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재산을 동결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몰수'라는 말과 '추징'이라는 말을 구분하지 못한 채 같은 절차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계좌가 묶이는 이유와 부동산이 묶이는 이유는 몰수보전이냐 추징보전이냐에 따라 근거도 다르고 대상도 다릅니다. 몰수보전은 범죄와 직접 연결된 '그 재산' 자체를 특정해 묶는 절차이고, 추징보전은 나중에 확정될 추징금이라는 금전채무를 확보하기 위해 피고인의 일반재산 전반을 묶는 절차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계좌 하나만 묶인 줄 알았다가 부동산까지 처분금지 등기가 걸려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거나, 반대로 취소·감액을 신청할 때 엉뚱한 절차로 다투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이 각각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대상으로 묶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흔히 벌어지는 혼동 지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몰수보전과 추징보전 — 이름은 닮았어도 근거와 목적이 다른 제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사기·횡령·배임·도박·마약 등 특정범죄로 얻은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거나, 몰수가 어려울 때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몰수·추징이 유죄판결이 확정돼야 비로소 집행되는 형벌의 부수처분이라는 점입니다.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통상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피고인이 재산을 처분·은닉해버리면 아무리 유죄가 확정돼도 몰수·추징을 실제로 집행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이런 공백을 막기 위해 같은 법 제33조는 몰수보전명령을, 제42조는 추징보전명령을 각각 규정해, 검사의 청구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판결 확정 전에 재산의 처분을 미리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 명령의 목적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몰수보전은 장차 몰수판결이 확정되면 '그 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대상이 되는 재산이 범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반면 추징보전은 몰수가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그 가액에 상당하는 금전을 추징하기 위한 절차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특정 재산이 아니라 '추징금'이라는 금전채권 자체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계좌가 묶였는지 부동산이 묶였는지보다 먼저, 그 보전이 몰수보전인지 추징보전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몰수보전은 '그 재산 자체'를 몰수하기 위해 특정 재산을 묶는 절차이고, 추징보전은 '추징금이라는 금전채무'를 확보하기 위해 일반재산을 묶는 절차다 — 이 목적의 차이가 계좌·부동산이 걸리는 방식을 가른다.
무엇이 걸리나 — 몰수대상재산과 일반재산의 경계
몰수보전의 대상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가 정한 몰수대상재산으로 한정됩니다. 범죄행위로 직접 얻은 재산(범죄수익), 그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이자·배당금·재투자 재산,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계좌라면 '피해자가 입금한 사기 피해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계좌', 부동산이라면 '그 피해금으로 매수한 아파트'처럼, 문제 되는 재산과 범죄 사이의 연결고리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몰수보전 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연결고리를 특정하지 못하면 검사는 몰수보전이 아니라 추징보전을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징보전의 대상은 이와 다릅니다. 추징보전은 피고인·피의자 본인 명의의 일반재산이면 원칙적으로 대상이 되고, 그 재산이 범죄와 직접 연결되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와 판례가 확립해 온 원칙상 추징보전은 어디까지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 본인의 일반재산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이미 범인 아닌 제3자에게 귀속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추징보전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기 사건이라도 피해금이 그대로 남은 계좌 일부는 몰수보전으로, 이미 생활비 등으로 섞여 써버려 특정이 안 되는 나머지는 추징보전으로 나뉘어 처리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몰수보전 대상 — 범죄수익 자체,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범죄에 제공된 재산(구체적 특정 필요).
추징보전 대상 — 피고인·피의자 명의의 일반재산(금전채권 확보 목적, 범죄와의 직접 연결 불요).
구분 기준 — 문제 된 재산이 '범죄와 직결된 물건 자체'인지, '손실을 메울 재산'인지.
제3자 명의 재산 — 몰수보전은 요건 충족 시 가능, 추징보전은 원칙적으로 대상 아님.
부동산이 묶이는 방식 — 처분금지등기와 그 이후
부동산에 대한 몰수보전·추징보전은 모두 등기부에 처분금지 취지의 등기를 촉탁하는 방식으로 집행됩니다. 법원이 몰수보전명령 또는 추징보전명령을 발령하면 그 결정문이 관할 등기소에 촉탁되고, 등기소는 해당 부동산 등기부에 처분금지 등기를 기입합니다. 이 등기가 되어 있는 동안에는 소유자가 매매·증여로 소유권을 넘기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도, 그 처분이 국가(추후 몰수·추징을 집행하는 검찰)에 대해서는 효력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등기부를 열람하면 처분금지 등기 옆에 '몰수보전' 또는 '추징보전'이라는 원인이 함께 기재되므로, 어느 절차로 묶였는지는 등기부만 확인해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처분금지 등기가 됐다고 해서 소유권 자체가 곧바로 국가로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자는 여전히 그 부동산에 거주하거나 임대할 수 있고, 등기부상 소유 명의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실질적인 불이익은 매각이나 담보대출 등 재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막힌다는 데 있습니다. 처분금지 등기는 몰수·추징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존속하며, 무죄판결이나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되면 보전명령이 실효되어 등기 말소를 촉탁하게 됩니다.
부동산 처분금지 등기는 소유권을 빼앗는 등기가 아니라, 판결 확정 전까지 그 부동산을 팔거나 담보로 잡히지 못하게 묶어두는 등기다.
예금계좌가 묶이는 방식 — 제3채무자 지급금지의 파급력
예금채권에 대한 몰수보전·추징보전은 부동산과 집행 방식이 다릅니다. 계좌 자체를 압류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명령이 은행 등 금융기관(제3채무자)에 송달되어 그 계좌에서 예금주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집행됩니다. 명령이 은행에 도달하는 즉시 그 계좌는 사실상 동결되어, 예금주는 자동이체·카드결제·현금인출 등 계좌를 이용한 모든 지급행위가 막힙니다. 급여나 생활비가 들어오는 주계좌가 이런 방식으로 묶이면 당장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됩니다.
더 까다로운 지점은 계좌에 범죄와 무관한 돈까지 섞여 있을 때입니다. 몰수보전은 원칙적으로 범죄수익으로 특정된 금액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특정이 어려운 혼재 계좌는 추징보전으로 전환돼 잔액 전체가 묶이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생활비나 사업 운영자금까지 함께 묶여 피해가 커질 수 있는데, 이때는 뒤에서 설명할 취소·감액 신청을 통해 보전 범위를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두 보전이 겹치는 경우 —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의 중복
실무에서는 한 사건에서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이 함께 청구되는 경우가 오히려 흔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계좌 중 피해금이 그대로 남아 특정되는 부분은 몰수보전으로, 이미 다른 용도로 소비돼 특정할 수 없는 나머지 피해액 상당은 추징보전으로 나누어 청구되는 방식입니다. 두 명령이 같은 재산에 동시에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처분제한이 중첩되어 어느 한쪽 보전만 취소되어도 나머지 보전의 효력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보전을 해제하려면 어느 명령이 걸려 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몰수보전만 걸려 있는 줄 알고 몰수보전 취소만 다퉜다가, 같은 재산에 추징보전까지 중복으로 걸려 있어 여전히 처분이 묶여 있는 경우가 실제로 벌어집니다. 결정문이나 등기부·계좌 통지서에 적힌 근거 조문과 사건번호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첫 단계입니다.
제3자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은 어떻게 되나
범죄수익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돌려놓았다고 해서 보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9조는 범인 외의 자가 그 재산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경우, 또는 범인으로부터 무상이나 그에 준하는 대가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제3자 명의의 재산도 몰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명의가 배우자나 자녀로 되어 있어도 실질적인 자금 출처와 취득 경위가 범죄수익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소명되면 몰수보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추징보전은 앞서 본 대로 원칙적으로 피고인·피의자 본인의 일반재산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라 해도 이미 범인 아닌 제3자에게 정당하게 귀속된 재산이라면, 원칙적으로 추징보전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때 '정당한 귀속'인지, 아니면 명의만 빌린 것인지를 다투는 과정에서 실질 귀속관계와 자금 출처에 관한 자료가 사실상 승패를 가르므로, 명의자 본인이 취득 경위와 대가 지급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전명령에 대한 불복 — 즉시항고와 취소·감액
몰수보전명령이나 추징보전명령을 받았다고 해서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명령 모두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고, 몰수보전에 대해서는 대상 재산이 몰수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추징보전에 대해서는 보전된 금액이 향후 확정될 추징 예상액보다 과도하다는 점을 다투는 것이 실무에서 흔한 접근입니다. 추징보전의 집행은 민사집행법상 가압류 명령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정해져 있어, 감액이나 일부 취소를 구하는 절차 구조도 민사 가압류의 이의·취소 절차와 유사하게 진행됩니다.
보전이 취소되면 부동산은 등기소에 말소등기가 촉탁되고, 계좌는 금융기관에 지급금지 해제 통지가 나가는 방식으로 원상회복됩니다. 다만 불복이 받아들여지려면 대상재산과 범죄수익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 또는 추징 예상액 산정이 과다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구체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막연히 "억울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고,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계좌 내역이나 매매·증여 경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는 쪽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을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특정 가능한 재산은 몰수보전으로, 특정이 어려운 나머지 손해액 상당은 추징보전으로 나누어 청구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합니다. 이때는 각 보전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다퉈야 합니다.
Q. 계좌에 범죄와 무관한 돈이 섞여 있어도 전액 묶이나요?
A. 몰수보전은 원칙적으로 범죄수익으로 특정된 금액만 대상이지만, 특정이 어려운 혼재 계좌는 추징보전으로 전환돼 잔액 전체가 묶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감액이나 일부 취소를 신청해 다툴 수 있습니다.
Q. 부동산에 처분금지 등기가 되면 소유권을 잃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소유 명의와 거주·임대는 그대로 유지되고, 매각이나 담보 설정 등 처분행위만 제한됩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임시 조치이며, 무죄나 불기소로 종결되면 등기가 말소됩니다.
Q. 제3자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도 몰수·추징보전 대상이 되나요?
A. 몰수보전은 제3자가 범죄수익이라는 사정을 알고 취득했거나 무상에 준하는 대가로 취득한 경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추징보전은 원칙적으로 피고인 본인의 일반재산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제3자에게 정당하게 귀속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닙니다.
Q. 보전명령에 불복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A. 몰수보전·추징보전명령 모두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대상재산과 범죄수익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나 추징 예상액 산정이 과다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춰 신청하는 것이 실무상 관건입니다.
Q. 무죄판결을 받으면 보전은 자동으로 풀리나요?
A. 무죄가 확정되거나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되면 몰수·추징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보전명령도 실효됩니다. 이 경우 부동산은 등기 말소가, 계좌는 지급금지 해제 통지가 촉탁되어 재산 상태가 원상회복됩니다.
맺음말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은 이름이 비슷해 같은 절차처럼 보이지만, 몰수보전은 범죄와 연결된 특정 재산을, 추징보전은 피고인의 일반재산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근거와 대상이 다른 별개의 제도입니다. 계좌가 묶였는지 부동산이 묶였는지보다 먼저 어느 절차로 묶인 것인지, 그리고 그 대상이 정말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보전명령은 유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재산 처분을 막는 강력한 조치인 만큼, 그 범위가 과도하다면 즉시항고나 감액 신청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수원지검 관할 사건을 비롯해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사기·횡령 등으로 계좌나 부동산이 갑자기 묶이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통지를 받은 즉시 근거 조문과 대상재산을 정확히 파악해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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