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대신 주기로 한 부동산 팔았다면 배임죄 성립할까
빚 대신 주기로 한 부동산 팔았다면 배임죄 성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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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주기로 한 부동산 팔았다면 배임죄 성립할까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나서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부동산으로 대신 갚겠다는 약속을 받아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등기를 넘겨받기도 전에 채무자가 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는 일이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채권자분들 중 상당수는 “빚 대신 주기로 약속까지 받아뒀으니, 이걸 팔아버리면 당연히 배임죄로 처벌받겠지”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고소장부터 준비합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채권 담보 목적의 대물변제예약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구분해 배임죄 성립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같은 “부동산을 팔았다”는 사실관계라도 애초에 어떤 계약에 기초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의 유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빚 대신 주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임의로 처분했을 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성립하지 않는다면 채권자는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물변제로 주기로 한 부동산을 팔아도 원칙적으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줄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리면서 “갚지 못하면 이 부동산으로 대신 갚겠다”고 약정하는 것을 대물변제예약이라고 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담보 장치이고, 실무에서는 차용증에 특약사항으로 넣거나 별도의 각서·계약서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줄 의무가 과연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가 오랫동안 실무의 쟁점이 되어 왔습니다.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해 종전 판례의 입장을 변경했습니다.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어디까지나 민사상의 채무일 뿐이고,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해 주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팔아 넘기더라도 형법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빚 대신 부동산으로 갚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3자에게 팔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배임죄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2. 판례가 바뀐 이유는 ‘신임관계’의 성격을 다시 따졌기 때문입니다

매매계약과 달리 대물변제예약은 애초부터 상대방 재산을 보호·관리해 주는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 실무에서는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을 넘겨주기로 한 의무 전반을 폭넓게 ‘타인의 사무’로 인정해, 채무자가 이를 어기고 처분하면 배임죄로 형사처벌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로 종전 판례의 입장을 정면으로 변경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하는 것 자체가 계약의 본질적 내용입니다. 하지만 대물변제예약은 애초 목적이 ‘금전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 있고,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는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자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대물변제예약상 소유권이전의무는 상대방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신임관계가 아니라, 채무자 자신의 채무 이행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판례 변경의 핵심입니다.


3. 매매계약의 계약금·중도금을 받은 뒤 팔았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물변제예약’인지 ‘매매계약’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사건의 결론을 가릅니다.

같은 “부동산을 팔았다”는 결과라도 계약의 성격이 다르면 형사책임도 달라집니다. 채무 담보 목적의 대물변제예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부동산 자체를 사고파는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중도금까지 받은 뒤 제3자에게 다시 팔았다면 여전히 배임죄가 문제됩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해야 하는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이 단계의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에게 배임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대물변제예약과는 정반대의 결론입니다.

실무에서는 문서의 제목만으로 성격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문서가 ‘대물변제예약서’, ‘각서’라는 이름을 달고 있더라도 실제 대금 수수 내역, 이전등기의 목적(채무 변제인지 매매대금 지급의 대가인지), 당사자들의 진짜 의사를 함께 살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가려야 합니다.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실제로 오간 돈의 성격과 이전등기의 목적이 대물변제예약과 매매계약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4. 배임죄가 안 된다고 모든 형사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강제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했다면 강제집행면탈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27조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가 이미 소를 제기했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는 등 강제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구체적인 상태에서 채무자가 부동산을 서둘러 처분했다면, 배임죄는 아니더라도 이 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죄는 요건이 배임죄보다 오히려 좁습니다. 단순히 대물변제 약정을 어기고 부동산을 팔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소송이 임박했거나 가압류·가처분 등 강제집행 절차가 눈앞에 있었다는 구체적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반면 앞서 본 것처럼 매매계약의 계약금·중도금을 받은 뒤 처분한 유형이라면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처분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5. 채권자라면 고소에 앞서 대물변제예약인지 매매계약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의 성격을 먼저 가려야 형사·민사 어느 쪽으로 대응할지가 정해집니다.

사실관계상 매매계약형으로 볼 여지가 크거나 강제집행면탈 정황이 뚜렷하다면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반면 순수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이라면 형사 고소보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이나 대여금·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청구 같은 민사적 대응이 실제 채권 회수에는 더 실효적일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부동산 처분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애초 작성한 문서(차용증·각서·매매계약서)의 명칭과 실제 내용을 확인해 대물변제예약인지, 계약금·중도금이 오간 매매계약인지부터 가려냅니다.

  2.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한 시점과, 본인이 소를 제기했거나 가압류·가처분에 착수한 시점의 선후관계를 정리합니다.

  3. 처분으로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하고, 아직 처분되지 않은 다른 재산이 남아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조치부터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물변제·부동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형사·민사 대응을 함께 검토한다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빚 대신 부동산을 받기로 약속까지 받아 놓았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에 격분해 곧바로 고소부터 준비하시는 채권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결론이 복잡한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고소부터 준비하기보다, 애초 문서가 대물변제예약이었는지 매매계약이었는지, 처분 시점에 강제집행 착수 정황이 있었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부동산을 처분한 채무자 입장에서도 “대물변제예약이니 무조건 안전하다”고 안심할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매매계약에 가깝게 취급될 소지가 있는지, 강제집행면탈 정황은 없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물변제·부동산 처분을 둘러싼 분쟁에서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 쪽과, 처분 행위로 형사 고소를 당한 채무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의 성격 하나로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물변제예약인지 매매계약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물변제예약이 뭔가요? 그냥 매매계약과 뭐가 다른가요?

A. 대물변제예약은 돈을 빌리면서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부동산으로 대신 갚기로 미리 약정하는 것으로,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면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부동산 자체를 사고파는 것을 목적으로 계약금·중도금·잔금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Q. 대물변제예약서에 부동산을 담보로 넘기겠다고 써 있는데도 배임죄가 안 되나요?

A. 문서 명칭보다 실질이 중요합니다만, 담보 목적의 대물변제예약이라면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원칙적으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매매계약에 가깝게 계약금·중도금이 오갔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이미 배임죄로 고소했는데 어떻게 되나요?

A. 대물변제예약 사안으로 확인되면 불송치나 불기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강제집행면탈 정황이나 매매계약적 요소가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고소 전 관련 자료를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경우도 마찬가지인가요?

A. 저당권설정계약은 대물변제예약과 성격이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담보권 자체를 설정해 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처분한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하므로, 개별 사실관계를 두고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 배임죄가 안 된다면 빌려준 돈은 그냥 못 받는 건가요?

A. 아닙니다. 형사책임과 별개로 대여금 반환청구,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청구 등 민사소송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고, 아직 처분되지 않은 다른 재산에 대해서는 가압류 등 보전조치도 가능합니다.

Q. 강제집행면탈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나요?

A. 채권자가 소를 제기했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는 등 강제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구체적 상태에서,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하거나 허위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했다고 인정될 때 성립합니다. 단순히 대물변제 약정을 어기고 판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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