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지인이나 동료 여러 명이 의기투합해 함께 돈을 빌리고, 그 중 몇 명이 갚지 않아 나머지에게 전액을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투는 대여금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채권자분들 중 상당수는 “여러 명이 같이 빌려 갔으니, 아무나 한 명한테 전부 받아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돈을 안 갚는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나머지 채무자에게는 각자 몫만큼만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여럿이 공동으로 돈을 빌린 사건에서 ‘연대’라는 명시적 표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분할채무로 본다는 민법의 대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차용의 목적이 사업자금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여럿이 함께 빌려간 돈을 각자에게 절반씩만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전액을 받아낼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관련 법리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여럿이 함께 빌린 돈은 원칙적으로 각자 몫만큼만 갚는 분할채무입니다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여러 명이 함께 빌린 돈도 민법 제408조에 따라 균등하게 나뉘어 각자의 채무가 됩니다.
민법 제408조는 “채권자나 채무자가 수인인 경우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각 채권자 또는 각 채무자는 균등한 비율로 권리가 있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를 분할채권·분할채무의 원칙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민법은 여러 명이 하나의 금전채무를 부담할 때 이 원칙을 기본값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함께 3천만원을 빌렸다면, 차용증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 이상 각자는 전체 금액이 아니라 1천만원씩만 갚을 의무를 부담합니다. “다 같이 빌렸으니 다 같이 책임진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법적으로는 애초에 세 개의 서로 다른 채무가 성립하는 셈입니다.
대법원도 다수당사자의 채권관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원칙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민법상 다수당사자의 채권관계는 원칙적으로 분할채권관계이고 채권의 성질상 또는 당사자의 약정에 기하여 특히 불가분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가분채권관계로 보아야 하며, 하나의 가분급부에 관하여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수인인 경우에 원칙적으로 분할채권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0다13628 판결).
금전은 대표적인 가분급부이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빌린 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결국 채무자 중 한 사람이 돈을 갚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 몫까지 다른 채무자에게 자동으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여럿이 함께 빌린 돈이라도, 특별한 표시가 없다면 민법 제408조에 따라 각자 균등한 몫만큼만 갚는 분할채무가 원칙입니다.
2. “연대해서 갚겠다”는 표시가 없으면 한 사람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연대채무가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연대’ 관계를 인정하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나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분할채무 원칙의 예외인 연대채무는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민법 제413조는 “수인의 채무자가 채무 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고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되는 다수당사자의 채무를 연대채무로 한다”고 정하는데, 이런 연대채무 관계는 당사자의 약정이나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실무에서는 차용증에 “차용인 일동은 연대하여 변제한다”거나 “연대책임을 진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이런 문구 없이 그저 여러 명의 이름과 서명만 나란히 적혀 있는 차용증이라면, 채권자가 뒤늦게 “연대책임이었다”고 주장해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일부 채무자만 연대보증 형태로 서명했다면 그 사람에 한해서만 전액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나머지 공동차용인은 여전히 분할채무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결국 채권을 확보하려는 쪽이라면 처음 돈을 빌려줄 때부터 ‘연대’라는 단어와 전원의 서명을 차용증에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
반대로 돈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도, 차용증에 연대 문구가 없다면 다른 공동차용인의 몫까지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연대’라는 표시가 없다면, 채권자는 공동차용인 중 어느 한 사람에게 전액을 청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3. 사업자금이나 동업자금으로 빌린 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차용 목적이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상법 제57조에 따라 연대책임이 원칙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분할채무 원칙은 순수한 개인 간 금전 대차를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돈을 빌린 목적이 사업이나 영업을 위한 것이었다면 상법이 적용되면서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상법 제57조 제1항은 “수인이 그 1인 또는 전원에게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동업자들이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동으로 돈을 빌렸다면, 이는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고, 민법상 분할채무 원칙이 아니라 상법상 연대책임이 적용될 여지가 큽니다.
대법원도 조합 형태의 동업 사업에서 발생한 채무의 성격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조합의 채무는 조합원의 채무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채권자는 각 조합원에 대하여 지분의 비율에 따라 또는 균일적으로 변제의 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나, 조합채무가 특히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 상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6919 판결).
즉 같은 “여럿이 함께 빌린 돈”이라도, 생활비나 개인적인 용도로 빌렸다면 분할채무, 사업자금·투자금 조달처럼 영업을 위한 것이었다면 연대채무로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자금이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차용 당시 사업 목적이 명확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공동으로 빌린 돈이라면, 민법상 분할채무가 아니라 상법 제57조에 따른 연대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한 사람이 갚지 못하면, 그 몫의 손실은 채권자가 떠안게 됩니다
분할채무에서는 한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채권자가 그대로 부담합니다.
분할채무와 연대채무의 실질적인 차이는 채무자 중 한 명이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졌을 때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연대채무라면 채권자는 자력이 있는 다른 채무자에게 나머지 전액을 청구하면 되지만, 분할채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세 사람이 3천만원을 분할채무로 빌렸는데 그중 한 사람이 파산하거나 재산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 채권자는 나머지 두 사람에게 원래 정해진 1천만원씩만 청구할 수 있을 뿐, 파산한 사람 몫인 1천만원을 나머지 두 사람에게 나눠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 1천만원의 회수 불능 위험은 채권자가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소를 제기하기 전에 각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미리 파악해, 상대적으로 자력이 있는 채무자부터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진행하고, 무자력 채무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재산 추적이나 강제집행 시효 관리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만 채무자 중 한 명에 대한 채권을 시효로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분할채무는 각각 독립된 채무이므로, 소멸시효도 채무자별로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분할채무에서는 한 채무자가 갚지 못해도 그 부담이 다른 채무자에게 넘어가지 않고, 회수 불능의 위험은 채권자가 부담합니다.
5. 돈을 돌려받으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 채무의 성격을 먼저 정리해야 절차 전체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대여금 회수 절차는 통상 ①내용증명 발송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 ②채무자 주소지 관할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며 → ③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통상의 민사소송으로 전환되어 심리가 진행되고 → ④승소 확정 후에도 임의로 갚지 않으면 재산조회·압류 등 강제집행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채무가 분할채무인지 연대채무인지는 청구취지와 소장 작성 단계부터 갈립니다. 분할채무라면 각 채무자를 상대로 각자의 몫만큼만 청구취지를 특정해야 하고, 연대채무나 상행위 연대책임을 주장하려면 그 근거—차용증의 연대 문구, 자금의 사업 목적—를 증거로 함께 제출해야 법원이 받아들입니다.
여럿이 함께 빌려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면, 소송을 시작하기 전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이나 계약서에 “연대하여 변제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있다면 서명자 전원이 그 문구에 동의하고 서명했는지 확인합니다.
빌려준 돈이 사업자금·투자금 등 영업 목적으로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계좌이체 내역, 사업자등록증, 문자·대화 기록 등)를 모읍니다.
각 채무자의 재산 상태와 연락 가능 여부를 파악해, 자력이 있는 채무자부터 우선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진행할지 순서를 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채권 성격을 정확히 판단받는다면, 분할채무라도 각 채무자별로 신속하게 회수 절차를 밟거나, 연대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전액 청구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마치며
여럿이 함께 빌려 간 돈 문제는 “같이 빌렸으니 누구한테 받아도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정작 소송을 준비하는 단계에서야 분할채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만큼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차용증에 연대 문구를 넣고, 자금 용도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비책입니다. 반대로 여럿이 함께 돈을 빌린 채무자 입장에서도, 차용증에 연대 문구가 없다면 다른 사람 몫까지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대응해야 억울하게 전액을 물어주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여금·채권추심 사건에서 돈을 돌려받으려는 채권자와, 반대로 부당하게 전액 책임을 요구받는 공동채무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채무의 성격을 정확히 규명하는 첫 단계에서 사건의 결론이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여럿이 함께 빌려간 돈, 얼마를 누구에게 받을 수 있는지는 차용 경위와 자료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용증에 여러 명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고 “연대”라는 말은 없는데, 한 명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민법 제408조에 따라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각자 균등한 몫만큼만 책임지는 분할채무로 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전액을 청구하려면 연대 약정이나 상행위 등 별도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Q. 동업자 세 명이 사업자금을 함께 빌렸는데, 사업이 망해서 한 명이 잠적했습니다. 나머지 두 명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업자금 조달 목적의 차용은 상법 제57조에 따라 상행위로 인한 채무로 인정되어 연대책임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자금이 실제로 사업 목적으로 쓰였다는 자료를 갖추면 나머지 채무자에게 전액 청구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Q. 저는 다른 사람이 빌린 돈에 “같이 쓰겠다”고만 했지 차용증에 서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책임을 지나요?
A. 차용증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돈을 함께 받아 쓴 정황이 명확하고 채권자가 이를 입증한다면 별도의 법률관계(부당이득 등)가 문제 될 수는 있습니다.
Q. 공동차용인 중 한 명에게만 소송을 걸어 승소하면, 나머지 사람들 몫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분할채무는 각자 독립된 채무이므로, 각 채무자를 상대로 별도의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진행해야 하며, 한 명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다른 채무자에게 자동으로 미치지 않습니다.
Q. 채무자 중 한 명이 “내 몫은 이미 다른 사람이 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분할채무는 각자의 채무가 독립적이므로, 실제 변제 여부는 계좌이체 내역이나 영수증 등 구체적인 증거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그 채무자의 책임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Q. 분할채무인지 연대채무인지 애매할 때는 소송에서 어떻게 다투나요?
A. 연대책임을 주장하는 쪽(대개 채권자)이 연대 약정이나 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집니다. 차용증 문구, 자금 이체 목적, 사업자등록 여부 등 구체적인 자료를 갖추는 것이 소송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Q. 지급명령과 소송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요?
A. 채무자가 다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지급명령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유리하지만, 채무의 성격(분할·연대)이나 금액을 두고 다툼이 예상된다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진행하며 증거를 충실히 준비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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