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한 사람이 지분을 정리하고 나가겠다고 할 때,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결국 회사가 그 주식을 직접 사주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계좌에 돈이 있으니 이사회에서 결정해 대금을 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법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에 대해 금액 한도와 절차를 따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한도를 넘겨 취득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 거래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고, 그 결과 부족해진 금액을 이사들이 개인 재산으로 회사에 물어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더 곤란한 것은 이 책임이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점을 누군가 증명해야"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산 수치가 미달하면 일단 발생하고 이사가 스스로 면책 사유를 증명해야 벗어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자기주식 취득, 한도를 넘으면 누가 물어내는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유상으로 사들이면 그만큼의 돈이 주주에게 나갑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출자한 돈을 되돌려주는 것과 같아서,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할 책임재산이 줄고 채권자의 담보가 얇아집니다. 특정 주주에게만 현금화 기회를 주면 주주평등에도 어긋납니다. 상법이 자기주식 취득을 오랫동안 원칙적으로 금지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011년 개정 상법은 이 금지를 풀되 배당가능이익의 범위라는 울타리를 쳤습니다. 주주에게 배당으로 나눠줄 수 있었던 돈만큼은 자기주식을 사는 데 써도 자본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발상입니다. 그래서 현행법상 자기주식 취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배당가능이익 한도와 절차를 지켜야 하는 상법 제341조의 일반적 취득, 그리고 합병이나 다른 회사의 영업 전부 양수, 회사의 권리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단주 처리,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처럼 상법 제341조의2가 정한 특정목적 취득입니다. 뒤쪽에 해당하면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실무에서는 우리 사안이 어느 쪽인지부터 가르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분쟁은 대체로 세 겹으로 옵니다. 첫째는 애초에 살 수 있는 금액을 넘겨 산 경우, 둘째는 금액은 맞는데 결의와 통지 절차를 건너뛴 경우, 셋째는 살 때는 여유가 있었지만 그 해 결산에서 순자산이 깎여 사후적으로 미달이 확인된 경우입니다. 앞의 둘은 거래의 효력 문제로 번지고, 마지막 하나는 거래가 유효해도 이사 개인의 배상책임으로 남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배당가능이익 한도와 이사의 미달액 배상책임
먼저 한도의 계산 방식입니다. 상법 제341조 제1항은 자기주식 취득가액의 총액이 직전 결산기 대차대조표상의 순자산액에서 제462조 제1항 각 호의 금액을 뺀 금액을 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빼야 할 항목은 ① 자본금의 액 ② 그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액 ③ 그 결산기에 적립하여야 할 이익준비금의 액 ④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미실현이익입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직전 결산기 순자산액이 50억 원, 자본금이 10억 원, 그때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합계가 5억 원, 그 결산기에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이 5천만 원이고 공제 대상 미실현이익이 없다면, 공제 합계는 15억 5천만 원이고 배당가능이익은 34억 5천만 원이 됩니다. 여기서 직전 결산기 이후 이미 배당했거나 자기주식 취득에 쓴 금액이 있다면 그만큼 여력이 줄어듭니다. 회사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와는 별개의 계산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점을 정면으로 밝힌 것이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7두63337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배당가능이익이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한 현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에 배당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보아,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341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절차 쪽에서도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비상장회사가 배당가능이익 범위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면서 상법 시행령이 요구하는 통지 사항 중 일부를 빠뜨렸더라도, 매매계약의 본질적 사항이 담겨 주주들이 판단할 수 있었다면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절차 흠결이 곧바로 무효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지, 통지를 생략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로 상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의 자기주식 취득은 효력 자체가 부정됩니다.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44109 판결은 자기주식 취득이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하고 주주·채권자의 이익과 주주평등 원칙을 해칠 우려가 있어 상법이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보면서, 이에 위반한 취득은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무효가 되면 회사는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상대 주주는 주식의 회복을 각각 문제 삼게 되어, 이미 세금 신고와 지분 구조 정리까지 끝난 뒤라면 되돌리는 부담이 훨씬 커집니다.
명의를 돌리는 우회도 통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회사가 아닌 제3자 명의로 주식을 취득했더라도 그 자금이 회사의 출연에 의한 것이고 취득에 따른 손익이 회사에 귀속되는 경우라면 법률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회사의 계산으로 이루어진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대표이사나 임원, 관계사 명의로 사두고 자금과 손익만 회사가 떠안는 방식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된다는 뜻입니다.
이사 개인의 책임은 여기서 갈라집니다. 상법 제341조 제3항은 해당 영업연도의 결산기에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이 제462조 제1항 각 호의 합계액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자기주식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제341조 제4항은 실제로 미달했음에도 취득한 경우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그 미치지 못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고, 다만 이사가 그런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때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한다는 단서를 둡니다.
구조를 뜯어보면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기준 시점이 둘이라는 점입니다. 살 수 있는 금액은 직전 결산기 수치로 재지만, 책임 여부는 그 거래가 있었던 해의 결산기 수치로 다시 잽니다. 취득 당시에는 한도 안이었어도 그 해에 대손이 터지거나 손상차손·충당금이 잡혀 순자산이 깎이면 책임 요건이 채워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증명 부담이 이사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나 주주가 이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통상의 구조와 달리, 미달이라는 결과가 확인되면 책임이 일단 성립하고 이사가 스스로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해야 벗어납니다.
배상 범위도 오해가 잦습니다. 물어내야 하는 돈은 자기주식 취득에 쓴 대금 전액이 아니라 순자산액이 공제 합계액에 미치지 못한 그 차액입니다. 위 예에서 회사가 30억 원어치 자기주식을 취득했는데 그 해 결산기 순자산액이 13억 5천만 원으로 떨어져 공제 합계 15억 5천만 원에 2억 원 미달했다면, 이사들이 연대해서 회사에 배상할 금액은 30억 원이 아니라 2억 원입니다. 다만 이 책임과 별개로, 법령 위반이나 임무해태가 인정되면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함께 문제 될 수 있고, 이때는 회사가 입은 손해 전부가 대상이 됩니다.
취득 방법과 결의 요건도 요건 사실입니다. 상법 제341조 제1항은 거래소에서 시세가 있는 주식은 거래소에서 취득하는 방법을, 그 밖에는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하는 방법을 요구합니다. 상법 시행령은 후자로 회사가 모든 주주에게 통지 또는 공고를 해 취득하는 방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개매수 방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341조 제2항은 미리 주주총회 결의로 ① 취득할 주식의 종류와 수 ② 취득가액 총액의 한도 ③ 1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의 취득 기간을 정하도록 하되, 정관으로 이사회 결의에 의한 이익배당을 정한 회사는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게 했습니다. 나가겠다는 주주 한 명과만 조용히 매매계약을 쓰는 방식은 이 균등조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책임의 갈래는 민사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상법 제625조 제2호는 이사 등이 누구의 명의로 하든 회사의 계산으로 부정하게 그 주식을 취득한 때를 회사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죄로 처벌하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별도로 상법 제625조의2가 주식의 취득제한 등에 위반한 죄를 두고 있고, 사안에 따라 배임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참고로 회사가 보유하게 된 자기주식은 상법 제369조 제2항에 따라 의결권이 없으므로, 자기주식 취득으로 다른 주주들의 상대적 의결권 비중이 올라간다는 점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함께 검토할 대목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결의·통지 절차부터 면책 증명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어느 조문으로 사는지부터 확정 —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수, 단주 처리, 합병이나 영업 전부 양수, 회사의 권리 실행을 위한 취득이라면 상법 제341조의2의 특정목적 취득이어서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주주의 지분을 정리해 주는 목적이라면 예외 없이 제341조의 한도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구분을 이사회 안건에 명시해 두면 이후 세무조사나 분쟁에서 취득 근거를 다투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취득 전에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해 문서로 남기기 — 직전 결산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적립된 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그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 공제 대상 미실현이익을 빼고, 직전 결산기 이후 이미 배당했거나 자기주식에 쓴 금액을 다시 뺍니다. 이 계산서를 이사회 자료로 첨부해 남겨야 뒷날 제341조 제4항 단서의 면책을 주장할 근거가 생깁니다. 계산 없이 "잔고가 넉넉하니 괜찮다"로 넘어간 이사회는 면책 증명에서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결의를 두 층으로 쌓기 — 먼저 주주총회(정관으로 이사회 배당을 정한 회사라면 이사회) 결의로 취득할 주식의 종류·수, 취득가액 총액의 한도, 1년 이내의 취득 기간을 정합니다. 그다음 개별 취득 단계에서 이사회 결의로 취득 목적, 취득할 주식의 종류와 수, 1주당 대가의 내용과 산정 방법, 대가 총액, 양도신청기간, 대가 교부 시기 등 시행령이 정한 사항을 확정합니다. 두 층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후 그 취득의 효력을 다투는 빌미가 됩니다.
모든 주주에게 같은 조건으로 통지 — 양도신청기간은 20일 이상 60일 이내에서 정하고, 그 기간이 시작하는 날의 2주 전까지 각 주주에게 회사의 재무 현황, 자기주식 보유 현황, 취득 조건을 서면으로 또는 동의를 받아 전자문서로 통지합니다. 신청 물량이 취득 예정 수를 넘으면 각자 신청한 주식 수에 비례해 안분 취득합니다. 특정 주주와만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은 균등조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 주장을 자초하므로, 실제로는 한 명만 응할 것이 뻔한 상황이라도 전 주주 통지 절차는 그대로 밟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 해 결산 전망까지 검토한 기록 남기기 — 제341조 제3항은 해당 영업연도 결산기에 순자산이 미달할 우려가 있으면 취득 자체를 금지합니다. 직전 결산기 수치만 보고 결정하면 이 조항을 놓칩니다. 가결산 자료, 진행 중인 소송의 예상 손실, 매출채권 대손 가능성, 자산 손상 징후, 예정된 대규모 지출을 반영한 연말 순자산 추정치를 이사회에서 검토하고 그 내용을 의사록에 남겨야, 나중에 미달이 확인되더라도 주의를 다했다는 증명이 가능합니다.
의사록 관리와 사후 정리 — 상법 제399조 제3항은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반대했다면 반드시 의사록에 이의를 남겨야 합니다. 이미 한도 초과 취득이 벌어진 뒤라면 상법 제400조의 총주주 동의에 의한 면제나 정관에 근거한 감경(보수의 6배, 사외이사는 3배 초과분) 요건을 검토하되,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사안에서는 정관 감경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결산기가 닫히기 전에 점검해야 하는 이유
자기주식 취득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회사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것뿐인데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는 생각입니다. 한도는 통장 잔고가 아니라 직전 결산기 수치로 계산되고, 책임은 그 해 결산기 수치로 다시 판정되며, 면책은 이사가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각각 다른 시점의 문제라서, 거래를 끝낸 뒤에 자료를 만들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특히 결산이 확정되고 나면 그때 남길 수 있었던 검토 자료를 소급해 만들 수 없고, 취득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대금 반환과 지분 원상회복, 이미 신고한 세금 문제까지 한꺼번에 얽힙니다. 취득을 검토하는 단계라면 한도 계산과 결산 전망을, 이미 취득을 마쳤다면 그 해 결산이 닫히기 전에 순자산 추이와 절차 흠결 여부를 점검해 두는 것이 부담을 가장 크게 줄이는 시점입니다.
회사가 주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계시거나 이미 자기주식을 취득하신 상황이라면, 배당가능이익 한도와 결의·통지 절차, 그리고 결산기 순자산 전망까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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