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보고 계약하거나 상품을 구매했는데, 실제로는 광고 내용과 전혀 달라 손해를 입었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안에서 사업자 쪽은 흔히 "과장은 있었지만 속일 의도는 없었다", "실무자의 실수였을 뿐 회사가 몰랐던 일이다"라며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방어 논리로 내세웁니다. 그런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이 정하는 손해배상책임에서는 이 방어가 애초에 통하지 않습니다. 사업자가 아무리 몰랐음을 입증해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표시광고법 손해배상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표시광고법 손해배상이 일반 불법행위와 다른 지점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은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상대방의 고의·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리 손해가 커도 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표시광고법은 이 구도를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사업자가 부당한 표시·광고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사업자 스스로 고의도 과실도 없었다는 사실을 아무리 입증해도 그것을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즉 피해자는 사업자의 잘못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부당한 광고와 그로 인한 피해라는 사실관계만 보이면 됩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고의가 없었으니 책임이 없다"는 사업자 측 주장에 밀려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표시광고법 손해배상은 애초에 사업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광고와 피해라는 객관적 사실관계만으로 성립 여부가 갈린다는 점을 먼저 짚고 시작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표시광고법 제3조·제10조와 상당인과관계 판단기준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은 사업자등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으면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금지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실과 다르게 부풀리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불리한 사실을 감추거나 축소하는 기만적인 표시·광고,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사 상품을 우량·유리하다고 내세우는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다른 사업자나 그 상품을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비방적인 표시·광고 네 가지 유형입니다.
핵심은 제10조입니다. 제1항은 사업자등이 제3조 제1항을 위반해 피해를 입힌 경우 그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자등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들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못박습니다. 실무자의 단순 실수였는지, 광고대행사가 임의로 과장한 문구였는지, 회사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무관합니다. 사업자가 아무리 "몰랐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정황을 쌓아도 그 자체로는 항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손해액 산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유리한 장치가 있습니다. 제11조는 부당한 표시·광고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는데 그 손해액을 정확히 증명하기가 사안의 성질상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광고로 인한 매출 감소나 소비자 이탈처럼 인과관계를 숫자로 딱 떨어지게 증명하기 어려운 손해도, 이 조항 덕분에 증명 실패만으로 청구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인과관계 판단 기준도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62905 판결은, 부당한 표시·광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자연과학적 수준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소비자를 기준으로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분양안내서에 기재된 취득세·재산세 감면 내용이, 입주를 검토하던 회사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고려요소가 되었다고 인정된 사안이었습니다. 광고 문구를 보고 계약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 경위를 소명할 수 있다면, 인과관계 입증의 문턱이 실무에서 생각보다 낮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별도 제재도 있습니다. 공정위는 제3조 제1항 위반 사업자에게 제7조에 따라 위반행위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정정광고 등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고, 제9조에 따라 관련 매출액의 100분의 2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위반 정도가 무겁다면 제17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뒤따를 수 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행정상 시정조치·과징금, 형사처벌이 서로 별개로 병행될 수 있다는 점이 이 법의 실무적 무게를 더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손해배상 청구와 공정위 신고 병행 전략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준비합니다.
광고 자료부터 확보 — 광고 캡처, 카탈로그, 계약 전 안내문, 상담 녹취 등 문제가 된 표시·광고 자체를 시간 순서대로 확보해 둡니다. 사업자가 사후에 광고 페이지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를 본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캡처 일시, 저장 이력 등)를 함께 남겨야 합니다.
광고와 실제 사이의 구체적 괴리 정리 — 광고에서 표시한 내용과 실제 상품·용역·계약 조건이 어떻게 달랐는지를 항목별로 대조합니다. 제3조의 네 가지 유형(거짓·과장, 기만적, 부당 비교, 비방)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짚어두면 이후 청구 논리를 세우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손해와 광고 사이의 인과관계 소명 자료 준비 — 광고를 보고 계약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 경위(상담 과정, 비교 검토한 다른 선택지, 광고 문구가 결정에 미친 비중 등)를 정리해 둡니다. 손해액을 원 단위까지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 손해 발생 사실과 대략의 규모만 소명해도 제11조에 따라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내용증명으로 손해배상 청구부터 — 사업자에게 구체적 손해액과 근거를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의 배상 가능성을 먼저 타진합니다. "고의·과실이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이 오더라도, 표시광고법상으로는 그 항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고지해 두면 이후 소송에서도 유리한 정황이 됩니다.
공정위 신고와 민사소송 병행 —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시정조치·과징금 절차를 개시하는 동시에, 별도로 손해배상청구소송(다툼 규모가 크지 않으면 지급명령)을 진행합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이나 조사 결과는 소송에서 부당광고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광고 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움직여야 하는 이유
표시광고법 손해배상에서 가장 큰 무기는 사업자가 고의·과실 없음을 항변할 수 없다는 법 구조 자체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도 광고 자료와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남아 있어야 힘을 발휘합니다. 사업자가 문제 된 광고 페이지를 수정하거나 내리고 나면, 광고를 봤다는 사실 자체를 다투게 되어 정작 유리한 법 구조를 활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으로 부당한 광고 피해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신다면, 광고 자료부터 먼저 확보해 두시고 손해배상 청구와 공정위 신고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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