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주식회사에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 몇 달을 끌려다니다 보면, 회사는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정작 그 회사 주주들에게는 배당금이 지급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할 돈이 주주들 주머니로 먼저 빠져나간 뒤라,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럴 때 채권자가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은 배당가능이익의 한도를 넘어선 배당을 두고, 회사채권자가 직접 그 배당금을 회사로 되돌려 놓으라고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권리에는 요건과 기간 제한이 함께 붙어 있어, 알고도 늦게 움직이면 실체가 아무리 명백해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끝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배당가능이익 없는 배당, 채권자가 직접 되돌리는 길
주식회사는 주주가 회사 채무에 대해 개인 재산으로 책임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회사채권자가 기댈 곳은 회사에 남아 있는 재산뿐이고, 상법은 그 재산이 함부로 주주에게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배당의 상한선을 법으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이 상한선을 넘겨 이루어진 배당이 위법배당입니다.
여기서 채권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상법 제462조 제3항이 인정하는 것은 "배당한 이익을 회사에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권리이지, 배당받은 주주에게 "그 돈을 나에게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채권자는 자기 이름으로 소를 제기하되, 돈은 일단 회사로 돌아가고, 그다음 그 회복된 재산을 상대로 자신의 채권을 집행하는 2단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청구취지를 "원고에게 지급하라"로 잡으면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위법배당이 문제 되는 국면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정기 결산 후 주주총회 결의로 하는 통상의 이익배당이고, 다른 하나는 정관에 근거를 두고 영업연도 중간에 이사회 결의만으로 하는 중간배당(상법 제462조의3)입니다. 실무에서 채권자가 뒤통수를 맞는 쪽은 대체로 중간배당입니다. 주주총회 소집·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실행되는 데다, 직전 결산기 대차대조표를 기준으로 한도를 계산하기 때문에 그 이후 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회사에서도 형식만 갖추면 배당이 나가버리기 때문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배당가능이익 산정과 반환청구 요건, 5년 상사시효
먼저 무엇이 위법배당인지부터 확정해야 합니다. 상법 제462조 제1항은 회사가 대차대조표의 순자산액에서 다음 네 가지를 공제한 금액을 한도로만 이익배당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① 자본금의 액, ② 그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액, ③ 그 결산기에 적립하여야 할 이익준비금의 액, ④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미실현이익입니다. 이 중 ③은 상법 제458조가 정한 것으로, 회사는 자본금의 2분의 1에 이를 때까지 매 결산기 금전에 의한 이익배당액의 10분의 1 이상을 이익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합니다. ④의 미실현이익 공제는 2011년 개정으로 신설되어 2012년 4월 15일부터 시행된 항목인데, 자산 평가만으로 장부상 부풀려진 이익을 현금으로 빼내 가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입니다.
말로만 보면 추상적이니 숫자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자본금 10억 원인 회사의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이 12억 원이고, 그때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합계가 1억 원, 공제 대상 미실현이익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합니다.
순자산액 12억 원 − 자본금 10억 원 − 기적립 준비금 1억 원 − 미실현이익 5,000만 원 = 5,000만 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결산기에 새로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배당액의 10분의 1)까지 빼야 하므로, 배당액을 D라 하면 D + 0.1D ≤ 5,000만 원
따라서 실제 배당 가능액은 약 4,545만 원이 상한입니다.
이 회사가 주주들에게 3억 원을 배당했다면, 한도를 넘긴 약 2억 5,455만 원이 위법배당액이 됩니다.
다음은 채권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입니다. 상법 제462조 제3항의 문언은 단출합니다. 제1항을 위반한 배당이 있을 것, 그리고 청구하는 사람이 회사채권자일 것, 이 둘입니다. 조문은 채권액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거나, 채권이 배당보다 먼저 발생했어야 한다는 제한을 두지 않았고, 배당을 받아 간 주주의 선의·악의도 구분하지 않습니다. 민법상 부당이득에서 선의 수익자가 현존이익 한도로만 반환하면 되는 것(민법 제748조 제1항)과 달리, 이 조항은 회사 재산의 원상회복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배당이 위법하면 그 배당 결의는 효력이 없고, 주주는 애초에 받을 근거가 없던 돈을 받은 것이 됩니다.
절차 면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이 관할입니다. 상법 제462조 제4항은 이 청구에 관한 소에 제186조를 준용하고 있어, 회사 본점소재지의 지방법원 전속관할입니다. 채권자 주소지나 배당받은 주주의 주소지 법원에 소를 내면 전속관할 위반으로 이송되어 몇 달을 그냥 흘려보내게 됩니다. 뒤에서 보듯 이 사건 유형은 시효가 촉박한 경우가 많아, 관할을 잘못 잡아 생기는 지연이 그대로 회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유형에서 가장 많은 청구를 무너뜨리는 쟁점이 소멸시효입니다. 회사채권자의 위법배당금 반환청구권에는 상법 제64조의 5년 상사시효가 적용되고, 기산점은 실제로 배당금이 지급된 날입니다. 광주지방법원 2019. 4. 18. 선고 2018가합51558 판결이 그 실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문제 된 중간배당이 배당가능이익 없이 실시되어 구 상법 제462조의3 제2항을 위반했고, 당해 결산기 순자산액이 제462조 제1항 각 호 금액의 합계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는데도 실시되어 같은 조 제3항도 위반했다고 실체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청구 기각이었습니다. 배당금 지급일인 2010. 12. 20.부터 5년이 지난 뒤에 소가 제기되어 반환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했기 때문입니다. 위법성이 인정되고도 기간 하나 때문에 전부 기각된 사례라는 점에서, 채권자가 언제 움직이느냐가 결과를 가른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중간배당에는 별도의 한도 규정이 붙습니다. 상법 제462조의3은 연 1회 결산기를 정한 회사가 정관에 근거를 두고 영업연도 중 1회에 한해 이사회 결의로 중간배당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그 한도를 직전 결산기의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에서 직전 결산기의 자본금, 직전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합계, 직전 결산기 정기총회에서 배당하거나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 중간배당에 따라 당해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을 공제한 액으로 정합니다(제2항). 나아가 당해 결산기 순자산액이 제462조 제1항 각 호 금액 합계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아예 중간배당을 해서는 안 됩니다(제3항).
이를 어기고 중간배당이 나간 경우, 상법 제462조의3 제4항은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그 차액(배당액이 차액보다 적으면 배당액)을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다만 제3항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데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이사 스스로 증명하면 면책된다고 정합니다. 입증책임이 이사 쪽에 있다는 점이 채권자에게는 유리한 지렛대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사가 고의·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에는 상법 제399조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상법 제401조에 따라 제3자인 채권자에게 직접 지는 책임이 각각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감사에 대해서는 상법 제414조가 같은 구조의 책임을 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제기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사람은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하므로, 중간배당을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해 놓고 가만히 있던 이사들도 책임 범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형사 책임도 함께 존재합니다. 상법 제625조 제3호는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여 이익이나 이자를 배당한 경우를 회사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죄로 규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사 회수와 별개로 존재하는 형사 책임이라, 협상 국면에서 실제로 무게를 갖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재무제표 열람부터 이사 책임 추궁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재무제표와 주주총회 의사록부터 열람·등사 — 상법 제448조는 이사가 정기총회 1주간 전부터 재무제표·영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본점에 5년간, 그 등본을 지점에 3년간 비치하도록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주주와 회사채권자가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이를 열람하고 비용을 내고 등본·초본 교부를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상법 제396조도 정관과 주주총회 의사록에 대해 채권자의 열람·등사청구권을 명문으로 인정합니다. 소송 전에 채권자가 스스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료 확보 수단이니, 회사가 응하지 않으면 그 거부 사실 자체를 내용증명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다만 중간배당의 근거가 되는 이사회 의사록은 상법 제391조의3에 따라 주주에게만 열람권이 있고 그마저 법원 허가가 필요하므로, 채권자는 소 제기 후 문서제출명령으로 확보하는 경로를 잡습니다.
배당가능이익을 직접 계산해 초과분을 특정 — 확보한 대차대조표의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기적립 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그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순서대로 공제해 한도를 산출하고, 실제 배당총액과의 차액을 위법배당액으로 특정합니다. 중간배당이라면 기준 재무제표가 직전 결산기분이라는 점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계산이 곧 청구금액이므로, 회계 자료 해석이 애매하면 이 단계에서 회계 검토를 함께 붙여 두는 편이 소송 중 다툼을 줄입니다.
시효를 계산한 뒤 내용증명 발송, 그리고 본점소재지 법원에 제소 — 기산점은 배당결의일이 아니라 배당금 지급일이고 5년입니다. 남은 기간이 촉박하면 내용증명(최고)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민법 제174조는 최고 후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나 압류·가압류 등을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소는 상법 제462조 제4항·제186조에 따라 회사 본점소재지 지방법원에 제기하고, 피고는 배당을 받아 간 주주들, 청구취지는 "회사에 지급하라"로 구성합니다.
이사·감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병행 — 위법 중간배당이라면 상법 제462조의3 제4항으로 이사들이 회사에 연대하여 차액을 배상할 책임을 지고, 면책하려면 이사가 스스로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상법 제401조로 채권자가 이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감사에 대해서는 제414조를 검토합니다. 회사가 이사에 대한 제399조 책임을 스스로 묻지 않고 방치한다면, 민법 제404조 채권자대위권으로 회사를 대신해 이사에게 청구하는 경로를 함께 잡습니다. 배당받은 주주와 이사가 사실상 같은 사람들인 폐쇄회사에서 특히 실효성이 큽니다.
회수 실효성 확보 — 개별 청구·가압류·형사 병행 — 주주들의 반환의무는 각자 받아 간 금액을 한도로 하므로, 지분율에 따라 피고별 청구금액을 나누어 특정합니다. 판결까지 기다리는 사이 주주나 이사가 재산을 정리할 우려가 있으면 예금채권·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먼저 신청해 묶어 둡니다. 여기에 상법 제625조 제3호 위반에 대한 형사 고소를 병행하면, 민사 회수가 길어지는 국면에서 임의 반환을 끌어내는 압박 수단이 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배당금 지급일부터 5년이면 끝납니다
위법배당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회사에 돈이 없으니 어차피 못 받는다"며 손을 놓는 것입니다. 회사가 비어 있어도 그 돈을 받아 간 주주와 결의에 관여한 이사라는 상대가 남아 있고, 상법은 채권자에게 그들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조항을 이미 마련해 두었습니다.
다만 그 권리는 배당금 지급일부터 5년이면 사라집니다. 앞서 본 사례처럼 배당의 위법성이 법원에서 인정되고도 시효 하나로 전부 기각되는 결과가 실제로 나옵니다. 게다가 자료를 확보하고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해 초과분을 특정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라, 시효를 눈앞에 두고 시작하면 준비가 끝나기 전에 기간이 지나갑니다.
거래처 회사가 채무는 미루면서 주주에게 배당을 했다는 정황이 있다면, 우선 상법 제448조에 따른 재무제표 열람·등사를 청구해 배당가능이익부터 확인하시고, 배당금 지급일을 기준으로 남은 기간을 계산한 뒤 반환청구와 이사 책임 추궁을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