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뒤, 경찰 조사 일정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자분들 중 상당수는 “신뢰관계인 동석은 미성년자한테만 해당되는 거 아니냐”, “혼자서도 침착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조사실에 혼자 들어갔다가, 막상 가해자와의 관계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위축되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법원과 수사기관은 성폭력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을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법이 정한 권리로 엄격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실무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신청 요건을 갖췄는데도 수사기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동석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절차상 문제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동석 가능한 사람의 범위, 실제 신청 절차를 최근 법령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신뢰관계인 동석은 미성년자만이 아니라 성인 피해자에게도 인정됩니다
형사소송법과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동석 제도를 별도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는 두 단계로 나뉩니다. 제1항은 증인의 연령·심신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현저한 불안이나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재량으로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킬 수 있다는 일반 규정이고, 제2항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동석하게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입니다.
이 조항은 형식상 법원의 증인신문을 전제로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3항이 제163조의2를 검사·사법경찰관의 참고인 조사에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결국 경찰·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같은 취지의 동석 권리가 인정됩니다.
따라서 성인 피해자라도 나이나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조사 과정에서 현저한 불안이나 긴장을 겪을 수 있다는 사정만 소명하면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동석 제도는 미성년자·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을 겪는 모든 피해자에게 열려 있는 절차적 권리입니다.
2. 성폭력 피해자는 신청만 하면 원칙적으로 동석이 보장됩니다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수사기관도 동석 신청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는 형사소송법의 일반 규정보다 한층 강한 보장을 두고 있습니다. 강간·강제추행 등 일정한 성폭력범죄(같은 법 제3조부터 제8조까지, 제10조 및 제15조)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검사·피해자·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법원은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아닌 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제3조부터 제8조까지, 제10조 및 제15조(제9조의 미수범은 제외한다)의 범죄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에 검사,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신청할 때에는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여야 한다. 제1항은 수사기관이 같은 항의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 관하여 준용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 제1항·제2항).
즉 경찰·검찰 조사 단계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은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1항이 법원의 ‘재량’ 사항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동석시켜야 하는 의무로 한 단계 강화되어 있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한 차이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청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보장받는 것”입니다.
3. 동석 가능한 신뢰관계인의 범위는 배우자부터 상담원까지 폭넓습니다
가족·변호사는 물론 피해자를 지원해온 상담원도 신뢰관계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규칙 제84조의3은 신뢰관계인의 범위를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고용주, 변호사, 그 밖에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마지막 항목인 ‘그 밖에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폭넓게 인정되어, 반드시 가족이 아니더라도 성폭력상담소나 해바라기센터 등 지원기관의 상담원, 평소 피해자를 지원해온 활동가도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동석에는 제한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3항은 동석한 사람이 진술을 방해하거나 그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34조 제3항은 신뢰관계인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거나 피해자 본인이 동석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애초에 동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가해자와 가까운 친족을 신뢰관계인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배제되는 사례입니다.
신뢰관계인은 피해자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면 충분하되, 진술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사람은 배제됩니다.
4. 동석은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거능력을 자동으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동석은 심리적 지지 장치이며, 진술의 임의성과 증거가치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의 취지는 피해자가 위축되지 않고 사실대로 진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다만 동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진술을 자동으로 확고한 유죄 증거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 12. 23.자 2018헌바524 결정에서, 영상물에 담긴 미성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신뢰관계인 등 동석자의 법정진술만으로 인정하도록 했던 구법 조항에 대해, 피고인이 그 진술 내용 자체를 반대신문으로 다툴 기회를 사실상 봉쇄한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이후 관련 규정은 피의자·피고인에게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 경우에만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정비되었습니다.
따라서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하는 것과 별개로, 조사 시점부터 피해 경위·시간·정황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가능하다면 영상녹화 조사를 통해 진술 과정 자체를 남겨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더 유리합니다.
동석은 진술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돕는 장치일 뿐, 진술 내용의 신빙성은 결국 구체성과 일관성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동석 신청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전 담당 수사관에게 미리 신청해야 준비된 상태로 동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뢰관계인 동석은 통상 ①고소·신고 접수 단계(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서)에서 담당 수사관에게 서면 또는 유선으로 동석 의사를 미리 전달 → ②경찰 조사 시 신청한 신뢰관계인과 함께 출석 → ③사건이 검찰(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된 뒤 추가 조사나 대질이 있을 경우 그 단계에서도 동일하게 재신청 → ④기소되어 법원(수원지방법원) 증인신문 단계에 이르면 성폭력처벌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다시 신청하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주변에 마땅한 신뢰관계인이 없다면, 성폭력상담소나 해바라기센터 등 피해자 지원기관에 먼저 연락해 상담원의 동석을 함께 요청하는 방법도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동석을 원하는 사람이 형사소송규칙상 신뢰관계인 범위(배우자·가족·변호사·상담원 등)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조사 전에 담당 수사관 또는 검사에게 신뢰관계인 동석 의사를 서면이나 유선으로 미리 전달합니다.
동석 예정자가 피해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지, 진술을 방해할 우려는 없는지 사전에 점검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미리 정리해두면 조사 당일 갑작스럽게 동석이 불허되거나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하다면 변호사가 신청서 작성과 수사기관과의 사전 조율을 함께 도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기까지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보니, 정작 조사를 앞두고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까지 챙기지 못하고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를 입은 쪽에게도, 반대로 억울하게 조사를 받게 된 쪽에게도 조사 초기의 대응이 이후 전체 절차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어느 쪽이든 조사 전에 자신이 가진 권리와 절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해온 경험과, 반대로 피의자·피고인을 변호해온 경험을 모두 가진 변호사로서, 조사 초기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이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그 시점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때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조사 전 단계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뢰관계인 동석은 미성년자 피해자만 신청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2항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능력이 미약한 경우 의무적으로 동석시키도록 정하고 있지만, 성인 피해자도 현저한 불안·긴장이 인정되면 같은 조 제1항이나 성폭력처벌법 제34조에 따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신뢰관계인 동석은 언제 신청해야 하나요?
A. 조사 일정이 잡히면 출석 전에 담당 수사관에게 미리 신청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조사 당일 갑작스럽게 요청하면 동석자의 자격 확인 등으로 일정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Q. 가족이 아니어도 신뢰관계인이 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규칙 제84조의3은 배우자·가족뿐 아니라 변호사, 그 밖에 심리적 안정과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신뢰관계인으로 인정하고 있어, 상담기관 상담원 등도 동석할 수 있습니다.
Q. 수사기관이 동석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34조에 따라 신청이 있으면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동석시켜야 하므로,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필요하면 변호사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신뢰관계인이 조사 중 대신 진술해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신뢰관계인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역할일 뿐이며, 진술을 방해하거나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면 배제될 수 있습니다.
Q. 동석했다는 사실만으로 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동석은 진술 환경을 안정시키는 장치일 뿐이고, 진술의 신빙성은 결국 구체성·일관성과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로 별도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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