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이 담긴 의결서를 받아들면, 대부분의 기업은 액수부터 보고 놀랍니다. 그런데 정작 시급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달력입니다. 의결서가 도착한 그날부터 이의신청 기간, 소 제기 기간, 과징금 납부기한이 각각 따로 흐르기 시작하고, 그중 하나는 한 번 넘기면 어떤 사정을 대도 되돌릴 수 없는 기간입니다. "일단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자"며 2~3주를 보내는 사이 선택지가 하나씩 닫히는 구조라, 처분에 다툴 뜻이 있다면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부터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과징금 통지 후 30일, 이의신청과 소송 중 무엇을 먼저 고를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는 보통 세 가지가 한 묶음으로 나옵니다.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라는 시정명령,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제재하는 과징금 납부명령, 그리고 사안에 따라 검찰에 대한 고발입니다. 이 중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은 행정처분이므로 불복 대상이 되고, 그 불복 경로가 공정거래법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처음 갈리는 갈림길이 이의신청을 거칠 것인가, 곧바로 소송으로 갈 것인가입니다. 이의신청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이고, 소송은 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의신청이 소송의 필수 전 단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의신청을 건너뛰고 바로 법원에 갈 수 있으며, 실무에서도 다툴 쟁점이 분명한 사건은 이의신청 없이 곧바로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시에, 이 두 절차와 무관하게 과징금 납부기한이 따로 흐릅니다. 불복한다고 해서 납부의무가 자동으로 멈추지 않기 때문에, 다투는 절차와 돈을 관리하는 절차를 나란히 굴려야 합니다. 여기에 소송을 제기할 법원이 일반 행정사건과 다르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공정거래 사건의 불복은 시작부터 일반 행정처분 불복과 다른 설계를 요구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이의신청 30일·제소 30일 불변기간과 서울고법 전속관할
먼저 이의신청입니다. 공정거래법 제96조에 따라 처분에 불복하는 자는 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사유를 갖추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60일 이내에 재결해야 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30일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판단 주체가 처분을 한 공정거래위원회 자신이라는 점이 이 절차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 사실관계나 법리 자체를 뒤집기보다, 산정 과정의 명백한 오류나 감경사유 누락처럼 위원회가 스스로 고칠 만한 지점을 겨냥할 때 실익이 큽니다.
다음은 소송입니다. 공정거래법 제99조는 이 법에 따른 처분에 불복의 소를 제기하려는 자는 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 또는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에서 이 기간을 불변기간으로 못 박고 있습니다. 불변기간이라는 말이 실무에서 갖는 무게는 큽니다. 법원이 재량으로 늘려 줄 수 없고, 회사 내부 결재가 늦어졌다거나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사정은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지키지 못한 예외적 경우에 추후보완이 논의될 뿐, 원칙적으로 30일을 넘기면 처분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여기서 이의신청의 또 다른 기능이 드러납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소 제기 기간의 기산점이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로 옮겨 갑니다. 재결에 60일에서 최대 90일이 걸리므로, 그동안 자료를 보강하고 소송 전략을 다듬을 시간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다툴 쟁점이 명확하고 위원회가 입장을 바꿀 여지가 없어 보이는 사건이라면, 이의신청은 결론을 몇 달 미루는 절차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건마다 달라지므로, 이의신청 30일 안에 이 판단부터 끝내야 합니다.
관할은 이 분야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공정거래법 제100조는 불복의 소를 서울고등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행정소송처럼 행정법원 1심을 거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가는 3심 구조가 아니라, 서울고등법원이 곧 첫 재판이고 그다음이 대법원입니다. 실질적으로 사실심이 한 번뿐이라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므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를 제출해 다시 판단받을 기회가 없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단계에서 관련매출액 산정의 근거자료, 시장획정에 관한 경제분석, 위반기간에 관한 내부 문서를 빠짐없이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과징금 자체의 틀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2021년 12월 30일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과징금 상한이 일괄 상향되어, 부당한 공동행위는 관련매출액의 20%,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은 6%, 불공정거래행위는 4%가 상한입니다.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적용되는 정액과징금 상한도 각각 40억 원·20억 원·10억 원으로 함께 올랐습니다. 다만 개정법 시행 전에 있었던 행위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므로, 위반행위 시점이 언제인지가 곧 적용 상한을 가릅니다.
실제 금액은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해집니다.
산정기준 — 관련매출액에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별 부과기준율을 곱해 출발점을 잡습니다.
1차 조정 — 위반행위 횟수 등 가중사유를 반영합니다.
2차 조정 — 조사 협조 등 행위자별 사정을 반영합니다.
부과과징금 결정 —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최종 금액을 정합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다툼의 실익이 대부분 첫 단계인 산정기준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담합 사건에서 관련매출액을 1,000억 원으로 보면 상한만 200억 원이 되지만, 문제된 합의가 실제로는 일부 품목에만 미쳤다거나 회사가 특정 시점에 합의에서 이탈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관련매출액이 600억 원으로 줄면, 그 아래 모든 계산이 함께 내려앉습니다. 감경사유를 몇 퍼센트 더 받아내는 것보다 관련상품의 범위와 위반기간을 다투는 쪽이 금액에 훨씬 크게 작용하는 구조입니다.
법원의 심사 방식에도 이 분야 특유의 법리가 있습니다. 과징금 납부명령은 부과 여부와 정도에 재량이 인정되는 처분이므로, 법원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만 판단할 수 있을 뿐 재량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법이 인정되면 그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법원이 적정하다고 보는 금액을 초과한 부분만 일부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7두18062 판결). 실무적으로는 "얼마로 깎아 달라"는 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만큼 산정 과정의 오류를 짚어 처분 전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주장을 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재량권 일탈·남용이 문제되는 전형은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인정한 경우, 비례·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 감경 관행이 되풀이되어 형성된 행정 관행에 반하는 경우, 과징금 제도와 감경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경우입니다. 같은 사건의 다른 참여자와 견줘 유독 불리한 취급을 받았다면 평등원칙 위반이, 제출한 재무자료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부담능력 판단의 사실오인이 각각 공격 지점이 됩니다.
집행을 멈추는 문제는 다시 두 갈래입니다. 이의신청 단계에서는 공정거래법 제97조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이나 당사자 신청으로 시정조치명령의 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행정소송법 제23조의 집행정지를 서울고등법원에 신청하게 되는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어야 합니다. 과징금처럼 금전 납부를 명하는 처분은 손해의 회복 곤란성을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우므로, 회사 규모 대비 과징금 액수, 현금흐름과 차입 여력, 납부 시 예상되는 구체적 파급을 재무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
돈의 흐름도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과징금은 납입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일시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고, 기한을 넘기면 가산금이 붙습니다. 일시 납부가 어렵다면 공정거래법 제103조의 납부기한 연기나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신청 역시 과징금 납부를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담보 제공이 요구될 수 있고, 분할납부분을 기한 내에 내지 않거나 담보 관련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결정이 취소되어 한꺼번에 징수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처분 자체의 시간적 한계도 확인 대상입니다. 공정거래법 제80조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를 개시한 사건은 조사개시일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사건은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나면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 행위가 포함된 사건이라면 위반행위의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가 곧 처분의 적법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심사보고서 단계부터 과징금 산정 공격까지 여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심사보고서 단계에서 이미 승부가 시작됩니다 — 의결서를 받고 나서 대응을 시작하면 늦습니다. 심사보고서를 송부받으면 정해진 기한 안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전원회의나 소회의의 구술심의에서 직접 다퉈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제출한 자료와 진술이 그대로 사건 기록이 되고, 서울고등법원 소송의 출발점도 결국 이 기록입니다. 관련상품의 범위, 위반행위의 종기, 부담능력 자료처럼 나중에 다툴 쟁점은 이때 미리 기록에 남겨 두어야 힘을 받습니다.
의결서를 받는 즉시 세 개의 날짜를 달력에 박습니다 — 이의신청 30일, 소 제기 30일 불변기간, 과징금 납부기한 60일입니다. 여기에 납부기한 연기·분할납부를 쓸 여지가 있다면 통지받은 날부터 30일이 하나 더 붙습니다. 이 날짜들을 먼저 고정해 두지 않으면, 내부 보고와 자료 취합을 하는 사이에 가장 되돌릴 수 없는 기간부터 지나갑니다.
이의신청과 직행 소송 중 하나를 30일 안에 고릅니다 — 산정 과정의 명백한 오류나 누락된 감경사유처럼 위원회가 스스로 고칠 만한 지점이 있으면 이의신청이 빠르고 비용도 적습니다. 반대로 시장획정이나 합의의 존부처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쟁점이 핵심이면 곧바로 소송으로 가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자료 보강에 시간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이의신청으로 제소기간의 기산점을 재결서 송달일로 미루는 선택도 함께 검토합니다.
과징금은 금액이 아니라 산정 단계를 쪼개 공격합니다 — 관련매출액에 포함된 상품·용역의 범위가 문제된 행위와 실제로 연결되는지, 위반기간의 시기와 종기가 증거로 뒷받침되는지, 중대성 등급의 평가 요소가 사실과 맞는지, 가중사유가 중복 적용되지는 않았는지, 제출한 재무자료가 부담능력 판단에 반영됐는지를 항목별로 나눠 따집니다.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면 처분은 전부 취소되므로, 액수를 흥정하는 주장이 아니라 산정의 전제가 틀렸다는 주장을 세워야 합니다.
사실심이 한 번뿐이라는 전제로 서울고등법원 소송을 준비합니다 — 시장획정과 경쟁제한효과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경제분석 보고서를, 합의의 존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내부 이메일·회의록·가격결정 자료를 이 단계에서 모두 냅니다. 대법원에서는 새 증거로 사실관계를 되돌릴 수 없으므로, 남겨 두었다가 나중에 꺼내는 전략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집행정지와 납부기한을 동시에 관리합니다 — 시정명령의 이행 자체가 영업에 즉각 타격을 주는 사안이면 집행정지를 신청하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재무자료와 거래 현황으로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과징금은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을 전제로 납부기한 연기나 분할납부를 병행 준비하고, 담합 사건이라면 자진신고 감면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점검합니다 — 1순위는 과징금 전액 면제, 2순위는 50% 감경 대상이 되므로 순위가 결과를 가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30일 불변기간은 되돌릴 수 없는 이유
공정거래 사건의 불복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금액이 크니 신중하게 검토하자"며 결정을 미루는 것입니다. 신중함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 검토는 30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의신청과 소 제기의 기간이 각각 30일이고, 그중 제소기간은 법원도 늘려 줄 수 없는 불변기간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넘기면 처분의 당부를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아무리 산정에 오류가 있어도 그 금액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초기 한 달을 제대로 쓰면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이의신청으로 제소기간의 기산점을 뒤로 미루면서 자료를 보강할 수도 있고, 곧바로 서울고등법원으로 가면서 집행정지와 납부기한 연기를 함께 걸어 둘 수도 있습니다. 사실심이 한 번뿐이라는 구조 역시, 미리 알고 준비하면 첫 재판에 자원을 집중하는 근거가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으셨다면, 의결서에 적힌 통지일부터 며칠이 지났는지 먼저 확인하시고, 이의신청과 소송 중 어느 경로가 유리한지·과징금 산정의 어느 단계를 다툴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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