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기·횡령·배임이나 명예훼손 같은 고소사건에서, 수사 초기에 검찰이 피의자에게 “형사조정 절차에 회부되었다”는 통지서를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의자분들 중 상당수는 통지서를 받고도 “어차피 재판도 아닌데 무시하면 그만이다”, 또는 반대로 “괜히 나갔다가 불리한 말만 하게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통지서를 방치하거나 조정기일에 임했다가, 오히려 사건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범죄피해자 보호법 실무는 형사조정의 참석 여부와 결과가 검사의 처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면서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형사조정 통지를 받은 피의자가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지, 참석이 왜 대체로 유리한 선택인지, 그리고 조정기일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조정 출석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임의 절차입니다
통지서를 받았다고 반드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선택이 이후 처분에 영향을 줍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제1항은 검사가 피의자와 범죄피해자 사이의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수사 중인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조정에 회부되었다는 통지 자체에는 법적 강제력이 없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조정 절차는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통지도 소환장이 아니라 우편·전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별도의 제재나 형사처벌이 따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응하지 않으면 조정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고 사건은 그대로 담당 검사에게 돌아가 통상적인 수사·처분 절차를 밟게 됩니다. 조정이라는, 피해회복과 정상참작을 통해 사건을 유리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 하나가 그대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형사조정 출석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그 선택은 이후 검사의 처분 방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2. 아무 사건이나 형사조정에 회부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검사가 합의로 풀릴 여지가 있다고 본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 제46조는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사건을 차용금·공사대금·투자금 등 개인 간 금전거래로 인한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 명예훼손·모욕 등 사적 분쟁의 성격이 강한 고소사건, 그 밖에 형사조정으로 분쟁 해결이 적합한 고소사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 불기소처분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다만 기소유예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에는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하지 아니한다(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제2항).
바꿔 말하면 통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검사가 이 사건을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명백히 무혐의로 끝날 사안도 아니며,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실질적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신호입니다. 처음부터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는 사건이라면 통지 자체가 오지 않습니다.
형사조정 통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검사가 이 사건을 합의를 통한 실질적 회복이 가능한 사건으로 분류했다는 뜻입니다.
3. 조정에 응하면 합의와 피해회복이 검사의 처분에 실질적으로 반영됩니다
조정이 성립되면 기소유예·불기소 등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형사조정이 성립하면 형사조정위원회는 그 결과를 형사조정결정문으로 작성해 사건을 회부한 검사에게 보냅니다. 검사는 이 결과를 수사와 처분 과정에서 실제로 참고하며, 이는 산문으로만 남는 합의가 아니라 조정조서·결정문이라는 공식 서류로 사건 기록에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사기·횡령·배임처럼 피해금 반환이 문제 되는 재산범죄에서는, 조정을 통해 피해금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거나 구체적인 변제계획에 합의하면 그 자체가 명확한 피해회복 증빙으로 남습니다. 조정 밖에서 구두로만 오간 합의보다 사건 처리에서 훨씬 강한 정상참작 자료가 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조정 과정에서 분명하게 기재되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사건이라도 검사가 기소유예나 약식명령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조정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면 이런 정상참작 자료를 처음부터 만들 기회가 없습니다.
형사조정에서 이루어진 합의와 피해회복은, 구두 합의와 달리 검사의 처분에 그대로 반영되는 공식 자료로 남습니다.
4. 조정이 결렬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법률상 금지돼 있습니다.
형사조정에 나갔다가 상대방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면, 그 사실이 이후 수사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피의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우려에 대해서는 법률이 이미 명확한 답을 두고 있습니다.
검사는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할 때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5조 제4항).
이 규정 덕분에, 조정에 응했다가 상대방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되더라도 그 결렬 자체가 곧바로 불리한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참석이 밑져야 본전에 가까운 선택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주의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조정 자리에서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미리 정리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진술 범위를 넓히면, 다투어야 할 부분까지 스스로 좁혀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나가면 유리하다”와 “나가면 위험하다”는 둘 다 과장이고, 핵심은 준비된 상태로 참석하는 것입니다.
조정 불성립 자체는 법률상 불이익 사유가 아니지만, 준비 없는 참석은 다툴 부분을 스스로 좁힐 위험이 있습니다.
5. 통지서를 받으면 이 순서로 확인하고 조정기일에 나가야 합니다
관할 확인부터 변호사 상담까지, 조정기일 전 준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형사조정은 대체로 ①고소장 접수 후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수사가 개시되고, ②사건을 넘겨받은 검사(수원지방검찰청)가 형사조정 회부를 결정하면 당사자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회부 의사를 확인하며, ③당사자가 동의하면 형사조정위원회가 조정기일을 통지해 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④조정 성립 여부에 따라 검사가 불기소·기소유예 또는 정식 수사 후 기소를 결정하며, 기소되면 관할 법원(수원지방법원)의 재판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통지서를 받고 조정에 응하기로 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서에 적힌 사건번호·죄명과 형사조정 대상 사건이 맞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피해회복 범위(반환 금액·조건)와 본인이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합니다.
변호사와 상담해 조정에서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서부터 다툴지 방향을 정한 뒤 조정기일에 참석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조정에 임하면, 단순히 통지에 응하는 것을 넘어 사건 전체의 흐름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형사조정 통지서를 받고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낯선 절차인 데다, 무시해도 되는지 응해야 하는지조차 명확히 안내받지 못한 채 통지서만 덜렁 받아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피해 회복을 원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사조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형사재판이나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통로입니다.
반대로 통지를 받은 피의자 입장에서도, 준비된 상태로 조정에 임하면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사건을 조기에 정리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 유리한 절차가 아닙니다.
저는 형사조정에 회부된 사건에서 피해 회복을 원하는 피해자와, 통지를 받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피의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준비 여부에 따라 조정의 결과와 이후 처분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형사조정 통지서를 받았다면, 응할지 말지를 혼자 판단하기보다 그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조정 통지서를 그냥 무시해도 처벌받지 않나요?
A. 출석 자체는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무시했다고 별도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정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사건이 통상적인 수사·기소 절차로 넘어가므로, 합의를 통해 사건을 유리하게 정리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Q. 형사조정에 나가면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A. 조정 자체가 진술을 강요하는 절차는 아니지만, 준비 없이 나가 즉흥적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 이후 다툴 여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와 인정 범위를 미리 정리한 뒤 참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조정이 결렬되면 형이 더 무거워지나요?
A. 아닙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5조 제4항은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Q. 형사조정에서 합의하면 사건이 완전히 끝나나요?
A. 조정 성립이 곧바로 사건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검사가 조정 결과를 참고해 불기소·기소유예 등 처분을 결정하는 것이며, 최종 처분 권한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습니다.
Q. 변호사 없이 혼자 형사조정에 나가도 되나요?
A.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인정할 사실관계와 반환·합의 조건의 범위를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하게 될 위험이 있어 변호사와 사전에 상담하는 것을 권합니다.
Q. 형사조정에 회부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혐의를 인정받았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형사조정은 유·무죄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당사자 간 분쟁 해결을 돕는 절차입니다. 다만 명백히 무혐의로 끝날 사안이었다면 애초에 조정에 회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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