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원상복구 범위, 어디까지 일까?
임차인 원상복구 범위,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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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원상복구 범위, 어디까지 일까? 

최용석 변호사

임대차가 끝날 무렵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가 원상복구입니다. 임대인은 “처음 상태로 전부 돌려놓아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하고, 임차인은 “오래 사용해서 낡은 것까지 왜 내가 고쳐야 하느냐”고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가에서는 간판, 에어컨, 덕트, 주방시설, 칸막이 철거비가 문제 되고, 주택에서는 도배와 마루, 문틀, 못자국 수리비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그러나 원상복구는 임대차 목적물을 새것으로 만드는 의무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임차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임차인이 새로 설치하거나 훼손한 부분만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의무입니다.

임차인의 원상복구의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차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해 반환해야 한다는 민법 규정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원상은 건물이 처음 지어졌을 때의 상태나 임대인이 원하는 최신 상태를 뜻하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실제로 인도받았을 당시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 당시 이미 벽면에 구멍이 있었고 바닥이 낡아 있었다면, 임차인이 그 부분까지 새로 고쳐줄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반대로 임차 후 벽을 철거하거나 배관 위치를 바꾸고 대형 시설물을 설치했다면 그 변경 부분은 복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1. 20. 선고 2018가단5278040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5. 8. 선고 2018가단141696 판결).

오래 사용해 낡은 것까지 임차인 책임? 통상적인 마모는 임대인이 부담

임차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낡음과 마모를 통상의 손모라고 합니다. 도배지가 햇빛에 바래거나, 마루 표면이 생활 과정에서 닳고, 수전이나 샤워기 헤드가 노후화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부분은 임대차라는 계약의 특성상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변화이므로,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임차인이 복구비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임대인은 임대료를 받으면서 통상적인 감가상각과 수선비를 회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임차인의 고의나 부주의로 문이 파손되거나, 통상 범위를 넘는 못자국과 오염이 발생했다면 임차인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6. 10. 선고 2021나325309 판결, 청주지방법원 2024. 9. 12. 선고 2023나53458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나34915 판결).

임대인이 직접 공사했다면 전액 청구할 수 있나… 필요하고 적정한 비용만 인정

임차인이 복구하지 않고 나가면 임대인이 직접 공사를 한 뒤 보증금에서 공사비를 공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이 지출한 금액이라고 해서 모두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공사가 실제 원상복구에 필요한 공사였는지, 공사 범위와 단가가 적정했는지, 기존 시설의 노후도와 감가상각이 반영되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벽면만 훼손되었는데 전체 매장을 고급 자재로 새로 인테리어했다면, 그 비용 전부를 임차인에게 부담시키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실제 복구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만 손해로 인정하고, 임대차 기간과 시설의 사용연수, 기존 상태를 함께 고려합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 5. 26. 선고 2020가단1338 판결, 청주지방법원 2024. 9. 12. 선고 2023나53458 판결).

임대인이 원상복구비를 청구하려면 실제로 어떤 부분이 훼손되었고, 그 부분을 복구하는 데 얼마가 필요한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공사 전후 사진, 임차 당시 사진, 견적서, 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 실제 공사 완료 자료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단순히 업체로부터 높은 금액의 견적서 한 장을 받아 제출했다고 해서 그 금액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를 실제로 했는지, 견적 내용에 시설 개선이나 신규 인테리어 비용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단가가 시세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지를 법원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비용과 필요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거나 공제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간판과 에어컨을 두고 나오면 무조건 의무 위반? 설치 주체와 계약 내용이 중요

상가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설치한 간판, 에어컨 실외기, 덕트, 주방시설, 칸막이 등은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철거하고 임차 당시 상태로 복구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건물 외벽에 구멍을 내거나 전기·배관공사를 변경한 경우에는 시설물 제거뿐 아니라 훼손된 벽체와 배관까지 복구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시설물을 그대로 두기를 원했거나, 다음 임차인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임대인이 실제 철거할 의사 없이 해당 시설을 이용해 재임대하면서도 철거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1. 19. 선고 2020가단10601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8. 21. 선고 2019나59846 판결).

예를 들어 음식점 임차인이 대형 주방시설과 덕트를 설치한 뒤 퇴거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철거비 3천만 원을 공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시설을 그대로 둔 채 다음 음식점 임차인에게 재임대했습니다. 이런 경우 임대인이 원상복구할 의사도 없고 실제 비용도 지출하지 않았다면, 철거비 전액을 손해라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원상복구비 공제는 임대인이 실제로 복구해야 할 손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 덕분에 오히려 다음 임차인을 쉽게 구했다면, 임대인이 같은 시설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철거비까지 받는 것은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전 임차인이 만든 시설도 새 임차인이 철거해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아니다

임차인은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자신이 임차받았을 당시의 상태로 반환하면 됩니다. 따라서 전 임차인이 이미 설치해 둔 천장, 칸막이, 배관, 주방시설까지 현재 임차인이 모두 철거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계약서에 “현 시설 상태로 임차한다”고 적혀 있거나 전 임차인의 시설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반드시 최초 상태까지 복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권리금을 지급하고 영업시설과 임차권을 함께 승계했거나, 계약서에 전 임차인의 원상복구의무까지 승계한다고 명시한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5. 8. 선고 2018가단14169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5. 17. 선고 2017나1125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15. 선고 2023가단5455971 판결).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넘겨받았다면 책임도 따라오나… 자동 승계는 아니다

실무에서는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고 시설을 그대로 인수한 뒤 영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임대인은 새 임차인이 기존 시설과 함께 원상복구의무도 넘겨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일부 판결은 임대인이 임차권 양도를 승낙하고 새 임차인이 전 임차인의 시설을 그대로 이용했다면 원상복구의무 승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권리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원상복구의무까지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도 있습니다. 결국 계약서 문구, 임대인의 승낙 내용, 시설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인수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7. 10. 20. 선고 2016가단135765 판결, 제주지방법원 2018. 6. 26. 선고 2018가단489 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1. 7. 23. 선고 2020가단133316 판결).

원상복구 특약이 없으면 누가 과거 상태를 증명해야 할까?

계약서에 구체적인 원상복구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임차 당시 상태가 무엇이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임대인이 “처음에는 아무 시설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철거비를 청구한다면, 원칙적으로 그 손해와 복구 범위를 주장하는 임대인이 임차 당시 상태와 임차인의 변경행위를 증명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당시 상태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주장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차인 역시 입주 당시 사진이나 시설물 인수인계서가 없다면 사실관계 다툼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 체결 당시 사진과 영상, 시설물 목록, 특약을 남기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또한 입주 당시 사진이 없는 경우에도 계약서의 “현 상태로 임대한다”는 문구,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전 임차인과의 권리금계약서, 인테리어 견적서, 공사 전후 계좌이체 내역, 중개인이나 전 임차인의 진술을 통해 당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건물의 최초 도면이나 과거 임대차계약서, 이전 사진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고, 임차인은 자신이 실제로 설치한 시설 범위를 자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어느 한쪽이 사진을 제출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계약 체결 경위와 시설 사용 상태,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20. 선고 2023나11773 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 5. 26. 선고 2020가단1338 판결).

임대인이 인테리어에 동의했다면 원상복구를 안 해도 될까? 동의와 면제는 다른 문제

임대인이 임차인의 구조 변경이나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에 동의한 경우에도, 그 사실만으로 임대차 종료 후 원상복구의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음식점 영업을 위해 배기덕트와 주방시설 설치를 허락했다고 하더라도, 계약 종료 시 철거 여부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면 임차 당시 상태로 복구하라는 요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는 공사 자체를 허용한 것이지, 시설을 영구히 건물에 남겨두기로 한 약정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공사비 일부를 부담했거나 시설을 건물에 귀속시키기로 명확히 합의했다면 원상복구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사전 동의 여부보다 동의 당시 시설의 귀속과 철거 책임을 어떻게 정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구조 변경을 묵인했다면 임대인 책임? 묵인만으로 면제되지는 않는다

임대인이 공사 현장을 알고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원상복구 범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공사를 알고 있었다거나 영업을 허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복구의무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구체적으로 “퇴거할 때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거나, 해당 시설을 건물 가치 향상을 위해 그대로 인수하기로 했다면 면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구조 변경이나 고액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에는 공사 승인뿐 아니라 계약 종료 후 철거 여부와 시설 귀속까지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또한 임대인은 임차인의 원상복구의무 불이행으로 발생한 합리적인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제할 금액과 손해의 발생을 임대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훼손 부위, 복구 필요성, 적정 비용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해당 공제는 인정되지 않고, 남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원상복구비 명목으로 2천만 원을 공제했지만 실제 견적서도 없고 공사도 하지 않았다면, 법원은 공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일부 비용만 입증했다면 그 범위에서만 공제가 인정됩니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원상복구가 늦어지면 월세도 계속 내야 하나… 복구에 필요한 합리적 기간만 인정

임차인이 원상복구하지 않아 임대인이 바로 재임대하지 못했다면 임대인은 그 기간의 차임 상당 손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대차가 끝난 뒤 실제 복구에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을 넘어서 무기한 월세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통상 2주면 가능한 철거공사를 임대인이 수개월 뒤에 시작했다면, 그 전체 기간의 손해가 임차인 책임으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임대인이 스스로 원상복구를 완료할 수 있었던 상당한 기간을 기준으로 손해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7. 6. 1. 선고 2016나1081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14. 선고 2016가단5114203 판결).

결국 원상복구 분쟁은 처음 상태와 실제 비용이 핵심

임차인 원상복구 범위는 계약서에 “원상복구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제한 확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임차 당시 상태가 어떠했는지, 임차인이 어떤 시설을 설치하고 무엇을 훼손했는지, 통상적인 노후화인지 고의·과실에 의한 파손인지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복구비를 청구하려면 실제 복구 의사와 적정 비용을 입증해야 하고, 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재임대하면서 철거비까지 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임대인이 과도한 원상복구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려 하거나, 임차인이 간판·에어컨·주방시설 등을 철거하지 않은 채 퇴거해 분쟁이 발생했다면 계약서 문구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는 입주 당시 상태, 시설 설치 주체, 임대인의 사전 동의와 시설 귀속 약정, 실제 복구비와 감가상각을 함께 검토해 임대인과 임차인 각각의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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