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회사기회유용,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됩니다 | 횡령/배임 | 로톡
이사의 회사기회유용,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됩니다
법률가이드
횡령/배임기업법무

이사의 회사기회유용,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됩니다 

김상훈 변호사

회사 임원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나 유리한 거래처를 알게 됐는데, 회사 명의로 계약을 진행하는 대신 본인이 따로 세운 법인이나 지인 명의로 그 기회를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회사 자금에 손을 댄 것이 아니니 횡령은 아니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사가 직무 중 알게 된 회사의 사업기회를 개인적으로 가로챈 것 자체가 별도의 법적 책임을 발생시킵니다. 문제는 이런 사안에서 회사가 "그 사업을 직접 했다면 얼마를 벌었을지"를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면 소송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상법은 이 지점에서 회사 쪽에 유리한 특별한 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경업금지와 다른 회사기회유용금지, 이사의 또 다른 충실의무

이사가 회사와 경쟁하는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을 막는 경업금지의무(상법 제397조)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 자체를 가로채는 것을 막는 회사기회유용금지의무(상법 제397조의2)는 상대적으로 낯섭니다. 두 조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규율하는 국면이 다릅니다.

경업금지는 이사가 회사와 같은 업종의 사업을 벌이는 경우를 규율하지만, 회사기회유용금지는 업종이 같은지와 무관하게 회사가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할 수 있었던 특정 사업기회 하나를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가져간 경우를 규율합니다. 신규 사업 진출 기회, 특정 부동산 매입 정보, 유리한 거래처와의 독점 계약, 자회사 설립을 통한 신사업 추진 등이 전형적인 사안입니다.

실무에서는 이사가 회사 명의가 아니라 본인이나 배우자, 지인이 대표로 있는 별도 법인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흔합니다. 회사 장부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기 때문에, 뒤늦게 정황을 포착하기 전까지는 문제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 다수가 가족·지인으로 채워진 비상장 중소기업에서 이런 사안이 자주 발생합니다. 사업기회를 가져간 이사와 이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하다 보니, 승인 절차 자체가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거나 아예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소수주주나 다른 임원이 나서야 하는 구도가 반복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이사회 승인 정족수와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는 제2항의 구조

상법 제397조의2 제1항은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용해서는 안 되는 사업기회를 두 가지 유형으로 정의합니다.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기회로서 회사가 현재 또는 장래에 이용할 수 있는 사업기회, 그리고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입니다. 둘 중 하나에 해당하면, 이사가 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승인 정족수입니다. 같은 이사회 승인이라도 경업금지(제397조)는 이사 과반수 출석에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이라는 일반 정족수로 충분하지만, 회사기회유용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라는 가중된 정족수를 요구합니다. 입법자가 회사기회유용을 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할 사안으로 봤다는 뜻이고, 실무적으로는 이사회 의사록에 이 가중 정족수가 실제로 충족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승인은 승인 자체가 무효이므로, 사후에 형식만 갖춘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 해도 방어 논리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조문에서 가장 실질적인 무기는 제2항의 추정 규정입니다. 이사가 승인 없이 사업기회를 이용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그 이사와 승인에 찬성한 이사가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데, 이때 이사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은 회사의 손해로 추정됩니다. 일반적인 상법 제399조의 손해배상책임에서는 회사가 실제 손해액, 즉 "그 사업을 회사가 직접 했다면 얼마를 벌었을 것인가"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가정적 상황을 수치화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회사기회유용에서는 이 어려움을 뒤집어, 이사 쪽이 얻은 이익을 그대로 회사의 손해로 취급하고, 그 추정을 깨려면 오히려 이사 쪽이 반증해야 하는 구조로 만들어 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사가 회사가 추진 중이던 물류센터 부지 매입 기회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별도 법인 명의로 가로채 그 법인이 3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회사는 "우리가 그 부지를 샀다면 3억 원을 벌었을 것"이라는 점을 별도로 증명할 필요 없이 곧바로 3억 원을 손해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사 쪽에서 그 이익 중 일부가 사업기회와 무관하게 발생했다는 등의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대로 배상책임이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한편 이런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판례상 위임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성질이 규정되어 있어(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0다236848 판결 등),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가 아니라 일반채권과 같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다만 이득액이 클 경우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의 업무상배임죄가 별도로 성립할 수 있고,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고소는 별개 절차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이사회 승인 확인부터 손해배상·형사고소까지 다섯 단계

회사기회유용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을 진행합니다.

  • 이사회 의사록·품의서부터 확보 — 문제가 된 사업기회 이용에 대해 이사회 승인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사 3분의 2 이상이라는 가중 정족수가 실제로 충족됐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승인 자체가 없거나 정족수 미달이면 그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누가 찬성했는지 불분명한 경우에도, 상법 제399조 제3항에 따라 이사회에 참가하고도 의사록에 이의를 기재하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의사록만으로 다른 이사들의 연대책임 범위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상법 제466조에 따라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 거래와 관련된 계좌 흐름, 계약서, 관련 법인의 지분 구조 등을 이 절차로 확보해 이익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 사업기회 유용이 진행 중이라면 유지청구권부터 — 아직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감사 또는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상법 제402조에 따라 그 행위를 유지(중지)할 것을 법원에 청구해 손해 확대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청구 — 이익액을 그대로 손해로 주장 —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에 근거해 이사가 얻은 이익액을 그대로 손해로 주장합니다. 회사가 그 사업을 직접 했다면 얻었을 가정적 이익을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추정 규정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 업무상배임 형사고소 병행 —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력을 빌려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형사고소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필요하면 해임청구까지 — 주주총회에서 해임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그 이사에게 부정행위나 중대한 법령위반 사실이 있다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상법 제385조에 따라 총회 결의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10년 시효보다 먼저 사라지는 증거와 자금의 행방

회사기회유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자체는 10년이라는 비교적 긴 소멸시효를 갖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위험해지는 것은 시효가 아니라 증거와 자금의 행방입니다. 문제가 된 법인의 지분이 재매각되거나, 이익금이 다른 계좌로 옮겨지거나, 관련자들의 기억과 자료가 흐려지면 이익액을 특정하는 작업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이사회 의사록 확인, 회계장부 열람청구, 유지청구, 손해배상청구, 형사고소 중 어느 지점에서 시작해야 할지는 확보된 정황과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수주주 지분율이 회계장부열람권이나 해임청구권의 요건인 3%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지분을 모은 다른 주주와 공동으로 청구권을 행사하거나 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으므로 지분율만 보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기회유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확보 가능한 자료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5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