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계좌 명의인, 인출하면 왜 횡령죄일까
보이스피싱 계좌 명의인, 인출하면 왜 횡령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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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계좌 명의인, 인출하면 왜 횡령죄일까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빌려주고, 그 계좌로 들어온 돈을 임의로 인출했다가 형사입건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계좌명의인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그냥 통장만 빌려줬을 뿐이다”, “어차피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니 조금 인출해서 급한 데 써도 문제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계좌에 들어온 돈을 꺼내 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사기인 줄 몰랐다”는 항변이 오히려 다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근거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의 인출 행위에 대해 사기방조가 아니라면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통장을 빌려준 경위나 대가 수수 여부에 따라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까지 별도로 더해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명의인이 어떤 경우에 횡령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되는 상황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 속 돈도 명의인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계좌에 돈이 들어와 있다고 해서 그 돈의 주인이 명의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대포통장 거래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면서,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대출을 조건으로 통장을 요구받거나,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접근매체를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넘어간 계좌에 피해자의 돈이 송금되면, 명의인은 그 계좌의 예금주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그 돈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돈은 애초에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를 속여 가로챈 사기피해금이고, 계좌명의인은 그 돈이 어떤 경위로 들어왔는지와 무관하게 이를 실제 주인, 즉 피해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지위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계좌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신의칙상 피해자를 위하여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통장만 빌려줬을 뿐 사기 공모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더라도, 이 보관자 지위 자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계좌에 들어온 돈이 자신의 명의 계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돈이 명의인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사기 공모를 부인할수록 오히려 횡령죄가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사기방조 혐의를 벗어나려는 항변이, 그대로 횡령죄 성립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좌명의인이 앞서 살펴본 보관자 지위에 있다면, 그 돈을 자기 것처럼 인출해 쓰는 순간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계좌명의인들은 대개 “사기인 줄 몰랐다”, “그냥 통장만 빌려준 것뿐이다”라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이 항변이 받아들여져 사기방조 혐의를 벗어나면, 오히려 그 인출 행위 자체가 별도의 범죄, 즉 횡령죄로 처벌받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하게 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신의칙상 피해자를 위하여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계좌명의인이 처음부터 사기 범행을 공모한 공범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인출 행위는 자신이 가담한 사기범행을 실행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의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기방조와 횡령죄는 양자택일 관계에 놓이는 셈입니다.

사기방조 혐의를 벗어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대신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겼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함께 문제됩니다

잠깐 빌려준 것이라는 주장도, 정황에 따라 통째로 양도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주고받으며 접근매체, 즉 통장·현금카드·보안카드·비밀번호 등을 대여하거나 양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49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잠깐 빌려준 것뿐이고 곧 돌려받으려 했다”는 항변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접근매체 교부가 단순한 일시 사용 위임인지 아니면 사실상의 양도인지는, 교부하게 된 경위와 상대방과의 관계, 넘긴 개수, 교부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접근매체의 교부가 단지 일시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접근매체를 양도한 것인지는 교부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교부 상대방과의 관계, 교부한 접근매체의 개수, 교부 이후의 행태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

특히 대출을 조건으로 통장을 요구받아 넘겼거나, 넘긴 통장 개수가 여러 개이거나, 대가를 받은 정황이 있다면 단순 대여가 아니라 양도로 판단되기 쉽습니다. 이 경우 앞서 본 횡령죄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함께 문제 되어 처벌 수위가 높아집니다.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겼다는 사정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라는 별개의 처벌 사유를 더할 뿐입니다.


4. 인출·전달한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소액이 여러 번 쌓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5조가 적용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지만,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계좌는 짧은 기간에 여러 피해자의 돈이 반복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번에 인출한 금액은 소액이더라도 여러 건이 포괄일죄로 합산되면 금세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통장을 여러 개 넘겼거나 조직원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인출·송금을 반복했다면, 단순 횡령을 넘어 사기방조의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초범 여부나 피해 회복 노력은 성립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인출 경위와 대화 기록을 먼저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명의인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조사 → ②계좌 개설·인출 경위에 대한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 규모나 조직 가담 정도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좌명의인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1. 통장을 넘기게 된 경위(대출 조건·아르바이트 제안 등)와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대화를 확보합니다.

  2.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입금 시점·금액과 자신이 인출한 시점·금액을 대조해 정리합니다.

  3. 인출한 돈을 실제로 어디에 썼는지, 전달·송금했다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계좌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사기방조 혐의와 횡령 혐의를 각각 어떻게 방어할지 함께 검토해 불필요하게 형이 가중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 사건은 “나는 통장만 빌려준 것뿐인데”라는 억울함과, “일단 걸리면 다 사기 공범 아니냐”는 두려움이 뒤섞이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사정을 모르고 통장을 빌려준 명의인 입장에서는 인출 경위와 대화 기록을 통해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었음을 밝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면 돈을 편취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계좌명의인의 공범 여부와 무관하게 인출된 돈에 대해 횡령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계좌명의인으로 억울하게 수사를 받는 쪽과, 반대로 피해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인출 경위 하나하나가 결론을 뒤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좌명의인이든 피해자든, 초기 대응이 결론을 가르는 시점이 있습니다. 그 시점을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장을 빌려준 것뿐이고 인출은 안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통장·현금카드 등 접근매체를 대여·양도한 사실만으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출까지 하지 않았다면 횡령죄는 별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Q. 사기인 줄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사기방조 혐의는 피할 여지가 있지만, 그 대신 인출 행위에 대해 피해자를 위한 보관자 지위를 근거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Q. 인출한 돈을 나중에 전부 돌려줬다면 괜찮은가요?

A. 대법원은 인출 시점에 영득의사가 있었다면 이후 반환·변상 의사가 있었더라도 횡령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사기방조와 횡령죄가 같이 인정될 수도 있나요?

A. 계좌명의인이 사기 공범으로 인정되면 인출 행위는 그 사기범행의 일부로 평가되어 별도의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공범이 아니라면 횡령죄만 별도로 성립합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건의 인출은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통장을 넘기게 된 경위와 고의 유무에 대한 초기 진술이 사기방조·횡령 양쪽 혐의의 방향을 모두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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