 이자제한법의 취지가 감액 판단에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약벌로 인정되면 이자제한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위약벌로 인정되면 아무리 액수가 커도 그대로 받아낼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감액되지 않지만, 액수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면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대여금 반환 소송은 어느 법원에 제기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피고, 즉 채무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수원 지역에 거주한다면 수원지방법원이 관할이 됩니다.
Q. 위약금 감액 다툼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무엇인가요?
A. 차용증의 위약금 조항 문구, 원금 대비 위약금 비율, 실제 발생한 손해를 가늠할 수 있는 연체 기간·이자 상당액 자료가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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