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중소기업에서는 설립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주권을 한 장도 인쇄하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흔합니다. 그러다 동업자끼리 지분을 정리하거나 투자자에게 일부를 넘기면서 양도계약서를 쓰고 대금까지 오갔는데, 정작 회사는 "주권도 없는데 무슨 주식 양도냐"며 주주명부 정정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주식을 넘긴 쪽이 마음을 바꿔 여전히 자기가 주주라고 주장하거나, 같은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더 넘겨버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이 상황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아니라, 회사 설립일 또는 신주 납입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는지, 그리고 회사에 어떤 방식으로 알렸는지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주권 미발행 상태의 주식양도, 6개월이 갈라놓는 두 갈래
상법은 회사가 성립한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지체없이 주권을 발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55조 제1항). 그런데 실제 비상장회사에서는 주주가 몇 명 되지 않고 주식을 사고팔 일도 드물다 보니, 이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채 수년이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권 발행을 게을리한 것 자체는 상법 제635조 제1항 제19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사유이지만, 과태료가 실제로 부과되는 일은 드물어 회사도 주주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갑니다.
문제는 주식을 양도할 때 드러납니다. 원칙적으로 주식의 양도에는 주권의 교부가 필요한데(상법 제336조 제1항), 교부할 주권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상법은 이 경우를 별도로 정해 두었습니다. 주권발행 전에 한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지만, 회사 성립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6월이 경과한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상법 제335조 제3항). 회사가 주권을 찍지 않고 버티면서 주주의 처분 자유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그래서 주권 없는 회사의 지분 거래는 두 갈래로 갈립니다. 6개월이 지나기 전의 양도라면 회사에 대해서는 효력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고, 6개월이 지난 뒤의 양도라면 주권 없이도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유효한 양도가 됩니다. 다만 후자라고 해서 곧바로 회사에 대해 주주로 행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① 양도 자체가 유효한지, ② 회사에 대항할 수 있는지, ③ 같은 주식을 노리는 다른 양수인이나 압류채권자 같은 제3자에게 앞설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층이고, 각각 요구하는 조치가 다릅니다. 실무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대부분 이 세 층을 하나로 뭉뚱그린 데서 시작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6개월 기산점, 확정일자 통지, 이중양도 우열의 기준
가장 먼저 확정해야 할 것은 6개월의 기산점입니다. 조문이 정한 기준은 양도계약을 체결한 날이나 대금을 지급한 날이 아니라 회사 성립일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입니다. 설립 때부터 보유한 주식이라면 법인등기부상 회사 성립일이, 이후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이라면 그 신주의 납입기일이 각각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같은 사람이 가진 같은 회사 주식이라도 취득 경위에 따라 기산점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오래된 설립 주식은 이미 6개월을 넘겼지만 최근 증자분은 아직 기간이 차지 않은 상태가 얼마든지 생깁니다. 주식 뭉치별로 따로 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6개월이 되기 전에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도 계약을 다시 쓸 필요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주권발행 전에 한 주식의 양도가 회사 성립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6월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졌더라도, 그 후 6월이 경과하고 그때까지 회사가 주권을 발행하지 않았다면 그 하자가 치유되어 회사에 대해서도 유효한 주식양도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두1850 판결). 어차피 6개월이 지나면 주권 없이 양도할 수 있는데 하자 치유를 부정하면 똑같은 계약을 다시 체결하게 하는 번거로움만 남는다는 취지입니다.
6개월이 지난 뒤의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는 지명채권 양도의 일반원칙을 따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주식의 양도가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다36421 판결). 별도의 교부 행위나 회사의 승인 없이, 양도인과 양수인의 합의만으로 주주 지위가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다음 층이 대항요건입니다. 지명채권 양도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민법 제450조가 그대로 작동합니다. 회사(채무자에 해당)에 대항하려면 양도인이 회사에 통지하거나 회사가 승낙해야 하고, 회사 외의 제3자에게까지 대항하려면 그 통지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통지의 주체는 양도인입니다. 양수인이 자기 이름으로 "제가 주식을 샀습니다"라고 보낸 통지는 대항요건이 되지 못합니다. 둘째, 확정일자의 확보 방법입니다. 대법원은 내용증명 우편에 의한 통지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배달증명은 우체국이 배달 사실만 증명할 뿐 내용에 확정일자를 기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만으로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2. 4. 9. 선고 2001다80815 판결).
이 확정일자가 결정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국면이 이중양도입니다. 양도인이 같은 주식을 두 사람에게 넘긴 경우, 누가 우선하는지는 계약서 날짜의 선후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수인 상호간의 우열을 지명채권 이중양도에 준하여 확정일자 있는 양도통지가 회사에 도달한 일시 또는 확정일자 있는 승낙의 일시의 선후로 결정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다45537 판결). 먼저 계약한 사람이 아니라 확정일자 있는 통지를 먼저 회사에 도달시킨 사람이 이깁니다. 같은 판결은, 양도인이 통지 전에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고 확정일자 있는 통지를 해버려 먼저 양수한 사람이 대항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그 제3자가 양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그 양도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도 보았습니다. 뒤늦게 통지를 마쳤더라도 사정을 알고 끼어든 경우까지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층은 명의개서입니다. 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합니다(상법 제337조 제1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된 자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는 실제 양수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주주명부상 주주의 권리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양도가 유효하고 통지까지 마쳤더라도 명의개서를 하지 않으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나 배당 수령이 막힌다는 뜻입니다.
다만 명의개서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 지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회사 성립 후 6개월이 지난 뒤의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에서 양수인은 주주명부 명의개서 여부와 관계없이 주주가 되고, 회사가 그 후 제3자에게 명의개서를 해주고 주권을 발행하더라도 양수인의 주주권은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7529 판결). 같은 판결은 주권이란 법정 형식을 갖춘 문서를 작성해 주주에게 교부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므로, 주주가 아닌 자에게 건넨 문서는 아직 주권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도 보았습니다. 회사가 엉뚱한 사람 앞으로 주권을 찍어 주더라도 진정한 양수인의 지위는 그대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주주인가"와 "회사에 대해 지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가 별개의 질문이라는 점을 붙잡고 가야 합니다.
명의개서를 받아내는 방법도 이미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 2005다45537 판결은 주권발행 전 주식을 양수한 사람이 양도인의 협력 없이 단독으로 양수 사실을 증명하여 회사에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양도인이 연락을 끊거나 태도를 바꾸었다는 사정만으로 명의개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정관에 주식 양도에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면 그것은 이 6개월 문제와는 별개의 관문이므로(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 제2항), 정관을 먼저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기산점 확정부터 명의개서 이행청구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법인등기부로 6개월 기산점부터 확정 —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서 회사 성립일을, 증자로 취득한 주식이라면 그 신주발행 등기와 납입기일을 각각 확인합니다. 주식을 취득 경위별로 나눠 뭉치마다 기산점을 따로 계산해야 하고, 아직 6개월이 차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기간이 지날 때까지 회사가 주권을 발행하지 않는지를 지켜보면 됩니다. 2000두1850 판결의 하자 치유 법리에 따라 6개월이 지나도록 주권이 발행되지 않으면 기존 계약이 그대로 유효해지므로,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대금을 다시 주고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통지는 반드시 양도인 명의로, 내용증명 우편으로 — 대항요건의 통지 주체는 양도인이므로, 양수인 이름으로 보낸 통지는 아무리 여러 번 보내도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 단계에서 양도인의 통지 협력 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가능하면 계약 체결과 동시에 양도인 명의의 통지서에 서명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양도인이 협조를 거부하면 통지 권한을 위임받아 대리인 자격을 표시해 발송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발송은 내용증명으로 하되, 도달 사실까지 남기기 위해 내용증명과 배달증명을 함께 신청합니다 — 2001다80815 판결대로 배달증명만으로는 확정일자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회사의 확정일자 있는 승낙까지 받아 둘 것 — 통지 대신 회사가 승낙하는 방법도 있고, 그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이루어지면 회사에 대한 대항력과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양도 사실을 인정하는 서면에 공증인의 확정일자를 받아 두는 방식이 실무상 간명합니다. 양도인이 비협조적이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사안에서는 통지보다 승낙 쪽이 더 빠른 해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개서 청구, 거부하면 이행청구의 소와 가처분 — 양수 사실을 증명할 자료(양도계약서, 대금 이체내역, 양도인의 통지서와 배달 결과)를 갖춰 회사에 명의개서를 청구합니다. 2005다45537 판결에 따라 양도인의 협력 없이 단독 청구가 가능합니다. 회사가 응하지 않으면 주주명부 명의개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임박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잘못 행사될 위험이 있다면 본안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이나 주주총회 결의 관련 가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이중양도·처분 위험은 통지 속도로 차단 — 우열이 확정일자 있는 통지의 도달 선후로 정해지는 이상, 계약 체결과 통지 발송 사이의 공백이 그대로 위험 구간이 됩니다. 계약 당일 발송을 원칙으로 삼고, 회사에는 상법 제355조 제1항을 근거로 주권 발행을 함께 청구해 미발행 상태 자체를 정리합니다. 양도인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긴 정황이 있다면 그 상대방이 양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는지를 입증할 자료(협상 경위, 시세보다 낮은 대금, 기존 양도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자·메일)를 확보해 2005다45537 판결의 무효 법리로 다투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통지 도달 하루 차이로 순위가 뒤집히는 이유
주권 미발행 주식의 양도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계약서를 썼고 돈도 다 줬으니 됐다"며 통지와 명의개서를 미루는 것입니다. 6개월 기산점은 회사 등기부만 보면 확인되고, 통지는 하루면 보낼 수 있는 절차인데도, 그 하루가 밀리는 사이 다른 양수인의 확정일자 통지가 먼저 도달하면 순위가 통째로 뒤집힙니다. 양도인이 폐업하거나 연락이 끊기면 통지 협력을 받기 어려워지고, 회사 경영진이 바뀌면 승낙을 받아내는 일도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주권을 발행하지 않은 회사의 지분을 사고팔았거나 그 지분을 두고 다툼이 생겼다면, 먼저 회사 성립일과 납입기일부터 확인해 6개월 요건을 점검하시고, 양도인 명의의 확정일자 통지와 명의개서까지 이어지는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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