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 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파트너변호사)
1. 기본적 사실관계
피고인은, 밀양시에 위치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경매신청인 지위를 이어받은 X 주식회사로부터 경매 입찰보증금 납부 용도로 약 3,400만 원을 차용한 다음 해당 금원으로 입찰보증금을 납부하고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매각허가결정까지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경매가 유찰되었다.
이에 X 주식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각가격 저감을 염려하여 경매신청을 취하하자 피고인은 그로 인해 경매법원으로부터 반환받은 입찰보증금 및 그 이자를 X 주식회사에 지급하기로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임의로 소비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이 X 주식회사로부터 3,400만 원을 차용함으로써 그 소유자가 되었고 경매법원이 피고인에게 반환한 입찰보증금은 피고인의 소유이며, 피고인과 X 주식회사 간 법률상 또는 사실상 위탁신임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횡령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1)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을 요하는 것인바,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서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도10341 판결 참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자는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2004. 3. 12. 선고 2004도134 판결 참조).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경매법원이 피고인에게 반환한 입찰보증금은 피고인의 소유가 되어 그에 관하여 피고인과 X 주식회사 간 법률상 또는 사실상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1) 피고인은 2022년 11월경 X 주식회사로부터 3,400만 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하였고, 해당 차용증에 ‘차용금액은 이 사건 경매절차의 입찰보증금 납부 용도로 한정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2022년 11월 중 실시된 이 사건 경매절차의 매각기일에 X 주식회사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여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되었고 2022년 12월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지만, 피고인이 대금지급기한 내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2023년 2월 중 재매각이 실시되었고 결국에는 유찰되었다.
2) 이후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최저매각가격을 저감하여 매각기일이 다시 지정되자 X 주식회사는 이 사건 토지 등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매각될 것을 염려하여 경매신청을 취하하기로 하였고, 피고인은 2023년 3월경 X 주식회사에 ‘경매를 취하하면 입찰보증금을 반환받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에 따라 X 주식회사는 2023년 3월 중 경매신청을 취하하였고, 피고인은 입찰보증금 및 그 이자를 본인 명의 예금계좌로 반환받았으나 이를 X 주식회사에 지급하지 않고 모두 소비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X 주식회사가 피고인에게 빌려준 돈은 목적과 용도를 이 사건 경매절차의 입찰보증금 납부로 한정하여 위탁한 금전으로서 이에 대한 소유권은 위탁자인 X 주식회사에 유보되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X 주식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이 사건 경매절차의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함으로써 위 돈은 정해진 목적과 용도에 따라 사용된 것이므로 그 후까지도 위 돈의 소유권이 X 주식회사에 유보되어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입찰보증금 납부 시점에서 피고인과 X 주식회사 간 위탁신임관계는 종료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X 주식회사가 경매신청을 취하함에 따라 경매법원이 피고인에게 입찰보증금을 반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탁신임관계가 다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피고인이 경매법원으로부터 반환 받은 입찰보증금을 X 주식회사에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X 주식회사로부터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본 사안은 횡령죄 성립요건으로서 위임관계의 표준적인 해석에 입각하여, 이 사건 금원이 대여금으로서 피고인에게 최초로 지급된 시점에는 입찰보증금의 납부라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경매법원으로부터 해당 금원을 반환 받은 이후에는 그 성질이 변경된 것으로서 사무처리 위임관계가 단절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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