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몇 년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 채의 빌라·오피스텔을 매입한 뒤,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대규모 피해를 남긴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대인분들 중에는 “매매가랑 전세금이 비슷했을 뿐, 나도 은행 대출이자에 시달린 피해자다”,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세를 놓은 것뿐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이 계약 당시의 자금 흐름과 재정 상태를 들여다보면, 애초에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도 의사도 없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기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편취의 고의를 판단할 때 계약을 체결하던 당시를 기준으로 재력·자금 흐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무자본 갭투자라는 매입 방식 자체보다는, 계약 시점에 반환 능력이 있었는지가 형사책임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무자본 갭투자가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임대인 입장에서 형사책임을 피하거나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무자본 갭투자라는 매입 방식 자체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사책임의 핵심은 자금 규모가 아니라, 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무자본 갭투자란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의 차액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은 상태를 이용해 자기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임대차보증금으로 매입대금을 충당하는 투자 방식을 말합니다. 매수인은 자기 돈을 거의 쓰지 않고도 여러 채의 빌라·오피스텔을 사들일 수 있어, 짧은 기간에 수백 채까지 매입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매입 구조 자체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존 집주인, 즉 매도인과의 관계에서는 매수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자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도16422 판결).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이 매매되면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고 매도인은 보증금 반환채무에서 벗어나므로, 매수인의 자금 사정을 매도인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할 법적 의무까지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매도인과의 관계에 국한됩니다. 정작 형사처벌 위험이 커지는 지점은 그 물건을 넘겨받은 임대인이 세입자와 새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순간부터입니다. 그 시점에 이미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이는 매도인이 아니라 세입자를 상대로 한 별개의 사기 문제로 취급됩니다.
무자본 갭투자라는 매입 방식 자체가 아니라,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는 시점의 반환 의사·능력 여부가 사기죄를 가릅니다.
2. 세입자에게 반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계약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계약 당시 이미 반환할 자력이 없었다면, 침묵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됩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그로 인한 착오,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그리고 편취의 고의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편취의 고의는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대법원은 소비대차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법리는 임대차보증금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바꿔 말하면, 계약 당시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에 갚지 못한 사정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입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부터 반환할 능력이 없었다면 사후에 어떻게 해명하든 사기죄는 그 시점에 이미 완성됩니다. 실제로 900채가 넘는 빌라·오피스텔을 매입해 2,400억원대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다수가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 당시 임대인의 주거래은행 계좌가 마이너스 상태였던 점, 대량 매입에 따른 세금을 감당할 자력이 처음부터 없었던 점, 실제로 이후 세금 체납이 이어진 점 등을 근거로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4노3192 판결). 이 정도 규모라면 세입자가 그 사정을 알았을 경우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침묵 자체가 고지의무 위반이자 기망행위로 인정됩니다.
계약 당시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면, 그 이후의 결과와 무관하게 그 시점에 이미 사기죄는 완성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 임대인도 가담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처벌됩니다
단순 명의대여라도 조직적 갭투자 구조를 인식하고 가담했다면 공동정범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무자본 갭투자형 전세사기는 대부분 한 사람이 아니라 매입·명의·자금관리·중개를 나눠 맡는 조직적 구조로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자금을 관리하거나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 임대인’도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판례는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명의만 빌려줬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니며, 갭투자 구조와 보증금 편취 계획을 인식하고도 명의를 제공하거나 계약서에 서명하는 등으로 역할을 나눠 맡았다면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대규모 갭투자 전세사기 사건에서도 이 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조직을 주도하며 자금을 관리한 주범들은 각 징역 15년, 상대적으로 역할이 컸던 가담자는 징역 10년, 이보다 가담 정도가 낮은 이들은 징역 7년, 그 밖의 단순 가담자들은 징역 1~5년 또는 벌금형에 그쳤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4노3192 판결). 같은 사건이라도 자금 관리·의사결정에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에 따라 형량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명의만 빌려줬다는 주장은 수사 초기 진술 확보 여부와 실제 가담 정도에 따라 인정 여부가 갈리므로,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합니다.
4. 편취 금액이 클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여러 세입자의 보증금이 합산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기본 법정형은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런데 무자본 갭투자형 전세사기는 대부분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의 세입자를 상대로 반복되기 때문에, 편취한 금액이 합산되어 훨씬 무거운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취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세입자에게서 받은 보증금이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편취됐더라도, 하나의 범행 계획 아래 이뤄졌다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입자 한 명당 보증금은 그리 크지 않다”고 안심할 일이 아닙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여러 채를 매입해 여러 세입자와 계약했다면,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사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편취액 규모에 따라서는 재판에 넘겨지기 전 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초기 단계부터 이득액 산정과 변제 계획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계약 당시 자금 흐름을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물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계약 당시 자금 흐름·거래내역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편취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고 있거나, 반대로 세입자로부터 형사고소를 예고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 설정 여부, 동일 건물·동일 명의로 체결된 다른 임차인 현황을 확인합니다.
계약 체결 전후 시점의 계좌 거래내역과 세금 체납 여부 등 자금 사정을 확인해 반환 능력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합니다.
같은 임대인 명의로 체결된 다른 세입자들의 피해 여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상 피해자 결정 신청 가능성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사기·사기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함께 임차권등기명령·보증금반환청구 등 민사 절차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사기 사건은 “그래도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었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이미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임대인도 적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계약 당시 임대인의 자금 상태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서, 등기부등본, 임대인의 다른 세입자 관련 정황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형사 고소를 예고받거나 조사를 앞둔 임대인 입장에서도 “나도 갭투자를 했을 뿐 사기 칠 생각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당시 실제 자금 사정이 어땠는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 사건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쪽과 반대로 형사 고소를 당한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당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이 비슷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사기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매매가와 보증금이 비슷한 구조 자체는 사기죄 판단의 출발점일 뿐이고, 핵심은 계약 당시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자금 흐름·재정 상태 등 객관적 사정을 함께 봐야 합니다.
Q. 매도인에게 제 자금 사정을 알리지 않고 오피스텔을 매수했는데, 그것도 사기인가요?
A. 대법원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도인이 보증금 반환채무를 벗어나므로, 매수인의 자금 사정을 매도인에게 반드시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는 매도인과의 관계에 한정되고, 세입자와의 관계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Q. 명의만 빌려줬을 뿐 자금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벌받나요?
A. 갭투자 구조와 보증금 편취 계획을 인식하고도 명의를 제공했다면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가담 정도에 따라 형량 편차가 크므로, 구체적 역할과 인식 정도를 초기에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보증금을 나중에 일부라도 갚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계약 당시 이미 반환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사후 일부 변제만으로 사기죄 성립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 정도는 양형 단계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편취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다수 세입자의 피해액이 하나의 범행 계획으로 합산되는 포괄일죄 여부가 관건입니다.
Q. 형사 고소와 별개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도 함께 준비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등 민사 절차를 형사 고소와 병행하면, 형사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자료가 민사상 회수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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