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집행유예는 유예기간이 무사히 지나야 비로소 형의 선고 자체가 효력을 잃는 조건부 처분이고, 그 기간 중 또 단속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새로 적발된 사건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와는 별개로, 이미 받아둔 예전 집행유예가 법률상 그대로 살아나 집행되는 문제가 따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집행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와 취소되는 경우가 각각 어떤 요건과 절차로 갈리는지, 재범 사건에서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집행유예 중 재범 — 새 사건과 기존 집행유예는 별개의 문제다
유예기간 중 다시 단속되면 서로 다른 두 개의 법적 절차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하나는 새로 적발된 마약 사건 자체가 어떤 형을 받을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유예받아 집행을 미뤄둔 예전 형이 그대로 살아나 집행되는가입니다. 많은 사람이 전자, 즉 새 사건에서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에만 신경을 쓰지만, 실제로 더 크게 부딪히는 문제는 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 사건에서 설령 벌금형이나 가벼운 처분을 받더라도, 예전 집행유예가 별도로 무너지면 그 유예되어 있던 형 전체가 그대로 집행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집행유예가 무너지는 경로는 형법 제63조의 실효와 제64조의 취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실효는 법이 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별도의 재판 없이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이고, 취소는 검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이 심리를 거쳐 결정으로 선고하는 절차입니다. 두 경로는 발동 요건도, 다투는 방법도 다르므로 지금 상황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구분해야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새로 적발된 사건이 아직 재판 중이라면 실효 여부는 그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은 그 사실만으로 별도의 취소 심리가 먼저 진행될 수 있어 두 절차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형법 63조 실효 — 유예기간 중 판결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
형법 제63조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고 정합니다. 요건을 나누면 셋입니다. 새로 문제되는 죄가 고의범일 것, 그 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마약 사건이라면 통상 징역형)이 선고될 것, 그리고 그 판결이 확정될 것입니다. 마약류 투약·소지·매매 관련 범죄는 성격상 모두 고의범이므로, 결국 관건은 새 사건에서 실형 또는 집행유예 이상의 금고형이 확정되는지입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조문의 "유예기간중"이라는 표현 때문에 새로 지은 죄까지 유예기간 중에 저지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 1997. 7. 18.자 97모18 결정은 실효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새 판결이 유예기간 중에 확정되었는지이지, 그 죄를 유예기간 중에 범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유예기간 개시 이전에 저지른 별개 범행에 대한 실형 판결이 유예기간 중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었습니다. 즉 지금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이 있다면, 그 범행 시점이 언제든 판결 확정이 유예기간 안에 이루어지는 순간 실효가 작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집행유예 실효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새 판결이 유예기간 중에 '확정'되었는지이지, 그 범행을 유예기간 중에 저질렀는지가 아니다 — 대법원 97모18 결정의 핵심이다.
확정 시점이 갈리는 이유 — 재판이 늦어지면 실효를 비껴갈 수도 있다
실효의 기준이 '확정 시점'이라는 점은 반대 방향의 결과도 만들어냅니다. 형법 제65조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고 정합니다. 새로 적발된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길어져 유예기간이 먼저 끝나버리면, 그 시점에 실효나 취소가 없었던 이상 예전 형의 선고는 이미 효력을 잃은 뒤입니다. 이후 새 사건 판결이 확정되어도 이미 사라진 예전 집행유예를 되살려 실효시킬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이 시간차를 노리는 전략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검찰과 법원의 사건 처리 속도가 유예기간보다 현저히 늦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마약 사건은 통상 구속 수사나 신속한 기소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확정이 유예기간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또한 준수사항 위반이 함께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뒤에서 볼 제64조 취소 절차가 실효와 별개로 유예기간 중에 진행될 수 있어, 확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확정 시점의 구조를 이해해두는 것은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정보이지, 시간을 끌면 된다는 요령으로 삼을 문제는 아닙니다.
실무적으로는 오히려 반대의 함정이 더 자주 문제됩니다. 유예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적발되었다는 이유로 방심하다가, 수사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어 유예기간 만료 직전에 판결이 확정되면서 실효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유예기간 종료가 가깝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남은 기간 동안 새 사건의 진행 속도와 확정 시점을 계속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형법 64조 취소 — 결격사유 발각형과 준수사항 위반형
취소는 실효와 달리 법원의 결정을 거쳐야 발생하고, 원인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형법 제64조 제1항에 따른 결격사유 발각형입니다. 제62조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애초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정하는데, 법원이 이 결격사유를 모른 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법원은 반드시 그 선고를 취소해야 합니다. 재량이 아니라 필요적 취소입니다.
둘째는 제64조 제2항에 따른 준수사항 위반형입니다.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을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그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법원이 재량으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마약 사건은 실무상 보호관찰과 재활교육 수강이 조건으로 자주 붙기 때문에, 재범으로 기소되기 전이라도 이 경로만으로 기존 집행유예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절차는 검사가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을 받아 법원에 취소를 청구하고, 형사소송법 제335조가 정하는 절차가 준용됩니다.
준법지원센터 담당자의 연락에 응하지 않거나 상당 기간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
정기 약물검사·출석 지시를 반복해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을 사실상 전혀 이행하지 않는 경우
보호관찰 기간 중의 재범은 그 자체로 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됨과 별개로, 준수사항 위반의 정도를 평가하는 요소로도 함께 고려됨
실효와 취소, 다투는 방법이 다르다
실효는 요건이 갖춰지면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이므로 별도의 취소 재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검사가 확정 사실을 확인해 형집행지휘를 하면 그것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그 처분이 부당하다고 다투려면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른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으로 다퉈야 합니다. 앞서 본 97모18 결정도 바로 이 이의신청 절차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반면 취소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심문 등 심리를 거쳐 결정으로 선고합니다. 준수사항 위반의 사실관계와 그 위반이 '무거운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법원이 직접 판단하는 구조이므로, 결정이 내려지기 전 단계에서 위반 경위나 그 이후의 개선 노력을 소명할 여지가 실효보다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어, 사실관계나 위반 정도의 평가를 다시 다툴 기회도 남아 있습니다.
실효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해 사후에 이의신청으로만 다툴 수 있고, 취소는 법원 결정 전 단계에서부터 소명이 가능하며 즉시항고로도 다툴 수 있다 — 두 절차의 방어권 행사 시점이 다르다.
마약 재범, 왜 실형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 누범가중과는 다른 문제
재범이면 무조건 누범으로 가중처벌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에는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35조의 누범 가중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이내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전제로 하는데, 집행유예는 형의 집행 자체를 미뤄둔 상태이지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상태가 아니어서 이 요건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재범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법원은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을 형법상 정식 누범 가중과는 별개로,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한 일반 양형 요소로 평가합니다. 여기에 더해 앞서 살펴본 실효·취소가 실제로 발동하면, 새 사건에 대한 형과 별도로 이미 유예되어 있던 예전 형까지 함께 집행됩니다. 두 형이 순차로 집행되는 구조이다 보니, 새 사건의 형량 자체는 가벼워 보여도 실효·취소가 겹치면 전체 구금 기간은 두 사건의 형기를 합친 만큼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변호 전략도 새 사건의 형량을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예전 집행유예의 실효·취소 가능성 자체를 함께 살펴야 온전해집니다. 새 사건에서 금고형을 면하거나 판결 확정 시점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준수사항 위반이 있었다면 그 정도가 취소 사유로 볼 만큼 무거운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두 절차 중 어느 하나만 방어하고 다른 하나를 놓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재범 사건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
실효는 요건이 갖춰지면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므로 사실 다툼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취소는 법원의 재량 판단이 개입하는 절차이므로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준수사항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해왔는지, 위반이 있었다면 그 경위와 이후의 개선 노력을 구체적인 자료로 정리해두는 것이 취소 심리 단계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중독 문제가 재범의 원인으로 얽혀 있다면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치료감호 청구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해 치료와 재활교육을 받게 하는 절차로, 수용 기간은 같은 법 제16조 제2항 단서에 따라 2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치료 의지와 그동안의 재활 노력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고 있으면 새 사건의 양형과 취소 심리 양쪽 모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 출석·정기 약물검사 결과 등 준수사항 이행 기록 확보
위반이 있었다면 그 경위와 이후 개선 노력을 뒷받침할 자료 정리
중독 치료·재활 프로그램 참여 이력과 치료 의지를 보여줄 자료 준비
취소 청구 심리 단계와 즉시항고 단계를 구분해 각 단계에 맞는 대응 준비
자주 묻는 질문
Q. 집행유예 기간 중에 마약으로 또 적발되면 무조건 예전 집행유예가 실효되나요?
A. 자동은 아닙니다. 새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유예기간 중에 확정되어야 실효됩니다. 벌금형에 그치거나 판결 확정이 유예기간 이후로 넘어가면 제63조에 따른 실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Q. 새 사건에서 벌금형을 받으면 예전 집행유예는 어떻게 되나요?
A. 제63조의 실효는 금고 이상의 형을 요건으로 하므로 벌금형만으로는 실효되지 않습니다. 다만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이 함께 있었다면 제64조 제2항에 따른 취소 절차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실효와 취소는 실무에서 어떻게 다른가요?
A. 실효는 요건 충족 시 법률상 당연히 발생해 별도 재판 없이 진행되고, 다투려면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해야 합니다. 취소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심리를 거쳐 결정하므로 그 전 단계에서 소명할 여지가 있고 즉시항고도 가능합니다.
Q. 새로운 형사처벌 없이 보호관찰 준수사항만 어겨도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제64조 제2항은 준수사항이나 명령 위반 그 자체를 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어, 별도의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되면 취소될 수 있습니다.
Q. 집행유예 취소 결정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반면 실효는 별도의 결정이 없으므로, 그 집행 처분이 부당하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으로 다퉈야 합니다.
Q. 치료감호를 받으면 집행유예 실효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A. 치료감호는 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별도로 청구·선고되는 보안처분으로, 실효 여부를 좌우하는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치료 의지와 재활 이력은 새 사건의 양형이나 준수사항 위반형 취소 심리 단계에서 유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적발되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새 사건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가 아니라, 이미 받아둔 집행유예가 실효 요건과 취소 요건 중 어디에 걸리는지입니다. 실효는 금고 이상의 형이 유예기간 중 확정되는지가 관건이고, 취소는 결격사유 발각이나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이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두 요건은 서로 다른 사실관계에서 출발하고 다투는 방법도 다르므로, 지금 상황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부터 구분해야 대응의 방향이 잡힙니다.
준수사항 이행 기록을 정리하고 위반 경위를 소명할 자료를 갖추는 일은 취소 심리 단계에서 실제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이나 재범 사건으로 집행유예 취소 통지를 받았다면, 통지를 받은 즉시 준수사항 이행 자료부터 정리해 대응을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