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수사기록 열람·등사, 피고인이 볼 수 있는 범위
성범죄 수사기록 열람·등사, 피고인이 볼 수 있는 범위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고소/소송절차

성범죄 수사기록 열람·등사, 피고인이 볼 수 있는 범위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과 그 변호인이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 중 하나가 정작 자신이 무엇 때문에 기소되었는지 뒷받침하는 자료를 충분히 보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검찰이 보관한 진술조서나 영상녹화물을 보여달라고 해도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고, 어디까지가 정당한 제한이고 어디부터가 방어권 침해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수사기록 열람·등사는 아무 때나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절차 단계와 신청 주체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는 제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각각 어느 시점에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성범죄 사건에서 왜 유독 그 범위가 좁아지는지, 검사가 거부했을 때 어떤 절차로 다툴 수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수사 단계와 공소제기 후 — 열람·등사권이 발생하는 시점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원칙적으로 공소제기, 즉 기소 이후에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아직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단계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보관한 수사기록 전체를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법적 권리가 없고, 자신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조사 종료 시 확인하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구속적부심사를 다투는 경우처럼 예외적인 국면에서 제한적으로 자료를 열람하는 절차가 있을 뿐, 수사 중인 사건 전체 기록을 미리 받아볼 방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기록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의 1차 답은 원칙적으로 기소 이후입니다.

이 원칙의 헌법적 근거는 헌법재판소 1997. 11. 27. 선고 94헌마60 결정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변호인이 정당한 사유 설명 없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당한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검사가 보관한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가 실질적 당사자대등과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는 데 필요불가결하며,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 이후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제266조의3제266조의4가 신설되어, 공소제기 후 검사가 보관한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절차가 비로소 명문화됐습니다. 판례로 확립된 원칙이 법조문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법으로 명문화된 시점은 공소제기 이후이고, 그 헌법적 근거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다.

피고인 본인과 변호인 — 볼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를 상대로 공소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물건의 목록과, 공소사실의 인정 또는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류등에 대해 열람·등사 또는 서면 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조문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있는 경우, 피고인 본인은 열람만 신청할 수 있고 등사, 즉 사본을 받아 가는 것은 신청할 수 없습니다. 등사까지 가능한 쪽은 변호인입니다. "피고인이 볼 수 있는 범위"를 물을 때 변호인 선임 여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구분을 두는 이유는 수사기록에 담긴 내용이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나 진술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사본이 통제되지 않은 채 퍼질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지므로 등사까지 허용하되, 변호인이 없는 피고인 본인에게는 열람으로 범위를 좁혀 자료 접근은 보장하면서도 유출 위험은 줄이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는 변호인이 등사한 자료를 사무실에서 검토하고, 피고인 본인은 변호인 접견 시 필요한 부분을 열람하거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인이 없다면 피고인 본인이 직접 검사에게 열람을 신청할 수 있지만 등사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 신청 대상 — 검사가 보관한 서류·물건의 목록, 공소사실 인정·양형에 영향 줄 수 있는 서류 등.

  • 변호인이 있는 피고인 — 본인은 열람만, 변호인은 열람·등사 모두 신청 가능.

  • 변호인이 없는 피고인 — 본인이 직접 열람 신청 가능(등사는 원칙적으로 제한).

  • 서류·물건의 목록 자체는 검사가 거부할 수 없음(제266조의3 제6항).

검사가 등사를 거부·제한할 수 있는 사유

열람·등사 신청이 들어왔다고 검사가 무조건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2항은 국가안보, 증인 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의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검사가 열람·등사 또는 서면 교부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아무 설명 없이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가 거부하거나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이 조문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목록 자체는 거부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검사는 서류등의 목록에 대해서는 열람도 등사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즉 "어떤 자료가 있는지" 자체를 숨길 수는 없고, 그 내용을 보여줄지 말지, 사본을 내줄지 말지만 제한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실무상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거부·제한 사유는 증인 보호의 필요성입니다. 피해자가 사건의 핵심 증인이자 진술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진술의 구체적 내용이나 신원이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등사 대신 열람만 허용하거나 열람 자체를 일부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는 서류등의 목록 자체는 거부할 수 없고, 그 내용에 대한 열람·등사만을 국가안보·증인보호·증거인멸 우려 등 구체적 사유로 제한할 수 있다.

성범죄 사건에서 유독 좁아지는 부분 — 피해자 신원과 진술 영상

성범죄 사건에서 열람·등사 범위가 다른 유형의 사건보다 좁게 운영되는 데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에 관여하는 사람이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진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정합니다. 이 규정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성범죄 사건의 진술조서나 관련 서류를 내줄 때 피해자의 주소·연락처·직장 등 개인정보 부분을 비실명 처리하거나 별도로 분리해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30조에 따라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 전체가 영상으로 녹화·보존됩니다. 이 영상녹화물은 봉인 절차를 거쳐 보관되고, 누구든지 수사와 재판의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 함께 붙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사용 목적 제한과 앞서 본 증인 보호 필요성을 근거로, 변호인에게 영상녹화물 자체의 사본(등사)을 내주기보다 검찰청이나 법원에서 재생 화면을 시청하는 방식의 열람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본이 외부로 반출되면 재유포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제한이 방어권을 아예 봉쇄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서 살펴볼 것처럼 검사의 제한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열람·등사를 구할 수 있는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고, 재판부가 직접 자료를 확인한 뒤 방어권 보장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등사까지 허용하도록 결정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라서 아예 못 본다"가 아니라 "성범죄라서 절차와 방식이 더 신중하게 통제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검사가 거부하면 — 법원에 열람·등사 허용 신청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판단되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그 서류등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에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는 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검사에게 그 서류등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서류등의 목록을 제출하게 하거나 자료를 직접 열람한 뒤 검사의 열람·등사 제한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줄 위험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비교해 그 허용 여부와 범위, 조건을 정합니다.

이 절차가 실효성을 갖는 이유는 뒤따르는 제재 규정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은 검사가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증인 및 서류등에 대해 증거신청을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검사가 법원 결정을 무시하면 그 자료를 유죄 입증 증거로도 쓸 수 없게 되는 셈이라, 검사로서는 결정을 따르지 않을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또한 이 신청 대상은 당해 사건 서류에 한정되지 않고, 관련된 별건 서류에 대해서도 변호인이 열람·등사 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실무상 의미가 있습니다.

왜 접근이 필요한가 — 반대신문권과 방어권의 문제

열람·등사 범위가 왜 이렇게 다투어지는지는 재판에서 반대신문이 갖는 의미와 맞닿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결정에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 신뢰관계인 등이 공판에서 성립의 진정만 인정하면 반대신문 기회 없이도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한 옛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대신문권은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인데,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채 진술 영상만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그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결정 이후 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19세 미만 피해자 등의 영상 진술에 반대신문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된 경우 등에 한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건이 강화됐습니다. 반대신문이 의미를 가지려면 변호인이 그 진술의 구체적 내용과 맥락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진술조서나 영상녹화물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이 전제돼야 합니다. 열람·등사 범위를 다투는 실익이 단순히 자료를 더 많이 받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반대신문을 통한 방어권 행사 자체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열람·등사한 자료를 다룰 때 유의할 점

어렵게 확보한 자료라도 다루는 방식을 잘못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는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 영상녹화물 사용목적 제한도 수사와 재판 용도 외에는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등사받은 자료라 해도 소송 준비 목적을 벗어나 제3자에게 보여주거나 온라인에 공유하면 그 자체로 별도의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열람만 허용된 자료에 대해 필기나 요약 메모는 가능하되 촬영·녹음은 금지되는 경우가 많고, 등사받은 사본에 대해서도 사건 종료 후 반환이나 폐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나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하면 이후 신청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자료를 넘겨받을 때 붙은 조건을 정확히 확인하고 지키는 것이 결국 방어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는 길입니다.

  • 열람만 허용된 자료 — 필기·요약은 가능하나 촬영·녹음·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음.

  • 등사받은 사본 — 소송 준비 목적 외 사용·제3자 공유 시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위반 소지.

  • 영상녹화물 — 수사·재판 용도 외 사용 금지(성폭력처벌법 제30조), 사건 종료 후 반환·폐기 요구되기도 함.

  • 조건 위반 이력은 이후 열람·등사 신청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음.

자주 묻는 질문

Q.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수사 단계에서도 수사기록을 볼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른 열람·등사권은 공소제기 이후에 인정되는 권리이고, 수사 중인 단계에서는 자신이 진술한 조서를 조사 종료 시 확인하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구속적부심사처럼 예외적인 절차에서 제한적으로 자료가 제공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Q. 변호인이 없으면 아예 기록을 볼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인이 없는 피고인 본인도 검사에게 직접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등사, 즉 사본을 받는 것까지는 원칙적으로 신청할 수 없고 열람으로 범위가 한정됩니다.

Q. 피해자의 이름이나 주소도 볼 수 있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4조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생활 비밀은 보호 대상이어서, 검찰이 진술조서 등을 내줄 때 개인정보 부분을 비실명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어권 행사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의 결정을 통해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Q. 피해자 진술 영상은 사본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실무에서는 증인 보호와 사용목적 제한을 근거로 사본 등사 대신 검찰청이나 법원에서 재생 화면을 시청하는 방식의 열람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반대신문 준비 등을 이유로 법원에 등사 허용을 구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Q.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다퉈야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그 서류를 보관한 법원에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는 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자료를 직접 확인한 뒤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상대방 이익을 비교해 허용 여부와 범위를 정합니다.

Q. 법원이 열람·등사를 허용했는데 검사가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에 따라 검사가 법원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증인 및 서류등에 대해 증거신청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검사가 그 자료를 유죄 입증에 쓸 방법이 막히는 셈이라 결정을 따를 실익이 큽니다.

맺음말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기록 열람·등사는 기소 이후에 인정되는 권리이고, 변호인이 있는지에 따라 피고인 본인이 볼 수 있는 범위와 변호인이 볼 수 있는 범위가 다르게 정해집니다. 검사는 국가안보나 증인 보호 등 구체적 사유가 있을 때만 거부·제한할 수 있고, 목록 자체는 숨길 수 없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 때문에 신원 정보와 진술 영상의 범위가 특히 더 좁게 운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검사의 거부나 제한이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열람·등사 허용을 구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고, 그 판단은 결국 반대신문을 통한 실질적 방어가 가능한지에 달려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자료 접근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다른 사건보다 첨예하게 벌어지는 편이고,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건에서도 검찰의 제공 범위가 사안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람·등사 신청 시점과 범위를 미리 점검하고, 거부당했을 때 법원에 다시 다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