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물론 지인 간 개인 대여에서도, 배우자 한쪽이 빌린 돈을 갚지 않자 채권자가 다른 배우자에게까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건 배우자가 빌린 거지 저는 서명도 안 했는데 왜 저한테까지 갚으라는 거예요”라는 생각으로 채권자의 청구를 그냥 무시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까지 가면, 그 채무가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었다는 이유로 배우자 본인의 재산까지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우자의 채무를 다른 배우자가 함께 갚아야 하는 ‘일상가사’의 범위를 금액·목적·실제 사용처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연대책임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배우자 명의로 빌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배우자가 빌린 돈이 어떤 경우에 일상가사채무로 인정되어 함께 갚아야 하는지, 그리고 채권자·배우자 각각의 입장에서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부는 원칙적으로 재산이 분리되어 있고, 빚도 각자 책임입니다
배우자가 진 빚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함께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민법 제830조는 부부 각자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하고, 누구 명의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만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재산이 분리되어 있는 만큼, 채무 역시 원칙적으로는 그 채무를 진 배우자 개인이 책임집니다.
다만 민법은 이 원칙에 예외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제827조는 부부 사이에 일상의 가사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정하고, 제832조는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경우 다른 일방도 그로 인한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즉 채무의 성격이 ‘일상가사’에 해당하는지가 함께 갚아야 하는지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문제는 이 ‘일상가사’라는 말이 법조문만 봐서는 범위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채권자와 배우자 양쪽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 범위를 넓게 혹은 좁게 해석하려는 경우가 많고, 이 지점에서 다툼이 시작됩니다.
부부는 원칙적으로 재산과 채무가 분리되어 있고, 일상가사에 해당하는 채무만 예외적으로 함께 책임집니다.
2. ‘일상가사’ 채무인지는 금액·목적·실제 사용처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부부의 생활 형편과 채무의 실제 용도를 함께 살펴 일상가사 여부를 가립니다.
대법원은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통상 필요한 법률행위를 말하고, 그 구체적인 범위는 부부공동체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 등 생활 형편과 거주 지역사회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부의 일방이 행한 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의 종류·성질 등 객관적 사정과 함께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와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 등 현실적 생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처가 교회 건축헌금이나 가게 인수자금, 대규모 주택 구입자금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차용한 행위는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1229 판결).
이 기준에 따르면 식료품이나 의류 구입, 집세·공과금 지급처럼 생활비 성격의 지출은 대체로 일상가사에 포함됩니다. 반면 사업 운영자금, 순수한 투자 목적의 차용, 도박자금, 타인 채무에 대한 보증처럼 부부 공동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전 거래는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일상가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채권자 입장에서는 “배우자니까 당연히 같이 갚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배우자 입장에서도 “내가 서명하지 않았으니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상가사 해당 여부는 채무 명의가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부부 공동생활에 쓰였는지로 판단됩니다.
3. 가족이 함께 살 집을 마련하려고 빌린 돈은 일상가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차용 목적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일상가사 해당 여부를 가른 사례들을 보면, 같은 ‘금전 차용’이라도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특히 가족이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차용은 일상가사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의 종류, 성질 등 객관적 사정과 함께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와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 직업, 재산, 수입 등 현실적 생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가족이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을 차용한 행위는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6877 판결).
반대로 앞서 본 것처럼 사업자금이나 대규모 부동산 투자 목적의 차용은 같은 액수라도 일상가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금액의 크고 작음보다, 그 돈이 부부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한편 설령 엄밀한 의미의 일상가사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배우자가 평소 집안일을 대리해 온 정황이 있고 채권자가 그 대리권 범위를 넘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인정되어 결과적으로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도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를 이루며 대외적으로 부부로 행세해 온 경우, 일상가사대리권을 기본대리권으로 한 표현대리 성립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0. 12. 23. 선고 80다2077 판결).
차용 목적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대리권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지가 함께 갚을 책임을 가릅니다.
4. 연대책임이 인정되면 배우자 명의의 재산까지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패소하면 채무를 지지 않은 배우자의 고유재산도 집행 대상이 됩니다.
일상가사채무로 연대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은 단순히 “도의적으로 함께 갚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채권자가 승소 확정판결을 받으면, 실제로 빚을 진 배우자뿐 아니라 다른 배우자 명의의 예금·부동산·급여 등 고유재산에 대해서도 압류·강제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대여금 채무는 이행을 지체할수록 지연손해금이 계속 늘어납니다. 당사자 간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약정이 없으면 민법상 법정이율이,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이율이 적용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 범위가 불어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민법 제832조 단서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배우자 일방이 채권자에게 “다른 일방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명시적으로 알린 경우에는 연대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의사표시를 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스스로 증명해야 하므로, 구두로만 알리기보다는 서면이나 문자 등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5. 대여금 소송으로 다투게 되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 제기 전 자료 정리가 일상가사 해당 여부를 다투는 결과를 좌우합니다.
배우자의 빚을 둘러싼 다툼은 통상 ①채권자의 지급명령 신청 또는 대여금 청구소송 제기(관할은 원칙적으로 피고 주소지 법원이며, 수원 지역에 거주한다면 수원지방법원) → ②배우자 측의 답변서·준비서면 제출을 통한 일상가사 해당 여부 다툼 → ③변론기일에서 통장 거래내역·차용증·실제 지출 내역 등 증거조사 → ④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 절차로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채권자로서 청구를 준비하는 입장이든, 배우자로서 청구를 방어하는 입장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이나 계약서에 배우자 본인의 서명, 연대보증 문구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빌린 돈이 실제로 생활비·주거비 등 부부 공동생활에 쓰였는지 통장 거래내역과 지출 내역으로 확인합니다.
채권자에게 다른 배우자의 책임 없음을 명시적으로 알린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이를 증명할 자료가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여금·채권추심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실제 채무가 일상가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정확히 짚어 대응 방향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배우자의 빚 문제는 “그래도 부부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배우자니까 당연히 같이 갚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배우자 입장에서는 “내가 빌린 것도 아닌데 설마 나한테까지”라는 생각으로 청구를 방치하다가 소송이 이미 진행된 뒤에야 대응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그 돈이 실제로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쓰였다는 자료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반대로 배우자의 채무를 떠안게 될까 걱정하는 배우자 입장에서도 무작정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버티기보다, 그 돈의 실제 용도와 자신이 대리권 범위 밖의 행위였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저는 대여금을 받아내야 하는 채권자 측과, 반대로 배우자의 채무를 떠안을 위기에 놓인 배우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일상가사’라는 문구를 두고도 어떤 자료를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배우자의 빚 문제로 채권자의 연락을 받았거나, 반대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고민하고 계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우자가 몰래 빌린 돈도 제가 갚아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함께 갚을 책임은 그 채무가 일상가사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발생하며, 사업자금이나 개인적 투자처럼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한 큰 금액은 원칙적으로 빌린 배우자 개인의 책임입니다.
Q. 이혼하면 배우자가 진 빚을 갚지 않아도 되나요?
A. 이미 일상가사채무로 성립한 연대책임은 이혼했다고 곧바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혼 이후 배우자가 새로 진 채무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Q. 채권자가 저에게도 갚으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빌린 돈의 차용 목적과 실제 사용처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업자금이나 개인 용도로 쓰였다는 자료(계약서, 거래내역 등)를 정리해 일상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소명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Q. 배우자 명의로만 빌린 돈인데 제 재산이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나요?
A. 법원이 그 채무를 일상가사채무로 인정해 확정판결이 나면, 배우자 본인의 예금·부동산 등 고유재산도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채권자에게 “배우자는 책임이 없다”고 미리 말해두면 안전한가요?
A. 민법 제832조 단서에 따라 명시적으로 알린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의사표시를 했다는 사실은 스스로 증명해야 하므로 구두보다는 서면이나 문자 등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서도 이런 책임이 적용되나요?
A. 판례는 혼인신고가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을 하며 대외적으로 부부로 행세해 온 경우, 일상가사대리권을 바탕으로 한 표현대리가 인정되어 유사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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