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규약에 정해진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가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이 형사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관리소장·입대의 임원분들 중에는 “입대의 의결을 받고 썼으니 문제없다”, “적발돼도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 부족분이나 다른 공사비로 돌려 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불거지면 “입주민들을 위해 쓴 돈인데 무슨 횡령이냐”고 항변해보지만, 그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정해진 목적 외로 쓰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이 없어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순수하게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사정이 명백하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어 무죄로 판단된 사례도 있어, 사안마다 결론이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 용도외 사용이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주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입주민 공동의 돈이 아닙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소유자로부터 위탁받아 보관하는 입주민 전체의 재산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는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시설 교체·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징수해 적립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돈은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관리비 예비비가 아니라, 승강기·배관·외벽 도장 등 미리 수립된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된 공사에만 쓸 수 있도록 용도가 법으로 못박혀 있습니다.
실제 사용 절차도 엄격합니다.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사별로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계획에 없는 공사라면 우선 장기수선계획 자체를 적법하게 변경한 뒤에야 집행할 수 있습니다. 절차를 건너뛰고 관리비 부족분을 메우거나 다른 공사비로 돌려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정해진 용도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정해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별도로 금지하고 있고(제90조제3항), 이를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제102조제2항). 그런데 이 과태료는 행정적 제재일 뿐이고, 요건이 갖춰지면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별도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간과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주체가 위탁받아 보관하는 입주민 전체의 재산이며, 정해진 절차와 용도를 벗어난 사용은 과태료와 별개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관리규약이나 의결을 거쳤더라도 용도를 벗어났다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푼도 챙기지 않았어도 정해진 용도를 벗어난 사용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보관이 업무상 임무에 기한 것이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관리규약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 계좌를 관리·집행하는 관리소장이나 경리 담당자는 입주민을 위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고 썼으니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예산 집행 담당자가 경비 부족을 메우려 예산 항목을 유용한 경우라도, 그 용도가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면 사정이 다르다고 봅니다.
예산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정해진 항목 외에 예산을 유용한 경우, 그 항목 유용 자체에 위법한 목적이 있다거나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러한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2911 판결).
장기수선충당금은 바로 이 판례가 예외로 남겨둔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자금’에 해당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이 적립 목적과 사용 절차를 명시적으로 법정하고 있는 이상, 관리비 부족분을 메우거나 다른 명목의 공사비로 돌려 쓰는 행위는 설령 개인적으로 챙긴 돈이 없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수선충당금처럼 법으로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은, 경비 부족을 메우려는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3. “입주민을 위해 썼다”는 항변은 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소유자인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만 처분했다는 사정이 명백해야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썼다고 해서 항상 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이 아니라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도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서, 보관자가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실제로 이 판례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특별수선충당금(현행 장기수선충당금)을 아파트 구조진단 견적비와 하자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변호사 선임료로 사용했는데, 대법원은 그 돈이 결국 입주민 전체의 안전과 재산 보전을 위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면 자기 소유처럼 처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다만 이 예외는 좁게 인정됩니다. 결재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인출했는지, 실제 지출이 입주민 이익과 무관한 곳으로 흘러갔는지, 사적인 편의나 특정 업체와의 유착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관리소장 개인의 판단만으로 집행했다면 이 예외를 인정받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정해진 용도를 벗어났더라도 순수하게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음이 명백해야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고, 그 판단은 사안마다 엄격하게 갈립니다.
4. 유용 금액이 커질수록, 반복될수록 처벌 수위가 높아집니다
소액이라도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유용은 한 번에 거액이 오가기보다, 관리비 부족분을 메우는 식으로 매달 소액씩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목적과 방법으로 반복된 유용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산정되므로, 개별 인출액이 크지 않더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관리주체가 위탁관리업체 소속 직원이라면 회사 차원의 관리 소홀 책임이,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이 결재나 의결에 관여했다면 공모 공동정범 책임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환·변상 여부나 초범인지, 입주민 다수의 동의가 있었는지 등은 범죄 성립 자체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발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발장 접수 전 자금 흐름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유용 의혹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단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발장 접수 → ②관리소장·입대의 임원 등 관련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유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리규약과 장기수선계획서를 확보해, 애초에 정해진 사용 목적과 절차가 무엇이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명목을 시계열로 정리합니다.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어느 공사·용도에 쓰였는지 계약서·영수증·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과 대조해 소명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동주택 관리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발 대응과 함께 민사상 반환청구나 관리업체 계약 해지 등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장기수선충당금 문제는 “의결도 받았고 입주민들 좋으라고 쓴 건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민이나 새로 선출된 입대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의혹 제기보다, 계좌 거래내역과 장기수선계획서를 먼저 확보해 용도 이탈 여부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자금 집행을 담당했던 관리소장이나 입대의 임원 입장에서도 “의결을 받았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지출이 입주민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공동주택 관리 관련 자금 분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민 측과 조사를 받는 관리소장·입대의 임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소장이 개인적으로 챙긴 돈이 전혀 없는데도 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용도를 벗어나 자금을 처분한 것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고, 개인적 착복 여부는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순수하게 입주민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다면 예외적으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서 사용했다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A. 의결을 거쳤다고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장기수선계획에 없는 용도로 쓰기로 한 의결 자체가 법이 정한 사용 절차를 벗어난 것이어서, 의결의 유효성과 별개로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 부족분에 잠깐 썼다가 나중에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인출 시점에 이미 용도 외 사용이 완성되므로, 이후 채워 넣었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뿐 범죄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Q. 과태료를 이미 냈는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과태료는 행정적 제재이고, 업무상횡령죄 요건이 갖춰지면 이와 별개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를 이행했다고 다른 하나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 유용은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위탁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도 개인적으로 형사책임을 지나요?
A. 그렇습니다. 자금 관리 업무를 실제로 수행한 담당자가 형사책임의 대상이 되고, 회사는 별도로 관리 소홀에 따른 계약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입대의 임원이 결재·의결에 관여했다면 공동정범 책임도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용도 외 사용의 경위와 의도를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를 좌우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