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치과의사처럼 마약류취급자로 등록된 의료인은 업무상 프로포폴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직접 다룰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격을 자기 자신에게 쓰는 경우, 즉 스스로 처방전을 끊거나 진료기록부에 몇 줄만 적어두고 자기 팔에 직접 주사하는 경우는 오랫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가까웠습니다. 2025년 2월 7일부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자가투약·자가처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새로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왜 금지됐는지,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각각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실제로 통증이나 불면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의료인이라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왜 셀프 처방이 갑자기 범죄가 됐나 — 제30조제2항 신설 배경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제2항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중독성·의존성을 현저하게 유발하여 신체적·정신적으로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하여 해당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은 신설되어 2025년 2월 7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현재 이 조항이 지정한 대상은 시행규칙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 한 가지입니다.
이 조항이 새로 만들어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프로포폴은 정맥마취제로 병의원에서 합법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짧은 시간에 강한 진정 효과를 내고 반복 투약 시 의존성이 생기기 쉬워 의료인 스스로도 오남용에 취약하다는 점이 계속 지적돼 왔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파악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프로포폴을 스스로 처방·투약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인은 2020년 85명, 2021년 93명, 2022년 98명, 2023년 88명, 2024년 84명으로 매년 80명대 후반에서 90명대 사이를 오갔습니다. 진료를 담당해야 할 의료인이 스스로 마약류에 의존하게 되면 환자 진료의 안전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 조항 신설의 배경입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상황은 대개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야간 당직과 연속 수술로 만성 피로에 시달리던 의료인이 처음에는 짧게 눈을 붙이려고 소량의 프로포폴을 스스로 투약했다가, 몇 주 뒤에는 특별한 통증이 없는 날에도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상태로 번지는 경우입니다. 초반에는 진료기록부에 사용량을 기재해가며 관리한다고 생각했더라도, 반복되면 본인도 정확한 누적 투약량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30조제2항은 이처럼 최초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 대상으로 삼습니다.
제30조제2항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프로포폴을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 치료 목적 여부나 투약량과 무관하게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
예전엔 어떻게 가능했나 — 제32조 처방전 예외의 그늘
제30조제2항이 없던 시절, 의료인의 자가투약이 완전히 방치돼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 제32조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는 마약류를 투약할 수 없도록 원칙을 정하면서도, 단서에서 "약사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진료기록부에 그가 사용하려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품명과 수량을 적고 이를 직접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경우"에는 처방전이 없어도 된다는 예외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 예외 조항은 원래 자신이 직접 환자에게 투약하면서 약국을 거칠 필요가 없는 의료인의 실무 편의를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형식적으로 몇 줄만 적어두고 자기 자신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통로로도 쓰일 수 있었습니다. 처방전 발급이라는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료기록부 기재만으로 사실상 셀프 투약이 가능했던 셈입니다. 제30조제2항은 바로 이 지점, 즉 형식은 갖췄지만 실질은 자기 자신에 대한 투약이라는 행위 자체를 정면으로 겨냥해 신설된 조항입니다.
무엇이 금지되고 누가 적용대상인가
제30조제2항의 적용대상은 마약류취급자로 등록된 마약류취급의료업자, 즉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 중 관할 관청에 마약류취급 등록을 마친 사람입니다. 등록하지 않은 일반 의료인이라면 애초에 프로포폴 자체를 취급할 자격이 없으므로 이 조항이 아니라 무자격 취급에 관한 다른 조항이 적용됩니다.
금지되는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프로포폴을 자신에게 직접 투약하는 행위이고, 둘째는 자신을 위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입니다. 두 행위 모두 진료 목적이 실제로 있었는지, 투약량이 얼마였는지와 무관하게 금지 대상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동료 의료인이 정식으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투약하는 경우, 즉 환자와 의료인의 지위가 분리돼 있는 경우는 이 조항의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적용대상 — 마약류취급자로 등록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마약류취급의료업자).
금지행위① — 프로포폴을 자기 자신에게 직접 투약.
금지행위② — 자신을 위해 프로포폴이 기재된 처방전을 스스로 발급.
적용대상 아님 — 다른 의료인이 정식 진찰 후 처방·투약하는 통상의 진료.
같은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도 지위가 분리돼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예를 들어 원장이 소속 봉직의를 정식으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투약하는 경우는 처방자와 피처방자가 다른 사람이므로 이 조항이 금지하는 자가투약·자가처방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원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스스로 진료기록부만 적어두고 자기 팔에 직접 주사하는 경우는 같은 병원 소속이라는 사정과 무관하게 이 조항 위반이 됩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진찰하고 누가 처방했는가"이지, 근무지가 같은지 여부가 아닙니다.
적발되면 어떻게 되나 —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동시에 온다
제30조제2항을 위반하면 같은 법 제61조제1항제1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소량을 한두 차례 자가투약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최고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성·투약 경위·은폐 시도 여부 등이 양형에 영향을 미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행정처분도 뒤따를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44조는 마약류취급자가 법을 위반한 경우 허가관청이 등록을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에서 업무 또는 마약류 취급의 전부·일부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정지에 갈음해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가투약 사실을 감추려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아예 작성하지 않은 정황이 함께 드러나면, 의료법 제66조제1항에 따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까지 별도로 이어질 수 있어 형사처벌 하나로 끝나지 않는 사안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제30조제2항 위반은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 마약류취급자 등록취소·업무정지, 의료인 면허 자격정지라는 세 갈래 제재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 적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 대조
자가처방이 어렵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전산 감시가 촘촘해졌기 때문입니다. 마약류를 취급하는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고·처방·투약·재고 내역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시스템에 쌓이는 데이터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대조해, 처방·투약 기록과 실제 재고 수량이 맞지 않거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의료기관을 선별해 현장 점검과 수사의뢰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처방 소프트웨어 자체에 자가처방을 원천적으로 걸러내는 전산 장치를 심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방전 발급자와 환자 정보가 동일 인물로 확인되면 프로포폴 처방 입력 단계에서부터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처럼 진료기록부에 짧게 몇 줄 적어두는 방식으로 자가투약 사실을 눈에 띄지 않게 남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곧 이미 관행적으로 자가처방을 해온 의료인일수록 적발 위험이 더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독이 의심된다면 — 처벌보다 치료보호가 먼저인 이유
수술 후 통증이나 불면, 극심한 피로 때문에 프로포폴에 손이 갔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끊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면, 이는 단순한 법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중독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는 마약류중독자인지를 가려내는 감별검사와 치료·재활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치료보호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이에 드는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합니다.
절차도 특별히 복잡하지 않습니다. 본인이나 배우자·직계존속·법정대리인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에게 치료보호 신청서를 내면,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개월 이내에 마약류중독자인지를 가리는 판별검사를 받게 됩니다. 전국 30개 안팎의 지정 치료보호기관에서 입원·외래치료를 제공하고, 판별검사와 치료보호에 드는 비용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므로 비용 부담 때문에 신청을 망설일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에 먼저 적발되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치료보호기관을 찾아 감별검사와 치료를 받는 쪽과, 적발된 뒤에야 사실을 인정하는 쪽은 이후 절차에서 정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52조가 정한 자수 감경 규정은 수사기관이 범인을 특정하기 전에 스스로 범죄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 적용될 여지가 있어, 수사가 시작되기 전 스스로 치료를 받으며 상황을 정리하는 쪽이 여러모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나 병원 관계자에게 먼저 알리기 어렵다면 변호사를 통해 치료보호기관 연계와 이후 절차를 함께 준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도움을 받으려면 — 동료 진료와 정식 처방의 원칙
결국 이 조항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프로포폴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의료인에게 정식으로 진찰받고 처방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마취통증의학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해당 분야 전문의에게 통증이나 불면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받고, 처방전이 정상적으로 발급·기록되는 절차를 거치면 이 조항이 금지하는 자가투약·자가처방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병원 내부에서 동료 의료인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셀프 처방의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보고됩니다. 하지만 다른 병의원이나 타 진료과 동료를 통해 정식으로 진료기록을 남기는 절차는 그리 어렵지 않고, 오히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받을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자가투약 정황이 있어 조사가 시작됐거나 시작될 우려가 있다면, 진료기록부·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보고 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형사·행정 절차 모두에서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포폴이 아닌 다른 마약류를 자가투약해도 제30조제2항 위반인가요?
A. 제30조제2항이 지정한 대상은 시행규칙이 정하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현재는 프로포폴이 지정돼 있습니다. 지정되지 않은 다른 마약류를 자가투약했다면 이 조항이 아니라 마약류 취급 전반에 관한 다른 조항의 적용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Q. 딱 한 번, 극심한 통증 때문에 스스로 투약한 경우도 처벌되나요?
A. 조문은 투약 횟수나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원칙적으로는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횟수와 경위, 진료기록부 기재 여부 등은 이후 형량을 정하는 단계에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진료기록부에 정확히 기재하고 자가투약했다면 문제없나요?
A. 아닙니다. 과거 제32조 예외는 진료기록부 기재를 조건으로 처방전 없이 투약할 수 있게 해주는 규정이었지만, 제30조제2항은 그와 별개로 자기 자신에 대한 투약·처방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어서 기재 여부와 무관하게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형사처벌을 피하면 면허나 등록에는 문제가 없나요?
A. 별개입니다.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마약류취급자 등록취소·업무정지나 의료인 면허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은 각 기관이 별도 절차로 판단하므로, 형사 절차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행정처분까지 자동으로 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Q. 이미 자가투약을 해왔다면 지금이라도 치료보호기관을 찾아가는 게 도움이 되나요?
A.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적발되기 전 스스로 치료보호기관을 찾아 감별검사와 치료를 받는 경우, 형법상 자수 감경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있고 치료 경과 자체가 이후 절차에서 정상 참작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제2항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라는 특수한 자격이 자기 자신을 향할 때 생기는 위험을 막기 위해 신설된 조항입니다. 진료기록부에 몇 줄 적어두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능했던 셀프 처방의 통로가 이제는 명시적인 금지 규정과 촘촘해진 전산 감시, 그리고 형사처벌·행정처분이라는 이중의 제재로 막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증이나 불면, 극도의 피로 때문에 프로포폴에 의존하게 됐다면 그 자체를 숨기기보다 다른 의료인의 정식 진료를 받거나 치료보호기관의 도움을 받는 쪽이 법적으로도, 건강 회복의 측면에서도 더 안전한 길입니다. 이미 조사가 시작됐거나 시작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함께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초기 단계부터 법률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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