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감사나 회계 점검 과정에서 특정 임원이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임원이 여전히 이사로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과 자금 집행 권한을 그대로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식으로 해임 절차를 밟으려 해도 주주총회 소집부터 판결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임원이 계속 업무를 집행하면 추가 유용이나 증거 인멸, 관련 서류 폐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해임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임원의 직무 수행 자체를 즉시 멈춰 세우는 절차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해임소송(본안)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보전처분)의 관계
임원의 횡령 혐의가 확인되면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상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그 임원을 이사직에서 정식으로 해임하는 본안 절차이고, 다른 하나는 그 본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원의 직무 수행을 잠정적으로 멈춰 세우는 보전처분입니다. 두 절차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짝을 이룹니다 — 가처분은 본안소송에서 다툴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부수적 절차이므로, 원칙적으로 해임소송 등 본안이 이미 제기되었거나 곧 제기될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사 해임을 다투는 본안소송은 주주총회에서 해임 안건이 부결되어야 비로소 제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주주총회 소집부터 판결 확정까지는 통상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횡령 혐의를 받는 임원이 계속 대표권·업무집행권을 행사하도록 방치하면, 회사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 자체가 그대로 유지되어 추가 유용이나 증거 인멸의 통로가 열려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해임의 소를 준비하는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그 공백을 메웁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법원은 해당 임원의 직무 집행을 정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직무대행자를 함께 선임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절차의 목적은 단순히 문제의 임원을 배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임시 체계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해임의 소 요건과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보전의 필요성
이사 해임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만으로도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문제는 횡령 혐의를 받는 임원 본인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해 두어 이 해임 안건 자체가 특별결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는 경우입니다. 상법 제385조 제2항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주주총회가 해임을 부결한 때에는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결의일로부터 1개월 내에 법원에 그 이사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횡령은 이 조항이 예정한 "부정행위"의 전형적인 사례로 다뤄집니다.
이사회가 해임 안건 상정 자체를 미루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는 상법 제366조에 따라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이사회에 서면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이사회가 지체 없이 응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즉 이사회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임 절차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안이 준비되는 동안 임원의 직무 수행을 멈추는 근거가 상법 제407조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입니다. 이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이므로 일반 가처분과 마찬가지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모두 소명해야 합니다. 피보전권리는 앞서 본 해임청구권 등 본안에서 다투는 권리가 되고, 보전의 필요성은 그 임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 단순한 가능성 수준을 넘어, 자금 집행 권한을 계속 쥐고 있다는 사실과 결부된 회계 자료·내부 감사 결과 등 신뢰할 만한 자료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본안소송이 이미 제기됐거나 제기가 임박했어야 하지만, 임원의 직무수행 현황에 비추어 본안 판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급박한 사정"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본안 제기 전에도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이 인용돼 직무대행자가 선임되더라도 그 권한은 무제한이 아닙니다. 상법 제408조는 직무대행자가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회사의 상무(常務), 즉 일상적인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합니다. 대규모 계약 체결이나 조직 개편처럼 상무를 벗어나는 사안을 처리하려면 별도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 제한을 어긴 행위라도 선의의 제3자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집니다. 또한 가처분 결정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점 소재지에서 등기해야 회사 안팎에 효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횡령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책임도 함께 따라옵니다.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회사 재물을 횡령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횡령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형사 고소와 그 수사 결과(계좌추적·압수수색 자료 등)는 민사상 가처분·해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소명자료로도 함께 쓰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소명자료 확보부터 가처분·해임소송 동시 진행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준비합니다.
소명자료부터 확보 — 회계장부·법인카드 내역·계좌거래내역·내부감사 보고서 등 임원의 자금 유용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먼저 모읍니다. 자료가 부실하면 보전의 필요성 소명 단계에서 가처분 자체가 기각될 수 있어, 초반 자료 확보가 이후 절차 전체의 성패를 가릅니다.
주주총회 절차부터 밟기 — 정기·임시주주총회에 해임 안건을 올리고, 이사회가 미루면 상법 제366조에 따라 소집을 청구합니다. 해임의 소를 제기하려면 주주총회에서의 부결이라는 절차적 전제를 먼저 충족해야 하므로, 이 단계를 건너뛸 수 없습니다.
해임의 소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준비 — 주주총회 부결 후 1개월 내에 해임의 소를 제기하면서, 그 본안을 근거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을 함께 신청합니다. 자금 유출이 계속될 급박한 사정이 뚜렷하다면 본안 제기 전 가처분 신청도 검토합니다.
담보제공 준비 — 법원이 가처분 인용 조건으로 담보제공을 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금 공탁이나 보증보험증권 등 담보 수단을 미리 준비해 두면 절차가 지연되지 않습니다.
인용 후 등기와 직무대행자 관리 — 가처분이 인용되면 본점 소재지에서 지체 없이 등기를 마쳐 대외적 효력을 확보하고, 직무대행자가 상무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는 그때그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안내합니다.
형사고소 병행 — 이득액에 따라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해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압수수색 결과를 민사 절차의 소명자료로도 활용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지위를 그대로 둔 채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
횡령 혐의를 받는 임원이 아무 조치 없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두는 기간은 곧 회사가 추가 손실과 증거 인멸의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해임의 소가 확정되기만을 기다리는 사이 자금이 더 빠져나가거나 자료가 사라지면, 나중에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훨씬 어려워집니다.
임원의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면, 주주총회 절차와 소명자료 준비를 서두르시고, 해임소송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