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한 채권 대신 받아 쓴 돈, 횡령죄 성립할까
양도한 채권 대신 받아 쓴 돈, 횡령죄 성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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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한 채권 대신 받아 쓴 돈, 횡령죄 성립할까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금, 물품대금, 대여금 등 각종 채권을 매매·양도하는 거래가 늘면서, 채권을 양도한 뒤에도 채무자가 종전 채권자인 양도인에게 그대로 돈을 지급하거나, 양도인이 통지를 미루는 사이 직접 돈을 받아 챙기는 일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채권양도인분들 중에는 “아직 상대방한테 통지 안 했으니 내가 받아도 문제없다”, “어차피 내가 원래 받을 돈이었으니 잠깐 쓰고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채무자로부터 돈을 직접 받아 개인적인 용도에 써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채권양수인이 이 사실을 알고 형사 고소를 준비하면, “이건 명백한 횡령이다”라며 강하게 맞서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어떻게 처리될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립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채권양도인이 통지 전에 추심한 돈을 임의로 써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20년 넘게 유지돼 온 기존 법리를 뒤집은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이 문제로 상담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특히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이 무엇인지, 판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형사처벌이 어렵다면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채권을 양도해도 통지 전에 받은 돈은 여전히 양도인 명의로 들어옵니다

지명채권양도는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성립하지만, 채무자·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별도의 통지·승낙 절차가 필요합니다.

민법상 지명채권 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합의만으로 곧바로 효력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 합의 사실을 채무자나 다른 제3자에게 주장(대항)하려면 별도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민법 제450조 제1항은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해야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그 통지·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이어야 다른 채권자 등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통지를 뒤로 미루거나 아예 누락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거래 관계상 채무자에게 먼저 알리기 곤란하거나, 단순히 절차를 챙기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채무자가 사정을 모른 채, 또는 알고도 종전 채권자인 양도인에게 그대로 변제해버리는 경우입니다.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이라면 채무자의 이 변제는 유효하고, 채무자는 이후 양수인에게 다시 지급할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결국 그 돈은 일단 양도인의 계좌로 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서 양수인과 양도인 사이에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됩니다. 양수인 입장에서는 이미 대가를 지급하고 양수받은 채권인 만큼 그 추심금이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고 여기지만, 양도인이 이를 즉시 넘겨주지 않고 개인 용도로 써버리면 형사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 채무자가 지급한 돈은, 채무자와의 관계에서는 유효한 변제이지만 양도인·양수인 사이에서는 누구의 몫인지를 둘러싼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2. 예전 판례는 이런 돈을 임의로 쓰면 횡령죄가 된다고 봤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양도인을 양수인을 위한 보관자로 보아, 추심금을 개인적으로 쓰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오랫동안 대법원은 이 문제를 양도인의 보관자 지위로 접근했습니다.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이상 그 채권에서 나오는 경제적 이익은 실질적으로 양수인에게 귀속돼야 하므로, 양도인이 통지 전에 추심한 돈이라도 양수인을 위해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면 형법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런 입장을 처음 정리한 것이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채권양도인이 양도통지 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해 금전을 수령한 경우, 그 금전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 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양도인은 이를 양수인을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 임의로 처분한 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에 따르면 앞서 본 사례, 즉 아직 통지를 안 했으니 받아도 문제없다거나 원래 내가 받을 돈이니 잠깐 써도 된다는 생각으로 돈을 쓴 양도인은 곧바로 횡령죄의 피고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법리를 근거로 한 형사 고소·기소 사례가 20년 넘게 축적돼 왔습니다.


3. 그러나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판례를 뒤집어 횡령죄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채권양도인과 양수인은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이어서, 추심금에 대한 보관자 지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새 판례의 결론입니다.

대법원은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로 23년 가까이 유지돼 온 97도666 판결의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새 판례의 논리는 명확합니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을 이전해주는 통상의 급부의무일 뿐, 양수인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거나 처리해주는 것이 계약의 본질적 내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수인이 아니라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도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위 금전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은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종전 판례가 인정했던 보관자 지위와 재물의 타인성을 모두 부정했습니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이중저당 등 유사한 계약관계에서 배임죄·횡령죄 성립 범위를 좁혀온 판례 흐름과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은 채권양도 통지 전 추심금을 임의로 써도, 그 사실만으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4.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해서 아무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횡령죄뿐 아니라 배임죄도 성립하기 어렵지만, 민사상 반환·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남고 예외적으로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판례 변경으로 횡령죄 성립이 부정됐다면, 예비적으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을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배임죄 성립도 함께 부정했습니다. 채권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는 통상의 계약에 따른 급부의무에 지나지 않아, 양수인을 위해 재산상 사무를 대행하거나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결국 이 사안은 형법상 재산범죄가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됩니다.

다만 형사책임이 없다고 해서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채권양수인은 양도인을 상대로 양수금 반환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통해 그 금액을 회수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소송 전에 양도인 명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로 회수 가능성을 미리 확보해둘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권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까지 받으면서 처음부터 그 채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었거나 추심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었던 정황이 인정된다면,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계약 전후의 자금 사정, 동일한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했는지, 통지를 미룬 경위 등이 편취 고의를 가리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5. 채권양수인이라면 형사 대응보다 민사 절차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보다 양수금 청구·가압류 등 민사 절차 준비가 우선이고, 편취 정황이 뚜렷할 때만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합니다.

채권양도 관련 자금 분쟁은 통상 ①채권양도계약서와 통지 여부부터 확인하고 ②채무자가 실제로 돈을 지급한 시점·금액을 확인한 뒤 ③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양수금 청구소송이나 가압류를 신청하고 ④사기 정황이 뚜렷한 경우에 한해 수원지방검찰청에 별도로 형사 고소를 검토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 고소부터 서두르면 횡령죄 불성립을 이유로 곧바로 불기소 처분을 받아 시간만 허비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로부터 돈을 대신 받은 상대방에게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채권양도계약서와 통지·승낙 서류(내용증명 등)가 실제로 채무자에게 도달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돈을 지급한 시점, 금액, 지급 경위를 계좌내역·문자 등으로 정리합니다.

  3. 계약 체결 당시 정황(이중양도 여부, 자금 사정, 통지를 미룬 이유)을 통해 처음부터 이행할 생각이 없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채권양도 관련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민사상 회수 방안과 예외적 형사 고소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채권양도 관련 자금 분쟁은 원래 내가 받을 돈이었다는 생각과 이미 넘긴 채권인데 왜 손을 대느냐는 생각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판례가 바뀐 사실조차 모른 채 감정적으로 형사 고소부터 준비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대신 받아 쓴 양도인 입장에서는 판례 변경으로 횡령죄·배임죄 성립이 부정됐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닙니다. 계약 체결 경위에 따라서는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고, 민사상 반환·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남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돈을 돌려받지 못한 양수인 입장에서도 당연히 횡령이라는 생각만으로 형사 고소부터 서두르면, 판례 변경을 모른 채 시간과 비용만 소모하고 정작 필요한 민사 절차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저는 채권양도 관련 자금 분쟁에서 돈을 대신 받은 쪽과 돈을 돌려받지 못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판례가 바뀐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느냐에 따라 대응 전략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형사·민사 어느 쪽으로 접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권양도 통지를 이미 했는데도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잘못 지급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대항요건을 갖춘 뒤라면 채무자에 대한 유효한 변제로 인정되지 않아,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다시 지급해야 할 수 있고 양도인이 받은 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통지 전 사안(2017도3829)과는 전제 자체가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Q. 판례가 바뀌었다는데 이미 진행 중인 고소 사건에도 적용되나요?

A. 네, 판례 변경은 이후의 수사·재판 실무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통지 전 추심금을 임의로 쓴 사실만으로는 횡령죄로 기소·처벌되기 어렵습니다.

Q. 배임죄로라도 처벌할 수는 없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채권양도인과 양수인의 관계가 배임죄가 요구하는 신임관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Q. 그럼 돈을 그냥 못 받는 건가요?

A. 아닙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양수금 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으로 회수할 수 있고, 가압류로 회수 가능성을 먼저 확보해둘 수 있습니다.

Q. 어떤 경우에 사기죄가 될 수 있나요?

A. 채권양도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채권을 넘겨주거나 추심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이 인정되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계약 전후 정황과 자금 흐름이 핵심 증거입니다.

Q. 채권양도 통지는 꼭 내용증명으로 해야 하나요?

A. 채무자에 대한 통지 자체는 특별한 방식이 필요 없지만, 제3자에게도 대항하려면 확정일자 있는 증서(내용증명 등)로 해야 합니다. 분쟁 예방을 위해 처음부터 내용증명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상대방이 이미 돈을 다 써버렸다면 소송이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민사 판결을 받아두면 상대방의 다른 재산에 강제집행할 수 있고, 판결 전이라도 재산을 파악해 가압류해두면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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