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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 피담보채권 확정시기, 경매신청 시점부터 소멸청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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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 피담보채권 확정시기, 경매신청 시점부터 소멸청구까지 

김상훈 변호사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두고 경매가 시작되면, 채무자든 물상보증인이든 후순위 채권자든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배당받겠다는 채권액이 정확히 언제까지의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근저당권은 하나의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 계속 늘었다 줄었다 하는 채권을 채권최고액이라는 한도 안에서 담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그 잔액을 하나의 숫자로 고정시키는 절차, 즉 '확정'을 거쳐야 배당이든 말소청구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경매를 누가 신청했는지에 따라 확정되는 시점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 대응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채권을 떠안거나 반대로 받아야 할 배당액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근저당권과 저당권의 차이, 확정이 필요한 이유

부동산 등기부에 흔히 등장하는 근저당권은 일반 저당권과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민법 제356조가 정하는 보통의 저당권은 이미 발생해 액수가 정해진 특정 채권 하나를 담보하지만, 근저당권은 민법 제357조에 따라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증감·변동하는 불특정 다수의 채권을 채권최고액 한도 안에서 담보합니다. 사업자가 은행과 당좌대출이나 어음할인 약정을 맺고 수시로 돈을 빌리고 갚기를 반복하는 관계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 오늘의 대출잔액이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채무까지 미리 채권최고액이라는 상한으로 묶어두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채권액이 거래가 계속되는 동안 끊임없이 변동한다는 점입니다. 오늘 잔액이 3천만 원이었다가 다음 달에는 5천만 원이 될 수도, 완제 후 한동안 0원으로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경매·배당·근저당권 말소 같은 국면에서는 "지금 이 순간 담보되는 채권이 정확히 얼마인가"를 하나의 숫자로 못박아야 합니다. 이렇게 유동적이던 채권액을 특정 시점 기준으로 고정하는 절차가 바로 피담보채권의 확정이며, 확정된 순간부터는 그 이후에 새로 발생하는 원금채권은 이 근저당권으로 담보되지 않습니다.

확정 사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당사자가 정한 존속기간이 만료되거나 결산기가 도래한 경우, 기본계약을 해지한 경우, 채무자나 근저당권설정자에게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고 오해도 많은 사유가 바로 경매신청입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경매를 신청했느냐에 따라 확정 시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근저당권자 본인이 신청하면 신청시, 제3자가 신청하면 매각대금 완납시

경매신청과 확정의 관계는 누가 경매를 신청했는가에 따라 둘로 갈립니다.

먼저 근저당권자 자신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신청을 한 때에는 그 경매신청시에 근저당권이 확정되고, 확정 이후에 발생한 원금채권은 그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3. 3. 12. 선고 92다48567 판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경매를 신청해야 확정된다는 점입니다. 같은 판결은 경매신청을 하려는 태도를 보인 데 그친 것만으로는 확정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 내용증명으로 "경매하겠다"고 통보만 해서는 부족하고, 법원에 실제로 경매개시를 신청해야 비로소 그 시점에 채권액이 고정됩니다.

다음으로 후순위 근저당권자나 다른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절차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경매신청시가 아니라 매수인(경락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한 때에 확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26085 판결). 선순위 근저당권자로서는 자신이 신청하지도 않은 절차 때문에 담보범위가 좁아질 이유가 없고, 매각대금이 완납되어 근저당권이 소멸하는 순간까지는 계속 거래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후순위 근저당권자 자신의 채권은 원칙대로 자신이 경매를 신청한 시점에 확정됩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놓치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근저당권자 본인이 경매를 신청해 경매개시결정까지 받았다가, 사정이 생겨 경매신청을 취하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도 확정의 효과는 번복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경매신청을 하여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후에 경매신청이 취하되었다고 하더라도 채무확정의 효과가 번복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73022 판결). 즉 일단 경매신청으로 채권이 확정되고 나면, 그 뒤에 경매를 취하해 절차를 없던 일로 돌리더라도 확정 전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 확정 이후 부종성을 상실한 근저당권은 사실상 일반 저당권처럼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확정되었다고 해서 담보되는 금액이 확정 당시 원금으로 완전히 고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확정된 원본에 대해 그 이후 발생하는 이자와 지연손해금은, 일반 저당권과 달리 1년분으로 제한되지 않고 채권최고액 한도까지는 계속 담보됩니다(민법 제357조). 예를 들어 채권최고액 5천만 원인 근저당권의 확정 당시 원금이 4천만 원이었다면, 그 이후 붙는 이자·지연손해금이 1천만 원에 이를 때까지는 여전히 이 근저당권으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확정 이후 채무자에게 새로 돈을 빌려주더라도, 그 신규 대여금은 이 근저당권으로는 전혀 담보되지 않고 별도의 무담보 채권이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채권자·물상보증인·후순위권리자, 입장별로 갈리는 대응

이 확정 법리는 처한 입장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 근저당권자(채권자)라면 경매신청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신청 시점에 채권이 확정되므로, 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무가 더 있다면 경매를 서두르기 전에 채권액부터 정확히 정산해 청구채권목록을 준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이미 채무자의 신용이 악화돼 추가로 돈을 빌려줄 계획이 없다면, 확정 이후에도 채권최고액 범위 안에서는 이자·지연손해금이 계속 담보되므로 서둘러 경매를 신청해 절차를 진행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물상보증인이나 근저당 부동산의 제3취득자라면 '확정된 채무'와 '채권최고액'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제3자가 근저당권을 소멸시키려면 실제 채무 전액이 아니라 확정된 피담보채무를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변제하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다7176 판결). 즉 실제 채무액이 채권최고액을 넘더라도 채권최고액만큼만 갚으면 근저당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자신이 실제로 얼마를 물어내야 하는지부터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후순위 근저당권자나 일반채권자라면 배당표를 받기 전에 선순위 근저당권의 확정 시점부터 따져야 합니다.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매각대금 완납시까지 채권이 계속 늘어날 수 있으므로, 배당요구 단계에서 선순위 채권액이 예상보다 커져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당이의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 확정 시점을 뒷받침할 증거는 미리 확보해 둡니다. 경매신청서 접수증명, 경매개시결정문, 배당요구종기 등 절차상 날짜가 찍힌 서류들을 모아두어야 나중에 확정 시점을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바로 소명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확정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확정은 등기부 문구 몇 줄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영역입니다. 확정 시점을 잘못 짚으면 채권자는 받을 수 있었던 이자·지연손해금을 놓치고, 물상보증인이나 채무자는 실제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변제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이 걸린 부동산에 경매나 배당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면, 경매를 누가 신청했는지와 그 시점부터 먼저 확인하시고, 확정된 채권액과 채권최고액을 정확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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