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판 사람이 그 집의 채권자가 되는 거래 — 매도인 근저당(셀러 파이낸싱)의 법적 구조와 진짜 리스크
집을 판 사람이 그 집의 채권자가 되는 거래 — 매도인 근저당(셀러 파이낸싱)의 법적 구조와 진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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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판 사람이 그 집의 채권자가 되는 거래 — 매도인 근저당(셀러 파이낸싱)의 법적 구조와 진짜 리스크 

신지수 변호사

이 글은 언론에 보도된 부동산 거래를 계기로 '매도인 근저당' 거래 구조의 법적 성격과 위험을 분석하는 일반 법률정보이며, 특정 개인이나 개별 거래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로 화제가 된 부동산 거래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29억 원에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잔금 17억 7천만 원을 받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마쳐 주고, 매도인이 그 집에 채권최고액 17억 7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거래입니다. 등기부를 열어 보면 소유권자란에는 매수인이, 근저당권자란에는 방금 집을 판 매도인이 기재되는, 말하자면 매도인이 은행 노릇을 하는 구조입니다. 고위 공직자의 거래로 보도되면서 적법성 논란과 형평성 논란이 함께 일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정치적 평가를 걷어내고 오직 하나의 질문에 집중합니다. 이 거래 구조는 법적으로 무엇이고, 일반인이 같은 제안을 받는다면 어떤 위험을 검토해야 하는가입니다.

거래 구조의 해부 — 준소비대차와 매매대금 담보 근저당

보도된 구조를 법률적으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매매계약 체결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마치고, 미지급 잔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매도인을 근저당권자, 매수인을 채무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며, 매수인은 수개월 뒤 잔금을 치르고 근저당권을 말소하기로 예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민법상 '준소비대차'입니다. 당사자가 소비대차가 아닌 원인으로 발생한 채무, 예컨대 매매대금 채무를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하기로 약정하면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깁니다. '네가 나에게 줄 잔금이 있지? 그것을 내가 빌려준 돈으로 치고, 담보로 이 집에 근저당을 잡겠다'는 합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유의할 점은 준소비대차가 성립하려면 기초가 되는 기존 채무가 실제로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체 없는 채무를 꾸며 근저당을 설정하면 담보의 효력 자체가 다투어질 뿐 아니라 별개의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판례 역시 일정한 요건 아래 매매잔대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의 유효성을 인정해 온 만큼, 이 구조 '자체'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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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구조가 등장하는가 — 조합원 지위 승계와 대출 규제

번거로워 보이는 이 구조가 선택되는 데에는 두 가지 현실적 배경이 있습니다.

첫째, 재건축 조합원 지위 승계의 시간 제약입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사업의 조합설립인가 이후 건축물 또는 토지를 양수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이 될 수 없고, 사업 단계가 진행될수록 승계의 문은 더 좁아집니다. 보도된 사안에서도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앞두고 그 전에 소유권 이전을 마쳐야 매수인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잔금 마련이 늦어지더라도 등기만은 서둘러야 할 유인이 생기는 것입니다.

둘째, 대출 규제입니다.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강하게 제한되면서, 수십억 원대 주택의 매수인이 제도권 금융만으로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 공백을 매도인이 '잔금은 나중에 받되 담보를 잡는' 방식으로 메우는 것이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 매도인 금융입니다. 적법성의 층위에서 근저당권 설정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나, 대출 규제를 사적 신용공여로 우회하는 것 아니냐는 정책적·형평성 차원의 논란은 별개로 존재합니다. 법적 유효성과 사회적 논란은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임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리스크는 누구에게 — 매도인이 짊어지는 네 가지 위험

직관적으로는 돈을 아직 내지 않은 매수인이 위험해 보이지만, 법률가의 눈에 이 구조의 위험은 오히려 매도인 쪽에 쏠려 있습니다.

첫째, 경매의 현실입니다. 매수인이 끝내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도인은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로 회수하는 수밖에 없는데, 경매개시부터 배당까지는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고, 유찰될 때마다 최저매각가격이 법원에 따라 20~30%씩 저감됩니다. 1순위 근저당권자라 하더라도 현금 회수까지의 시간과 비용, 시장 상황에 따른 회수 부족 위험을 온전히 떠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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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소유권을 넘기기 전이라면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을 지킬 수 있지만, 등기가 이미 넘어간 이 구조에서 매도인에게 남는 것은 사실상 '돈을 받아내는 채권자'의 지위뿐입니다.

셋째, 제3자와 후순위의 문제입니다.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있는 이상 매수인은 이론상 추가 담보를 설정하거나 임차인을 들일 수 있습니다. 매도인 근저당이 1순위로 확보되고 채권최고액이 충분히 설정되어 있다면 경매 배당에서 보호받을 수 있지만, 순위 확보나 최고액 설정이 부실하면 배당 손실로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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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세금입니다. 이자 약정이 없거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으면 세법상 무상·저리 금전대여로 평가되어 그 이익 상당액에 대한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은행처럼 담보를 잡되 은행만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시간·비용·세금의 삼중고가 매도인을 기다리는 구조인 셈입니다.

평석 — 이런 제안을 받았다면 점검할 것들

실제 법정에서 벌어지는 매도인 근저당 분쟁의 승패는 대부분 '약정을 어떻게 문서로 남겼는가'에서 갈립니다. 준소비대차 전환의 합의, 이자율과 변제기,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서면으로 명확히 남아 있어야 채권의 존재와 범위를 둘러싼 다툼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이 구조의 제안을 받은 매도인이라면 최소한 다음을 점검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이 선순위 부담 없는 1순위로 설정되는지, 채권최고액이 원금과 지연이자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지, 이자와 변제기 약정이 세법상 적정 수준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잔금 완납 전 매수인의 추가 담보 설정이나 임대차를 제한하는 처분 관련 특약을 두었는지, 그리고 준소비대차 전환 합의가 계약서 또는 별도 약정서로 서면화되어 있는지입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도 조합원 지위 승계 요건의 충족 여부, 잔금 조달 계획의 실현 가능성, 기한이익 상실 시 경매로 직행하는 구조의 위험을 냉정하게 계산하여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거래는 '유효한 방식'인 것은 맞지만, 유효한 것과 나에게 안전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보도된 사례가 가능했다고 하여 일반인이 같은 안전망 없이 따라 하기에는, 설계의 정밀도가 결과를 좌우하는 고난도 거래입니다.

마치며

매도인 근저당, 셀러 파이낸싱 구조의 거래는 계약서 특약 한 줄과 등기 순위 하나가 수억 원의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매매 제안을 받으셨거나, 이미 설정한 매도인 근저당의 회수·경매·세금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계약 설계 단계부터 담보 실행까지 빈틈없이 점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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