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증재죄, 청탁하며 돈을 건넨 쪽도 처벌될까
배임증재죄, 청탁하며 돈을 건넨 쪽도 처벌될까
법률가이드
횡령/배임

배임증재죄, 청탁하며 돈을 건넨 쪽도 처벌될까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나 발주 담당자에게 “잘 좀 봐달라”며 금품을 건넸다가, 정작 자신이 배임증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그냥 성의 표시로 인사를 한 것뿐이다”, “상대방이 먼저 필요하다고 해서 준 것뿐이다”라는 생각으로 거래처 담당자나 발주 책임자에게 돈을 건넨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인사였다”, “상대가 요구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임증재죄의 성립 요건, 특히 ‘부정한 청탁’의 의미를 폭넓고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무언가를 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정황상 청탁의 취지가 인정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고, 상대방이 처벌받지 않더라도 돈을 건넨 사람만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청탁하며 돈을 건넨 사람이 어떤 경우에 배임증재죄로 처벌되는지, 그리고 수사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청탁하며 돈을 건넨 사람도 배임증재죄로 별도 처벌됩니다

형법 제357조는 돈을 받은 사람과 건넨 사람을 각각 다른 조항으로 처벌합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배임수재죄로 규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그 재물이나 이익을 공여한 사람도 배임증재죄로 별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배임수재죄보다 낮지만, 벌금형이라도 전과가 남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회사 임직원, 조합 관계자, 발주·구매 담당자처럼 타인을 위해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상대방이 공무원이라면 형법 제133조 뇌물공여죄가 적용되지만, 민간 회사나 단체의 임직원이라면 배임증재죄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두 죄는 상대방의 지위를 기준으로 나뉩니다.

“그냥 부탁만 했을 뿐이다”, “상대가 먼저 요구해서 줬을 뿐이다”라는 항변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조문 자체가 청탁을 하며 대가를 건넨 행위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상대방의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공여자 본인의 행위만으로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7조는 돈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청탁하며 건넨 사람도 별도 조항으로 처벌합니다.


2. “그냥 인사차 드린 것”이라는 말로는 부정한 청탁을 피하지 못합니다

부정한 청탁인지는 명시적 대가 약속이 없어도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배임증재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돈을 건넨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전에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1263 판결).

즉 “이렇게 해달라”고 콕 집어 말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의 직위와 영향력, 건넨 금액의 규모와 시기, 평소 개인적 친분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했을 때 묵시적으로라도 특정한 편의를 기대하고 건넨 것으로 보이면 부정한 청탁이 인정됩니다.

실무에서는 “명절 인사치레였다”, “업계 관행이었다”는 항변이 자주 나오지만, 금액이 통상적인 의례 수준을 넘어서거나 마침 계약·발주 시점과 맞물려 있다면 이런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대가로 얻으려 한 이익의 종류와 액수, 지급 방식(현금·차명계좌·물품 등)이 부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요구가 없어도 정황을 종합해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상대방이 처벌받지 않아도 청탁하며 돈을 건넨 사람은 처벌될 수 있습니다

배임증재죄는 상대방의 유죄 여부와 무관하게 공여자 자신의 부정성을 기준으로 독립 판단됩니다.

배임수재죄와 배임증재죄는 서로 마주 보는 필요적 공범 관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항상 함께 처벌되거나 함께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형법 제357조 제2항에 규정한 재물 또는 이익의 공여자에게 부정한 것이 없는 한 배임증재죄는 성립되지 아니하며, 이는 그것을 받은 사람으로 보아 부정한 것인 여부에 구애되지 않는다(대법원 1979. 6. 12. 선고 79도708 판결).

이 판례가 보여주는 원리는 반대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즉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당한 업무 범위 내의 요청으로 볼 여지가 있어 무죄가 되더라도, 건넨 사람이 애초에 부정한 의도로 편의를 기대하고 돈을 건넸다면 그 사람만 배임증재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으니 나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공여자 본인이 청탁 당시 어떤 의도와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배임증재죄는 상대방의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공여자 자신의 부정성만으로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4. 건넨 금액이 반복·누적되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낱개로는 소액이라도 반복 지급된 금액은 포괄일죄로 합산됩니다.

배임증재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배임수재죄보다 가볍지만, 실무에서 실제 선고되는 형은 건넨 금액의 규모와 지급 횟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한 번에 거액을 건넨 경우가 아니라 명절·상반기·하반기 등으로 나눠 여러 차례 소액을 반복해서 건넨 경우, 하나의 범의 아래 반복된 행위로 보아 전체 금액을 합산한 포괄일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낱개로는 수십만원이라도 누적되면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한 형법 제357조 제3항은 수재자, 즉 돈을 받은 사람이 취득한 재물을 몰수하거나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여자에게는 이런 몰수·추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이미 건넨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형사처벌까지 받는 이중의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부정한 청탁 없이 순수한 의례적 목적으로 건넨 것이었는지, 수사 초기 자수·반환 여부는 성립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수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청탁 당시의 정황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배임증재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사업장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 수사 → ②참고인·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반복·거액 지급이 확인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청탁하며 돈을 건넨 사실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청탁 당시 주고받은 대화·문자·메신저·이메일 등 정황 자료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돈을 건넨 경위와 방식(계좌이체 내역, 현금 지급 정황, 물품 영수증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3. 상대방이 실제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그 직무와 청탁 내용이 관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임증재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청탁의 존재 여부와 부정성을 다투는 방향을 초기에 설계해 불필요한 처벌 확대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청탁하며 돈을 건넨 사건은 “그래도 부탁 좀 들어달라고 성의 표시를 한 것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건넨 쪽 입장에서는 그 청탁이 왜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는지, 통상적인 의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급 경위와 금액,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자료가 쌓일수록 방어에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돈을 받은 쪽 입장에서도 “그냥 성의 표시로 받은 것”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어떤 청탁이 있었는지, 업무와 관련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청탁하며 돈을 건넨 쪽과 돈을 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돈을 건넨 사람이 저인데, 상대방은 “받았을 뿐 봐준 것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제가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여자의 부정성은 상대방이 실제로 청탁을 들어줬는지, 그것이 상대방 입장에서 부정한 것인지와 별개로 판단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탁 당시 본인이 어떤 의도로 돈을 건넸는지가 핵심입니다.

Q. 상대방이 먼저 “이 정도는 줘야 한다”고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준 것도 처벌되나요?

A.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입니다. 다만 강요나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경위가 별도로 고려될 수 있으므로, 요구받은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명절 선물이나 식사 대접 정도로도 배임증재죄가 되나요?

A. 금액과 시기, 상대방의 직무 관련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통상적인 의례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특정 편의를 기대한 정황이 없다면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렵지만, 계약·발주 시점과 맞물리거나 금액이 이례적으로 크다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공무원이면 배임증재죄가 아니라 다른 죄가 적용되나요?

A. 네. 상대방이 공무원이라면 형법 제133조 뇌물공여죄가 적용되고, 회사 임직원이나 조합 관계자처럼 민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면 배임증재죄가 적용됩니다. 두 죄는 상대방의 지위를 기준으로 나뉩니다.

Q. 여러 번에 나눠서 소액씩 건넨 경우와 한 번에 크게 건넨 경우, 처벌이 다른가요?

A. 합산 금액이 같다면 결과적으로 비슷하게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반복 지급은 하나의 범의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포괄일죄로 합산되는 경우가 많아, 낱개 금액이 적다고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책임도 지나요?

A. 가능합니다. 청탁의 대가로 발주·계약이 부당하게 성사됐다면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 회사나 조합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 수사 기록이 그 입증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청탁의 존재 여부와 부정성은 초기 진술과 정황 자료로 상당 부분 판가름 나기 때문에, 조사 전에 자료를 정리하고 진술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3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