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조정에서 상대가 무리한 조건을 부른다면 — 결렬의 기준
사건 개요
이혼 소송을 결심하고 소장을 냈는데, 첫 절차가 재판이 아니라 조정이라는 통지를 받고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막상 조정실에 들어가면 상대는 이런 조건을 꺼냅니다. "재산은 내가 9, 당신이 1이다", "양육권을 포기하면 그때 재산분할을 이야기해 보겠다", "위자료로 1억 원을 내놓아라." 조정위원 앞에서 얼굴이 달아오른 채, 그 자리에서 "그럼 재판으로 갑시다"라고 선언해 버리거나, 반대로 몇 시간의 실랑이에 지쳐 "이쯤에서 끝내자"며 조서에 서명해 버리는 일이 실제로 자주 벌어집니다.
조정기일은 피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닙니다. 재판상 이혼은 나류 가사소송사건이어서 조정을 먼저 거쳐야 하고, 조정을 신청하지 않고 곧바로 소를 제기하더라도 가정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제2항). 즉 조정실에서의 한두 시간은 본안 재판으로 가기 전의 우회로가 아니라, 사건 전체의 방향이 실제로 결정되는 관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정이 결렬되는 것 자체는 불이익이 아닙니다.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 사건이 그대로 소송절차로 이행됩니다(가사소송법 제49조에 따라 준용되는 민사조정법 제36조 제1항). 절차가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결렬 여부를 감정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이 판단은 기분이 아니라 두 개의 숫자를 비교하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조정을 깰 것인가 받을 것인가를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가 부른 조건이 판결로 나올 결과의 범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입니다. 둘째, 그 조건 안에 판결로는 애초에 얻을 수 없는 항목이 섞여 있는지입니다. 셋째, 지금 결렬하면 본안에서 새로 확보할 수 있는 재료가 있는지입니다. 넷째, 결렬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 사이의 재산 유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입니다.
네 가지 모두 "상대가 무례했는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조정실에서 목소리를 높였는지, 상대의 제안이 얼마나 괘씸했는지는 결과를 바꾸지 않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이 네 지점을 숫자와 자료로 채워 두었는가이고, 그 준비가 되어 있으면 조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깨는 것도 모두 계산된 선택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상대의 조건을 '판결 기대값'과 대조해 계산합니다
상대의 제안이 터무니없다는 느낌은 대개 맞습니다. 다만 느낌만으로는 결렬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조정기일 전에 판결로 나올 범위를 미리 세워 두면, 그 자리에서 제안을 그 범위 위에 얹어 보는 것만으로 판단이 끝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 기준선을 만듭니다.
1) 재산분할은 분할 대상과 기준시점부터 확정합니다.
재판상 이혼의 재산분할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합니다(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므906 판결). 그래서 상대가 조정실에서 내미는 "지금 통장에 이것뿐"이라는 숫자는 기준시점의 총재산이 아닙니다.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 혼인 전부터 보유했거나 상속·증여로 받은 특유재산,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해 부담한 채무를 항목별로 세우고, 혼인 기간·소득·가사노동 기여를 반영한 기여도 비율을 적용해 예상 분할액의 폭을 냅니다. 그 폭 위에 상대의 "9 대 1"을 얹으면, 괘씸함이 아니라 몇 천만 원의 차이라는 형태로 결렬의 실익이 드러납니다.
2) 양육비와 위자료는 기준표와 판단 요소로 검증합니다.
양육비는 서울가정법원이 공표하는 양육비 산정기준표가 출발점입니다. 부모의 합산 소득 구간과 자녀의 만 나이 구간이 만나는 칸에서 자녀 1인당 표준양육비를 읽고, 개별 사정에 따라 가산·감산해 비양육친의 분담액을 정합니다. 상대가 제시한 금액이 이 표의 어느 지점인지 계산하면 "너무 적다"는 감각이 곧바로 월 얼마의 차이로 바뀝니다. 위자료는 혼인 기간, 파탄에 이른 경위와 책임의 정도 등을 종합해 정해지므로, 유책성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두께가 곧 금액입니다. 반대로 "양육권을 포기하면 재산분할을 해 주겠다"는 식의 맞바꾸기는 값으로 환산할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친권자와 양육자는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법원이 정하는 사항이지, 재산의 대가로 거래되는 항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조정으로만 얻을 수 있는 항목을 따로 값으로 매깁니다.
판결 주문은 "얼마를 지급하라", "누구를 양육자로 정한다" 수준에서 끝납니다. 반면 조정조서에는 분할금의 지급 일정과 연체 시 기한이익 상실,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의 시기와 방법, 대출 승계와 기존 채무의 정리 방식, 면접교섭의 요일·시간·인도 장소, 상호 비방 금지까지 함께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어(가사소송법 제59조 제2항) 그 자체가 집행권원이 됩니다. 총액이 판결 예상치보다 다소 낮더라도 이행 방법이 못 박혀 실제 회수 가능성이 높다면, 그 차액은 지불할 값이 있습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대로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그런 조항을 믿고 총액을 양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결렬을 택했다면 손해 없이 본안으로 넘깁니다
결렬을 결정했다면, 그다음은 그 결렬이 시간 낭비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같은 "조정 결렬"이라도 어떤 형식으로 나가느냐, 그 직후 무엇을 거느냐에 따라 본안의 출발선이 달라집니다.
1) 결렬의 형식을 고릅니다 — 불성립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합의가 안 되면 그대로 불성립 처리되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정담당판사는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하여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직권으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 이른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조정법 제30조). 이 결정은 이의신청 없이 확정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그래서 법원이 우리 예상 범위에 가까운 판단을 낼 것으로 보인다면, 조정실에서 상대와 다투기를 접고 법원의 결정을 받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이의하지 않으면 그대로 끝나고, 이의하더라도 소송으로 넘어갈 뿐이라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려면 조정기일 전에 주장과 근거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해 결정의 토대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2) 이의신청 기간과 소송 이행 절차를 관리합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은 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이고, 이는 불변기간입니다(민사조정법 제34조). 하루만 넘겨도 결정이 확정되어 더는 다툴 수 없습니다. 불리한 내용이 왔다면 송달일부터 날짜를 세어 기간 안에 반드시 이의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이 있거나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종결되면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고, 인지액과 송달료를 보정하면 사건이 소송절차로 이행됩니다(민사조정법 제36조). 이 '조정신청 시 소 제기 간주'는 기간 관리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제척기간이 걸려 있어(민법 제839조의2 제3항), 협상에 매달리다 절차를 늦추면 권리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결렬과 동시에 재산 확보 절차를 겁니다.
조정에서 무리한 조건을 부르는 상대일수록 결렬 직후 재산을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정법원은 재산분할·부양료·미성년 자녀 양육비 청구사건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신청에 따라 당사자에게 재산목록 제출을 명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48조의2 재산명시), 그 목록만으로 해결이 곤란하면 당사자 명의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8조의3 재산조회). 조정 단계에서 끝내 드러나지 않던 예금·보험·부동산이 이 절차에서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동시에 가정법원은 가사소송사건이나 마류 가사비송사건을 본안으로 하여 가압류·가처분을 할 수 있고, 이 재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하지 아니하고 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63조). 처분이나 현상 변경을 급히 막아야 한다면 사전처분(같은 법 제62조)을 함께 신청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론
조정기일에 상대가 부르는 조건은 상대의 희망일 뿐, 법원의 판단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화가 나 결렬을 선언하는 것과, 지쳐서 서명해 버리는 것은 정반대로 보이지만 기준 없이 결정했다는 점에서 같은 실수입니다.
결렬 여부는 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답이 나옵니다. 판결로 나올 범위, 상대가 부른 조건, 그리고 조정조서에만 담을 수 있는 이행 조건의 값입니다. 여기에 결렬 후 재산명시·재산조회로 새로 확보할 자료와 추가로 드는 시간을 더해 보면, 버틸 자리인지 접을 자리인지가 분명해집니다. 조정기일이 잡혔다면 그 전에 분할 대상과 기준시점, 기여도, 양육비 표준액을 미리 계산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지금 받은 제안이 어느 정도로 벗어나 있는지부터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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