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회의에 몇 번 배석했다는 이유로, 혹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 통보를 받는 임직원들이 있습니다. "회사 업무로 한 일인데 왜 나 개인이 처벌받느냐"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공정거래법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개인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개인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입니다 — 직접 가격 합의 자리에 앉았던 실무자만 처벌받는지, 보고를 받고 눈감아준 상급자도 포함되는지가 실무에서 가장 크게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회사가 자진신고(리니언시)로 과징금을 감면받았다고 해서 그 효과가 임직원 개인의 형사책임까지 자동으로 없애주는 것도 아니어서, 회사와 개인의 방어 전략은 처음부터 따로 세워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법인 제재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임직원 개인 형사책임의 구조
회사(법인)가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 것과, 그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 개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개의 트랙입니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을 한 사업자뿐 아니라 그 행위를 실제로 저지른 자연인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가격 합의 회의에 직접 참석해 협상한 담당자, 그 합의를 지시하거나 승인한 임원, 나아가 보고를 받고도 묵인한 상급자까지 형사 입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는 몰랐다", "부하직원이 알아서 한 일이다"라는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개인 책임의 범위가 실무 담당자에서 관리자·임원층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았더라도, 그 감면 효과가 담합에 관여한 개인의 형사책임에까지 자동으로 미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지점을 놓치고 회사 측 대응에만 맡겨두면, 정작 개인은 아무 방어도 준비하지 못한 채 조사 국면을 맞을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40조·제128조 양벌규정과 공모공동정범으로 넓어진 개인 책임
담합에 대한 형사처벌의 출발점은 공정거래법 제40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입니다.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계약·협정·결의나 그 밖의 방법으로 가격, 거래량, 거래지역, 입찰 등을 공동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하면 이 조항 위반이 됩니다. 이를 위반한 자는 공정거래법 제124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여기서 "위반한 자"에는 법인뿐 아니라 실제로 합의에 관여한 자연인도 포함됩니다.
임직원 개인의 책임이 법적으로 명확해지는 지점은 공정거래법 제128조(양벌규정)입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담합 등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 본인을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법인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면 벌금을 면할 수 있지만(면책 조항), 이 면책은 어디까지나 법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지 담합을 실제로 실행한 임직원 개인의 책임을 없애주지 않습니다. "회사는 관리·감독을 열심히 했다"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담합에 직접 관여한 그 임직원 본인은 여전히 처벌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개인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서울고등법원 2023. 12. 6. 선고 2023노2030 판결입니다. 조달청 발주 철근 입찰을 둘러싼 담합 사건에서, 법원은 담합이 이루어진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전제로 한 입찰 참여계획을 보고받고 그대로 승인·묵인한 상급자들에 대해, 단순히 방조한 것이 아니라 공모공동정범으로 형사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직접 가격 합의 자리에 앉지 않았더라도, 담합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보고를 받고 이를 그대로 용인·승인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로 담합 형사책임의 무게중심이 실무 담당자에서 그 위 결재라인의 관리자·임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담합 정황이 있다고 곧바로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고발)는 제124조 등 위반행위에 대한 공소 제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필요로 하는 전속고발 구조를 두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는 경우 고발할 의무를 집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개인의 관여 정도·지위·가담 기간 등이 고발 대상 선정의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한편 회사가 공정거래법 제44조에 따라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하면 과징금뿐 아니라 제129조에 따른 고발까지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감면 효과가 소속 임직원 개인에게 자동으로 미치는지는 별개로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실무에서는 자진신고 과정에서 조사에 협조한 임직원까지 함께 감면 대상에 포함되도록 조율하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의 자진신고 결정이 늦어지거나 개인이 그 절차에서 배제되면 법인은 감면을 받고도 담합을 직접 실행한 임직원만 형사책임을 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회사와 별도의 변호인 선임부터 공모관계를 다투는 법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회사와 별도로 개인 변호인부터 선임 — 회사(법인)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개인은 조사·재판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조직 전체의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려 하는 반면 개인은 자신의 관여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회사가 선임한 변호인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별도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 전략을 독립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공모관계 성립 여부부터 다툽니다 — 담합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보고를 받고 승인·묵인했다면 공모공동정범으로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 최근 판례 흐름이지만, 반대로 결재란에 서명만 했을 뿐 담합이라는 사실 자체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책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았고 그 내용에 담합 사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는지를 이메일·메신저·결재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관리 — 공정거래위원회·검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이후 형사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집니다. 담합 회의 참석 여부, 가격 결정 권한의 유무,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인지 스스로 판단한 것인지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뒤 진술해야 하며, 회사 측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지도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자진신고(리니언시) 절차에 개인이 포함되는지 확인 — 회사가 리니언시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검토 중이라면, 조사 협조 대상에 관련 임직원 개인이 포함되는지, 포함된다면 어떤 조건에서 고발 면제 효과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의 감면 신청에서 개인이 누락되면 법인은 고발을 면하고 개인만 형사책임을 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양형 자료 준비 — 가담 기간, 담합으로 얻은 이익에 대한 관여 정도, 자백·반성 여부, 회사 내 지위와 실질적 결정권 유무 등은 기소 여부와 양형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 실무자였는지 의사결정권자였는지를 뒷받침하는 조직도·업무분장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조사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대응 시점이 곧 결과를 가릅니다
담합 조사는 회사 차원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결국 개인의 형사처벌 여부로 귀결됩니다. "회사 일이니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손 놓고 있는 사이 진술과 증거는 회사 중심으로 정리되고, 정작 개인의 입장을 반영할 기회는 줄어듭니다.
담합 가담 정황으로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회사와는 별도로 개인 차원의 방어 전략과 자진신고 절차에 본인이 포함되는지부터 지금 바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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