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재직하며 스톡옵션 부여계약서에 서명했는데, 정작 회사 정관에는 주식매수선택권 관련 규정이 없고 주주총회 의사록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이사 명의로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으니 당연히 유효하다고 믿었던 권리가, 사실은 상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애초에 성립조차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구두로 약속했다", "이사회에서 통과됐다"는 식으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관행이 훗날 권리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도 뒤늦게 절차 흠결을 발견하고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정관 근거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스톡옵션 성립의 두 축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상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로, 임직원에게 장래 미리 정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하거나 회사 주식을 매수·양도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문제는 이 권리가 "회사가 주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법이 정한 두 가지 요건 — 정관에 근거 규정을 두는 것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는 것 — 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두 요건 중 하나 또는 둘 다가 생략된 채 대표이사와 임직원 사이의 계약서만 작성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설립 초기라 정관을 아직 정비하지 못했거나, 소규모 회사라 주주총회를 형식적으로만 거치고 실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 혹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충분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절차 흠결이 있으면 계약서에 서명·날인이 있더라도 스톡옵션 부여 자체가 무효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다만 무효라고 해서 임직원이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절차를 게을리한 데 따른 별도의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정관 근거, 특별결의 정족수, 그리고 대법원 2023다258658 판결
상법 제340조의2 제1항은 회사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써 임직원에게 미리 정한 가액으로 신주를 매수하거나 자기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써"는 둘 다 빠질 수 없는 요건으로,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여가 됩니다.
상법 제340조의3 제1항에 따라 정관에는 일정한 경우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뜻, 그 대상이 되는 주식의 종류와 수, 부여받을 자의 자격요건,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이사회 결의로 부여를 취소할 수 있다는 뜻 등이 미리 규정돼 있어야 합니다. 이 근거 규정 없이 곧바로 계약서만 작성하는 것은 애초에 근거 없는 약속에 불과합니다.
정관에 근거가 있더라도 실제 부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상법 제434조에 따른 특별결의 정족수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입니다. 이때 주주총회는 상법 제340조의3 제2항이 정한 대로 부여받을 자의 성명, 부여 방법, 행사가액과 행사기간, 부여받을 자별 주식의 종류와 수를 구체적으로 결의해야 하며,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한다"는 식의 포괄적 위임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상장회사는 예외적으로 정관에 정한 한도 안에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 이내라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542조의3 제3항). 이 경우에도 부여 후 처음 소집되는 주주총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 부여의 효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비상장 회사에는 이런 이사회 결의 특례가 없으므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생략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곳이라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부여 한도가 상법상 10%보다 넓어져 일정 요건(부여일 시가와 행사가액의 차액 합계가 5억 원 이하 등)을 충족하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까지 부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특례는 부여 한도를 넓혀주는 것일 뿐, 정관 근거와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기본 성립 요건 자체를 면제해 주지는 않습니다 — 벤처기업 스톡옵션을 신고할 때도 정관과 주주총회 의사록을 첨부하도록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4. 10. 25. 선고 2023다258658 판결에서, 회사 정관에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근거 조항이 없었고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에서도 관련 안건이 누락된 채 대표이사가 임직원들과 스톡옵션 부여계약을 체결한 사안을 다뤘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효력을 발생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대표이사가 게을리했다고 보아, 스톡옵션을 정상적으로 행사했더라면 얻었을 이익 상당의 재산적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임직원들이 가졌던 주식 취득에 대한 합리적 기대와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보아 정신적 손해(위자료)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절차를 갖추지 못한 스톡옵션 부여계약은 신주 인수나 주식 매수라는 본래의 경제적 효과를 그대로 관철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데 따른 별도의 불법행위 책임이 남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정관·의사록 확인부터 추인·손해배상 검토까지 네 단계
스톡옵션 부여계약서에 서명했는데 절차가 의심된다면,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고 대응 방향을 정합니다.
정관과 주주총회 의사록부터 확보 — 법인등기부등본과 정관, 그리고 스톡옵션 부여 당시의 주주총회 의사록을 회사에 요청해 확인합니다. 정관에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의사록에 부여받을 자의 성명·행사가액·행사기간·수량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 정족수를 충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절차 흠결이 확인되면 추인 가능 여부 검토 — 정관에 근거 규정을 갖추지 못했다면 정관 변경 특별결의를, 주주총회 결의 자체가 없었다면 뒤늦게라도 적법한 특별결의를 다시 거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절차를 사후에라도 완비하면 그 시점부터는 유효한 부여로 정리될 여지가 있으므로, 무효만 다투기보다 추인을 통한 정상화를 먼저 타진하는 편이 임직원에게도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추인이 어려우면 신뢰손해·위자료 청구로 전환 — 회사가 정관·주총 절차를 정비할 의사가 없거나 이미 임직원이 퇴사한 상태라면, 스톡옵션 자체의 이행이익보다는 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청구로 방향을 잡습니다. 입사를 결정하거나 이직을 단념한 경위, 회사가 부여를 약속한 정황, 절차를 게을리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 측이라면 신규 부여 전 체크리스트로 재발 방지 — 정관에 근거 규정이 있는지, 특별결의 정족수(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를 충족했는지, 의사록에 대상자·행사가액·행사기간·수량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는지를 신규 부여 때마다 점검 목록으로 확인해 두면 같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행사기간 임박과 증거 소실 전에 확인해야 하는 이유
스톡옵션은 대개 행사기간이 정해져 있고, 재직 여부나 근속기간 같은 조건이 함께 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 흠결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면, 행사기간이 지나 옵션 자체를 행사할 기회를 놓치거나, 퇴사·이직 등으로 관련 증거와 정황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 부여계약서에 서명했지만 정관과 주주총회 절차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지금 가진 서류부터 점검하고 추인 요구와 손해배상 청구 가운데 어느 쪽이 실익이 있을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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