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 계약 과정에서 임대인이 지방이나 해외에 있어 연락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이 “제가 대신 받아서 임대인에게 전달하겠습니다”라며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직접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중개인이니까 믿고 맡겨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개인 개인 계좌로 넘어간 보증금이 임대인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고, “며칠만 융통하겠다”거나 “다른 계약 정산이 끝나면 보내겠다”는 식으로 미뤄지다가 결국 반환이 지연되거나 아예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번진다는 점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를 판단할 때, 정식 위임장이나 서면 계약이 없더라도 계약·관습·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위탁관계가 인정되면 보관자 지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중개인이 전세보증금을 대신 받아 임대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경우 어떤 요건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피해를 입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중개인이 대신 받은 전세보증금도 임차인·임대인의 재산일 뿐입니다
중개인 명의 계좌로 들어간 순간에도 보증금의 소유권은 넘어가지 않습니다.
전세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금전입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또는 중개인이 “제가 정산해서 넘겨드리겠다”고 자청하면서 중개인 개인 계좌나 사무실 명의 계좌로 보증금이 먼저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보증금의 소유권은 임차인 또는 임대인에게 있을 뿐, 중개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중개인은 “받아서 임대인에게 전달한다”는 특정한 목적으로만 그 돈을 맡아 갖고 있는 것이므로, 법적으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게 됩니다.
실무에서는 이 보관 기간이 하루이틀에 그치지 않고 몇 주, 심하면 몇 달까지 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이 중개인이 개인적인 자금 사정 때문에 보증금에 손을 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중개인 명의 계좌에 잠시 들어왔다는 사정만으로 보증금의 소유권이 중개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2. 정식 위임장이 없어도 위탁관계가 인정되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구두로 부탁받아 받은 돈이라도 목적과 다르게 쓰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그 보관이 업무로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중개업 자체가 업으로 이루어지는 이상, 중개 과정에서 받은 보증금을 소비했다면 단순횡령이 아니라 업무상횡령이 문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항변은 “정식으로 위임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편의상 받아준 것뿐”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탁관계의 성립 범위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위탁관계는 반드시 계약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규정, 관습,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고, 위탁관계가 있는지는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즉 서면 위임장을 주고받지 않았더라도, “받아서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승낙하고 실제로 돈을 받아 보관했다면 그 자체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위탁관계가 성립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식 위임장이 없었다는 사정은 위탁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3. “중개 관행이었다”는 항변은 임의소비의 책임을 지워주지 않습니다
잠시 융통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목적을 벗어난 사용이라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법은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거래대금을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중개업자나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의 명의로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공인중개사법 제31조). 이는 애초에 중개인 개인이 거래대금을 직접 보관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전장치를 갖춘 예치 방식을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개인 계좌로 보증금을 받아 두었다가 “요즘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서 잠시 썼다”, “곧 다른 계약 잔금이 들어오면 메꿀 생각이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관 목적과 다르게 돈을 쓴 시점에 이미 불법영득의사는 인정되고, 이후에 메꾸거나 갚을 계획이 있었다는 사정은 횡령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따라서 “곧 갚을 생각이었다”, “원래 다들 이렇게 처리한다”는 식의 해명은 형사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목적과 다르게 소비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진술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잠시 융통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목적을 벗어나 돈을 쓴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4. 받아 간 금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이득액 구간에 따라 형량이 크게 갈리고, 여러 건이 겹치면 합산됩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중개인이 여러 임차인·임대인의 보증금을 돌려막기식으로 관리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 개별 사건의 보증금액은 크지 않더라도 여러 건이 겹치거나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초범 여부, 실제 반환 여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등은 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확인 순서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돈이 오간 내역부터 정리해야 사건 전체의 방향이 잡힙니다.
중개인의 보증금 미반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개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전달하지 않는다고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개인과 주고받은 계좌 이체 내역, 문자·카카오톡 대화에서 “대신 받아서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중개인이 실제로 임대인 명의 계좌로 보증금을 전달했는지, 입금 내역이 있는지 대조합니다.
중개인이 가입한 공제증서 또는 보증보험 여부를 확인해 형사 고소와 별도로 손해배상·공제금 청구가 가능한지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추고 나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 공인중개사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보증금을 중개인에게 맡기게 되는 경우 대부분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막상 돈이 제때 전달되지 않아도 곧바로 신고하기보다 “설마 떼먹겠어”라며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임대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계좌 이체 내역과 대화 기록을 먼저 정리해 위탁관계와 미반환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보증금을 잠시 보관한 중개인 입장에서도, 전달이 지연된 정당한 사정이 있었는지, 목적과 다르게 소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절차가 늦어진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보증금을 둘러싼 임대인·임차인·중개인 사이의 분쟁에서 자금을 맡긴 쪽과 자금을 보관하다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보증금이 제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순간이 바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식 위임장 없이 구두로만 “대신 받아달라”고 했는데도 횡령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위탁관계는 계약뿐 아니라 관습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도 성립하므로, 구두 합의만으로 받은 돈이라도 목적과 다르게 소비하면 횡령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중개보조인이 받은 돈인데, 개업 공인중개사도 책임지나요?
A. 형사책임은 실제로 돈을 받아 소비한 사람에게 귀속되지만,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보조인의 업무상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상 사용자책임을 질 수 있고, 공인중개사법상 손해배상책임도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나중에 전액 돌려받았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며, 다만 반환 사실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계약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개인이 보증금만 먼저 받아 갔다면요?
A. 계약 이행 완료 전이라도 특정 목적(임대인 전달)으로 받은 돈을 그 목적과 다르게 쓰면 횡령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계약 완결 여부와 별개로 보관자 지위와 목적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공인중개사협회에 공제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개업공인중개사가 가입한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형사 고소와 함께 진행하면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Q. 여러 임차인의 보증금을 조금씩 나눠 받아 소비했다면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반복된 인출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되면 이득액 5억원 이상일 때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중개인에게 보증금을 맡기기 전에 미리 확인해 둘 사항이 있나요?
A. 가능하면 중개인 개인 계좌가 아니라 임대인 명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거나, 공인중개사법상 예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득이하게 중개인 계좌로 보내야 한다면 전달 기한과 방식을 문자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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