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 산 아파트에 대출까지 잡혔다면, 무엇을 돌려받나
사건 개요
청약 가점이 모자라서, 다주택 중과가 부담스러워서, 혹은 본인 명의로는 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아서. 이런 이유로 형제나 배우자의 가족,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의 이름을 빌려 아파트를 사는 일이 실무에서는 드물지 않습니다. 매매계약서 매수인란에는 그 사람 이름이 들어가고, 계약금·중도금·잔금은 정작 돈을 댄 사람의 계좌에서 나갑니다. 몇 해가 지나 시세가 오르고 이제 명의를 정리하려는데,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니 그 아파트에 이미 수억 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명의만 빌려줬던 사람이 그 집을 담보로 자기 이름의 대출을 받아 쓴 것입니다.
이런 상담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대체로 같습니다. "내 돈으로 산 집인데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법은 그 질문에 그대로 답해 주지 않습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 자체를 무효로 선언하면서도(제4조 제1항), 그 무효가 등기와 제3자에게까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따로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댄 사실과 소유권을 되찾을 권리가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명의를 빌린 사람이 스스로 매수인이 되어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약명의신탁'이고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그 사람은 아파트의 완전한 소유자가 되고 실제로 돈을 댄 사람이 돌려받는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돈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은행이 잡은 근저당권은 매도인이 알았든 몰랐든 원칙적으로 살아남습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누가 진짜 돈을 냈나"가 아니라, 계약서상 매수인이 누구였는지, 매도인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자료가 남아 있는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 명의신탁이 계약명의신탁인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입니다. 명의를 빌린 사람이 매매계약의 매수인 당사자로 나섰다면 계약명의신탁, 실제 매수인은 돈을 댄 사람이고 등기만 남의 이름으로 넘긴 것이라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회복 경로가 전혀 달라집니다. 둘째,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를 무효로 하면서도, 단서에서 수탁자가 계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는 예외로 두어 등기를 유효하게 만듭니다.
셋째, 반환의 대상과 범위입니다. 부동산 자체를 되찾는 것인지 금전을 청구하는 것인지, 금전이라면 매수자금만인지 취득세 등 부대비용까지인지, 명의자 이름으로 나간 대출금은 그 계산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가 청구금액을 좌우합니다. 넷째, 그 사이 설정된 근저당권의 운명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판례는 이때의 제3자에 저당권을 취득한 자나 (가)압류채권자가 포함되며 그 선의·악의를 묻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성격 규명이 어긋나면 소장의 청구취지 자체가 잘못 세워지고, 두 번째가 정리되지 않으면 상대가 어느 쪽으로 다투든 대응이 늦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소를 제기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어느 유형으로 세울 것인지가 사실상 절반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유형과 매도인의 선의 여부를 먼저 확정하고, 그에 맞는 청구를 고르기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은 법정이 아니라 그 앞입니다. "내 돈으로 샀다"는 사실 하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했다가, 유형이 달라 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매매계약서의 매수인란부터 확인합니다.
두 유형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결과가 정반대입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면 매도인과 실제 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한 채로 남고 명의자 앞으로 된 등기만 무효이므로, 돈을 댄 사람은 매도인을 대위해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고 매도인에게 자기 앞으로의 이전등기를 청구해 부동산 자체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명의신탁이라면 그 길이 막힙니다. 그래서 계약서 매수인 표시, 계약 현장에 누가 나갔는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영수증의 명의, 잔금일 등기신청 서류를 누구 이름으로 준비했는지를 모아 유형부터 못 박습니다.
2) 매도인이 알았는지를 증거로 가릅니다.
계약명의신탁으로 정리되면 다음은 매도인의 선의 여부입니다. 매도인이 몰랐다면 명의자 앞으로 된 등기는 유효하고 그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며, 돈을 댄 사람에게는 부당이득반환채권만 남습니다. 매도인이 알았다면 매매계약과 등기가 모두 무효가 되어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아 있게 됩니다. 그 판단 자료는 계약 당시에 흩어져 있습니다. 계약 현장에 실제 자금주가 동석했는지, 계약금·잔금이 누구 계좌에서 송금됐는지, 특약사항에 그 사정이 적혔는지,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이 주고받은 문자·통화가 남아 있는지를 시점 순으로 정리해 다툼의 방향을 미리 정합니다.
3) "나중에 명의를 넘겨주겠다"는 각서에 기대지 않습니다.
명의를 빌려줄 때 "요구하면 언제든 이전해 주겠다"는 각서나 확약서를 받아 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신탁자의 지시에 따라 소유 명의를 이전하기로 한 약정도 결국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봅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취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우회하는 약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각서를 근거로 이전등기를 구할 것이 아니라, 청구를 처음부터 금전(부당이득반환)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다만 매도인이 악의여서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남아 있는 경우라면, 매도인과 새로 매매계약을 체결해 자기 이름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부동산 자체를 확보하는 사실상 유일한 경로이므로,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이 협상 가능성을 먼저 타진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돌려받을 금액을 최대치로 세우고, 근저당과 시효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막기
청구의 형태가 금전으로 정해지면, 다음 승부처는 "얼마를"과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가"입니다. 명의자에게 이미 대출까지 잡혀 있는 사안에서는 판결문보다 회수 가능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반환 범위를 매수자금에 더해 취득비용까지 세웁니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선의라면, 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고 그 자금이 부당이득의 대상이 됩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때 반환 범위에 매수자금뿐 아니라 취득세·등록세 등 취득에 들어간 비용까지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그래서 계좌이체 내역, 매도인에게 나간 대금 흐름, 취득 관련 세금 납부영수증, 중개보수 영수증을 하나의 표로 묶어 항목별로 특정된 금액을 만들어 둡니다. 뭉뚱그린 총액 주장은 다투기 좋은 표적이 됩니다.
2) 명의자 이름의 대출금과 내가 대신 갚은 원리금을 갈라 계산합니다.
대출이 끼면 계산이 두 갈래로 갈립니다. 매수 당시 명의자가 채무자가 되어 받은 대출금이 잔금에 들어갔다면, 그 부분은 신탁자가 제공한 자금이 아니므로 부당이득 액수에서 빠집니다. 반대로 그 대출의 이자와 원금을 실제로는 신탁자가 계속 부담해 왔다면, 그 변제액 역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자를 위해 제공된 금원이므로 함께 청구 대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한편 명의자가 아파트를 담보로 새로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자기 용도로 썼다면, 그 대출금은 신탁자가 낸 돈이 아니라 소유자가 자기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쓴 것이어서 별도 청구 근거가 필요합니다. 자금 흐름을 시점별로 갈라 두어야 상대의 상계·공제 주장에 밀리지 않습니다.
3) 근저당권은 살아남는다는 전제로 집행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많은 분들이 "등기가 무효면 그 대출도 무효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은행처럼 명의자가 소유자임을 전제로 새로 이해관계를 맺어 저당권을 취득한 자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보호됩니다. 매도인이 악의여서 등기를 말소하게 되더라도 그 근저당권 부담은 남는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담보로 제공하거나 처분해도 횡령죄나 배임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여서, 형사 고소로 압박해 해결하려는 접근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판결 전에 명의자의 다른 재산과 그 아파트의 남은 담보가치에 대한 가압류부터 검토합니다.
4) 10년 소멸시효와 내게 돌아올 제재를 함께 계산합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가까운 사이라 "언젠가 정리하면 되지" 하며 미루다 권리 자체를 잃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동시에 신탁자 본인의 부담도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명의신탁을 한 사람에게는 부동산평가액의 30%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되고(부동산실명법 제5조), 부과 후에도 실명등기를 하지 않으면 1년이 지난 때 평가액의 10%, 다시 1년이 지난 때 20%의 이행강제금이 더해집니다(제6조). 형사처벌도 별도로 정해져 있어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제7조). 회수액에서 이 제재를 뺀 실질 손익까지 놓고 소송과 협상 중 무엇이 유리한지를 정합니다.
결론
명의를 빌려 산 아파트 문제는 "누가 돈을 냈느냐"로 풀리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누가 매수인으로 적혔는지, 매도인이 그 사정을 알았는지에 따라 부동산을 되찾는 사건이 되기도 하고 돈을 받아내는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등기부에 근저당권이 하나 붙는 순간, 부동산을 되찾는 쪽의 실익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런 사안은 명의자와 감정이 상한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부에 새 근저당권이 잡히거나 연락이 뜸해지는 조짐이 보이는 그 시점이, 자금 흐름과 계약 당시 자료를 정리하고 보전조치를 검토해야 하는 때입니다. 계약서상 매수인이 누구였고, 매도인이 무엇을 알고 있었으며, 내가 낸 돈이 어디까지 증명되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지금 상황이 그런 조짐이라면 어떤 유형으로 다툴 수 있고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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