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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횡령 대표이사 책임, 내부통제 구축의무와 손해배상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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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횡령 대표이사 책임, 내부통제 구축의무와 손해배상 범위 

김상훈 변호사

자금이나 재고를 맡아 관리하던 직원이 수년에 걸쳐 회사 돈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도 속은 쪽인데, 정작 그 뒤에 주주나 새 경영진, 때로는 회사 채권자로부터 "왜 막지 못했느냐"는 손해배상 청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가 입은 손해는 그대로 남았는데 횡령한 직원에게는 회수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청구의 화살이 대표를 향하는 것입니다. "나는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는지, 어디까지가 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인지는 회사의 규모와 그동안 어떤 관리체계를 갖춰 두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직원이 빼돌린 돈, 대표에게 책임이 넘어오는 세 갈래

임직원 횡령이 드러나면 대표는 서로 다른 세 방향의 청구에 동시에 노출됩니다. 첫째는 회사가 대표를 상대로 상법 제399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둘째는 회사 채권자나 투자자 같은 제3자가 상법 제401조로 직접 청구하는 경우, 셋째는 대표 본인이 횡령에 관여했는지를 따지는 형사 절차입니다. 세 갈래는 요건도 다르고 방어 논리도 다릅니다.

회사가 직접 소송을 걸지 않아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주주대표소송이 열려 있고, 경영권이 넘어간 뒤 새 경영진이 전임 대표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횡령한 직원이 이미 무자력이라면 회사로서는 회수 가능한 상대가 대표밖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하나로 모입니다. 법원이 묻는 것은 "대표가 그 횡령을 알았느냐"가 아니라 "알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두고 실제로 굴렸느냐"입니다. 결이 완전히 다른 질문입니다.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방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왜 몰랐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회사 규모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도 다릅니다. 임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소규모 회사라면 대표가 자금 흐름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보아 오히려 직접적인 감시 소홀이 인정되기 쉽고, 조직이 크고 업무가 분업화된 회사라면 개별 거래를 몰랐던 것 자체보다 통제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상법 제399조 감시의무와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직원 횡령 사안에서 문제되는 것은 이 중 "임무 해태", 그중에서도 감시의무 위반입니다. 상법 제393조 제2항이 이사회에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대표이사는 회사 업무 집행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감시의무의 범위가 가장 넓게 잡힙니다.

이 감시의무를 구체화한 것이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 법리입니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의 이사에게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주어진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이를 이용한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문제를 알지 못한 경우라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몰랐다"가 방어가 되지 않는 근거가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이 기준은 이후 판결에서 더 선명해졌습니다.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은 주주대표소송 사안에서, 회사의 업무집행을 담당하지 않는 사외이사라 하더라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데도 구축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거나, 구축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경우에는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외이사에게도 이 정도가 요구된다면, 자금 집행 라인을 실제로 지휘하는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수준은 그보다 높다고 보아야 합니다.

임직원의 자금 횡령이 직접 문제된 사안으로는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44115 판결이 있습니다. 유상증자대금 일부가 횡령된 사건에서, 이사회는 중요한 자산의 처분이나 대규모 재산의 차입 같은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과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지므로 이사와 감사는 그 권한과 의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행해야 하고, 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상법 제399조·제414조에 따라 배상책임을 진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자금이 큰 규모로 들어오고 나가는 국면일수록 감시의무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판례를 종합하면 대표의 책임이 인정되는 유형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통제 장치를 아예 만들지 않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장치는 있었으나 경고 신호를 외면한 경우입니다.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도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거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에 위반된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감시의무를 위반해 이를 방치한 때에는 상법 제399조 제1항의 배상책임을 진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회계 담당자가 몇 년째 휴가를 쓰지 않는다거나, 특정 거래처 잔액이 계속 맞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는데도 넘어갔다면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할 위험이 큽니다.

다만 요구되는 통제의 내용은 회사의 규모·조직·업종·법령상 규제·영업상황·재무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금 담당자 한 사람이 전표 작성부터 결재, 출납, 법인통장 보관까지 전부 맡고 있었다면 통제 부재로 평가되기 쉽고, 반대로 결재 라인이 분리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잔액 대사가 이루어졌는데도 담당자가 문서를 위조해 빠져나간 경우라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제도적 기준선도 있습니다. 상법 제542조의13과 같은 법 시행령 제39조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해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두도록 하며, 준법지원인은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해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정합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에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법원이 말하는 "합리적인 내부통제"가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를 가늠하는 참고선으로는 유용합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의 범위도 등기부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상법 제401조의2는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 회장·사장 등 업무집행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명칭을 사용해 업무를 집행한 자를 제399조·제401조·제403조의 적용에서 이사로 본다고 정하고, 이들은 책임 있는 이사와 연대해 책임을 집니다.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휘했다면 같은 책임 구조에 놓입니다.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문턱이 더 높습니다. 상법 제401조는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만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므로, 단순한 관리 소홀(경과실)만으로는 거래처나 채권자가 대표 개인에게 직접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직원의 횡령으로 거래 상대방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따라 회사가 배상하고, 회사가 그 직원에게 구상하는 구조가 됩니다.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금액이 손해액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사정을 참작해 배상액을 제한하는데, 앞서 본 2021다279347 판결에서도 이사들의 책임이 내부통제시스템 미구축·미운영에 기인한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이 제한되었습니다. 여기에 상법 제400조 제2항은 회사가 정관으로 정한 경우 이사의 책임을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 보수액(상여금과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등 포함)의 6배, 사외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와 경업금지·회사기회유용·자기거래 위반의 경우는 이 감경에서 제외됩니다.

반면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것은 방어책이 되지 못합니다. 상법 제450조는 정기총회에서 재무제표를 승인한 후 2년 내에 다른 결의가 없으면 이사·감사의 책임을 해제한 것으로 보지만, 부정행위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고 해제의 범위도 재무제표에 기재되어 승인을 받은 사항으로 한정됩니다. 장부를 조작해 감춰 온 횡령이라면 애초에 이 조항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은 위임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으로서 소멸시효가 10년이므로, 오래전 사고도 뒤늦게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주가 직접 나서는 경로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법 제403조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회사에 이사의 책임 추궁을 위한 소 제기를 청구하고, 회사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주주가 즉시 회사를 위해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상장회사는 상법 제542조의6 제6항에 따라 6개월 전부터 계속 보유한 1만분의 1 이상이라는 완화된 지분 요건이 적용됩니다.

끝으로 형사 문제는 민사와 분리해 보아야 합니다. 횡령한 직원은 형법 제356조 업무상횡령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됩니다.

  •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이득액 50억 원 이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위 각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음

대표 본인은 횡령에 가담하거나 이를 알고 묵인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형사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방조가 인정되려면 결과 발생을 방지해야 할 보증인지위와 방조의 고의가 필요하고, 관리 소홀만으로 곧바로 채워지는 요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면서 처분을 종용하거나 주선한 정황이 있으면 공범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사고를 인지한 시점 이후의 대응은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보전부터 대표 책임 방어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인사조치보다 증거 보전이 먼저 — 담당자를 먼저 불러 추궁하거나 대기발령을 내면 그 사이 회계 파일과 메일이 정리되는 일이 흔합니다. 법인계좌 거래내역, 전표와 증빙, 회계·ERP 시스템의 입력·수정 로그, 사내 메신저와 메일, 담당자 사용 PC를 먼저 확보하고 필요하면 이미징까지 마친 뒤 움직여야 합니다. 여기서 확정한 피해액과 기간이 이후 형사고소·손해배상·보험청구의 공통 기초가 되고, 대표 본인의 책임 범위를 다툴 때도 같은 자료가 쓰입니다.

  • 회수 가능성부터 묶어 둘 것 — 형사 절차는 재산을 대신 잡아 주지 않습니다. 횡령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직원 명의 부동산·예금·급여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검토해야 합니다. 가압류는 본안소송보다 훨씬 빨리 결정되지만 법원이 정한 담보를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금 계획을 함께 세워 두어야 실제로 신청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 형사고소는 피해액 산정 근거와 함께 — 업무상횡령으로 고소하되,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경법 적용 대상이므로 기간별·계좌별 유출 내역과 산정 방식을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수사 진행에 유리합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계좌추적·압수 자료는 이후 민사 손해배상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회사가 자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자금 흐름을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 대표 책임 방어는 "통제의 이력"으로 — 상법 제399조 방어의 실질은 무엇을 갖췄고 어떻게 굴렸는지를 증거로 보여 주는 일입니다. 자금 결재 규정, 이사회·경영회의 의사록, 내부감사 보고서, 외부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과 그에 대한 조치 기록, 법인계좌 알림 설정 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자료들은 사고 이후에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지금 남아 있는 것부터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재발 방지 조치는 감액 사유이기도 합니다 — 전표 작성자·승인자·출납자·통장 관리자를 분리하고, 법인계좌 입출금 실시간 알림을 대표 명의로 설정하며, 자금·회계 담당자에게 정기 순환보직과 의무휴가를 적용하고, 내부제보 창구를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상법 제400조 제2항에 따른 책임감경 조항을 정관에 두었는지, 임원배상책임보험(D&O)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사고 후 실제로 취한 개선 조치는 법원이 배상액을 제한할 때 참작하는 사정이 되기도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덮고 넘어간 시간이 그대로 책임이 되는 이유

임직원 횡령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회사 평판이나 거래관계를 걱정해 조용히 덮는 것입니다. 그 사이 직원은 재산을 정리하고 증거는 흩어지는데, 정작 대표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부정행위에는 상법 제450조의 책임해제가 적용되지 않고, 회사에 대한 이사의 배상책임에는 10년의 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덮어 둔 기간이 길수록 "알 수 있었는데 방치했다"는 평가에 가까워진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인지 직후 며칠 사이에 증거를 보전하고 재산을 묶어 두면, 회수 가능성과 대표 본인의 책임 범위가 동시에 달라집니다. 회사에서 임직원의 자금 유용이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하셨다면, 지금 어떤 통제 장치가 갖춰져 있었는지부터 정리하시고, 증거 보전과 재산 보전을 포함한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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