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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속고발, 피해기업 신고부터 의무고발요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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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속고발, 피해기업 신고부터 의무고발요청까지 

김상훈 변호사

거래 상대방의 담합이나 원청의 부당한 지원·보복행위로 손해를 본 기업이 형사처벌을 검토하다가 벽에 부딪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냈는데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없어 처리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다른 범죄와 절차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 차이를 모른 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작 겨냥해야 할 절차가 이미 끝나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구조를 알고 처음부터 설계하면, 피해기업도 형사고발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통로가 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고소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를 움직여야 하는 구조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1항은 제124조 및 제125조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전속고발제도입니다. 피해기업이 직접 검찰에 고소·고발하더라도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고, 설령 기소가 이루어지더라도 소송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법원은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공소기각으로 절차를 끝냅니다.

그래서 피해기업의 형사 전략은 "가해기업을 고소한다"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게 만든다"로 다시 짜야 합니다. 설득할 상대가 수사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라는 뜻이고, 설득의 논점도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가'에서 '이 위반이 경쟁질서를 얼마나 해쳤는가'로 옮겨갑니다. 피해 규모를 아무리 절절하게 적어도, 그것만으로는 고발 요건의 언어에 닿지 않습니다.

2020년 전부개정(법률 제17799호, 2021년 12월 30일 시행) 당시 정부안에는 가격담합·입찰담합 같은 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마련된 대안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습니다. 전속고발제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폐지를 전제로 한 오래된 설명에 기대어 대응 계획을 세우면 안 됩니다.

다만 법이 전속고발을 무제한의 재량으로 둔 것은 아닙니다. 일정 요건이 되면 반드시 고발하도록 한 의무고발(제129조 제2항),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제3항),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의 고발요청(제4항)이 그 통로입니다. 피해기업이 실제로 쥘 수 있는 지렛대는 이 세 갈래이며, 어느 쪽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129조 전속고발과 의무고발, 세 갈래 고발요청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문제된 행위가 애초에 형벌 조항에 걸리는지입니다. 제124조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제1항 제1호), 부당한 공동행위(제9호, 제40조 제1항 위반), 부당지원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제10호, 제45조 제1항 제9호·제47조), 보복조치(제11호, 제48조),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제12호) 등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제125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유형을 모아 두었습니다.

여기서 흔히 놓치는 함정이 있습니다. 제125조 제4호는 제45조 제1항 위반을 처벌하면서 제1호·제2호·제3호·제7호 및 제9호를 명시적으로 제외합니다. 즉 거래거절, 차별적 취급, 경쟁사업자 배제, 구속조건부 거래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의 대상일 뿐 형벌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이런 유형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고발을 아무리 강하게 요청해도 형사처벌로는 이어질 수 없습니다. 반면 부당한 고객유인(제4호), 거래강제(제5호), 거래상 지위 남용(제6호), 사업활동 방해(제8호)는 형벌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첫 단추는 우리 사건이 어느 쪽인지 가르는 일입니다.

형벌 대상임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신고입니다. 제80조 제2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위반되는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신고가 곧 절차 개시나 고발을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하도급법상 신고에 관하여, 그 신고는 행정청에 대하여 법에 위반되는 사실에 관한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고 신고인에게 적당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구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8누4515 판결). 위반사실이 없다는 회신은 신고인의 구체적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 것이 아니어서 항고소송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구조가 공정거래법상 신고에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신고서를 접수하고 기다리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언제 고발해야 하는가. 제129조 제2항은 제124조 및 제125조의 죄 중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요건은 세 겹으로 읽어야 합니다. 명백성은 위반사실이 증거로 분명히 드러나는가, 중대성은 행위의 규모·지속기간·관련매출액이 어느 정도인가, 현저한 경쟁질서 저해는 해당 시장에 미친 파급이 어떠한가입니다. 공정위는 고발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 유형과 관련매출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파급 범위 등을 계량화한 중대성 평가에 따르므로, 신고 단계에서 이 항목들을 채워 주는 자료가 사실상 결론을 좌우합니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제129조 제3항은 검찰총장이 제2항의 고발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공정위에 통보하여 고발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제4항은 공정위가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더라도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이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고발을 요청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제5항은 이러한 요청이 있을 때 공정위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못박습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공정위에 거부할 재량이 없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실무에서 결정적인 것은 각 요청권자의 판단 축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공정위는 경쟁질서 저해 정도를 보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를, 조달청은 공공조달과 국가계약에 미친 영향을, 감사원은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을 봅니다. 조문이 "다른 사정을 이유로"라고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기관에 내느냐에 따라 정리해야 할 자료가 달라지고, 공정위가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다"며 고발하지 않은 사건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협력 중소기업 다수가 존립을 위협받았다"는 이유로 고발요청 대상이 되는 일이 이 구조에서 나옵니다.

고발이 일단 이루어지면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제129조 제6항은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고발을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고발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제44조 제1항은 자진신고자 등에 대하여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제129조에 따른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담합 사건에서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 사업자는 고발이 면제될 수 있어, 피해기업이 가장 겨냥하고 싶었던 상대가 형사 절차에서 이미 빠져 있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얻을 것인지는 이 가능성을 전제로 짜야 합니다.

시간 계산도 함께 해두어야 합니다. 두 개의 시계가 서로 다른 속도로 돕니다.

  • 처분시효 — 제80조 제4항에 따라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나면 공정위는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부당한 공동행위는 제5항에 따라 조사 개시 여부를 기준으로 5년 또는 7년으로 나뉩니다.

  • 공소시효 — 제124조의 죄는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어서 공소시효가 5년입니다. 공정위 고발은 소송조건일 뿐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사유가 아닙니다.

조사와 심의가 길어지는 사이 공소시효는 그대로 흘러가므로, 고발이 나왔을 때 남은 기간이 얼마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위반행위가 종료된 지 이미 몇 년이 지난 사안이라면, 신고 여부를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결과를 바꿉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신고서 설계부터 의무고발요청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형벌 조항에 걸리는 행위인지부터 특정 — 같은 피해라도 거래거절이나 차별적 취급, 구속조건부 거래라면 제125조 제4호가 처음부터 제외한 유형이라 형사 통로 자체가 없습니다. 부당한 공동행위(제40조 제1항), 거래상 지위 남용(제45조 제1항 제6호), 부당지원행위(제45조 제1항 제9호), 보복조치(제48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정하고, 형벌 대상이 아니라면 시정조치·과징금과 민사 손해배상으로 목표를 바꾸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아낍니다.

  • 신고서를 '명백·중대·현저' 요건에 맞춰 구성 — 제129조 제2항의 세 요건이 그대로 신고서의 목차가 되어야 합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문장만 나열하지 말고, 가격·물량 합의를 드러내는 견적서·이메일·회의록·통화 내역으로 명백성을, 위반 기간과 관련매출액 추산으로 중대성을, 가담 사업자들이 해당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거래처 이탈 자료로 경쟁질서 저해를 각각 채웁니다. 조사 개시 여부부터가 이 자료의 밀도에 좌우됩니다.

  • 전속고발 밖의 죄명은 즉시 별도로 진행 — 입찰담합은 형법 제315조 입찰방해죄로, 허위 서류를 제출해 대금을 받아냈다면 사기죄로 각각 의율될 수 있고, 이들은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의 제약을 받지 않아 곧바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관련자 진술과 자료가 흩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자료를 이후 공정위 신고와 민사 청구에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갈래를 분리해 병행하는 실익이 큽니다.

  • 공정위 처분이 나오면 곧바로 고발요청 경로로 — 제129조 제4항의 요청권자는 각자 다른 것을 봅니다. 중소기업 피해가 컸다면 중소벤처기업부에, 공공입찰·조달과 얽혀 있다면 조달청에, 국가재정 손실이 발생했다면 감사원에, 각 기관의 판단 축에 맞춰 같은 사실관계를 다시 구성해 제출합니다. 제5항에 따라 요청이 들어오면 공정위는 고발하여야 하므로, 실질적인 승부는 처분 이후 이 단계의 설득에서 납니다.

  • 자진신고자 유무와 두 시효를 함께 역산 — 제44조에 따라 고발이 면제되는 사업자가 있다면 형사에서 겨냥할 상대와 민사에서 상대할 대상이 갈립니다. 여기에 위반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처분시효 7년과 공소시효 5년을 역산해 언제까지 신고와 고발요청을 마쳐야 하는지 일정표를 먼저 만들어 두어야, 고발요청을 받아내고도 기소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처분시효 7년과 공소시효 5년이 함께 흐르는 이유

공정거래법 위반 피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수사기관에 고발장부터 냈다가 반려된 뒤 손을 놓아 버리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움직여야 할 상대는 공정거래위원회였고, 그 판단을 되돌릴 수 있는 고발요청 통로까지 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처분시효와 공소시효는 각자의 속도로 흘러갑니다.

거래 상대방의 담합이나 부당지원,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피해를 입고 형사 대응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문제된 행위가 형벌 조항에 걸리는 유형인지부터 확인하시고, 신고서 구성과 의무고발요청까지 이어지는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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