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문을 받아든 피해학생 보호자 중에는, 통지서에 적힌 가해학생 조치 수위를 보고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심의위원회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서면사과나 짧은 특별교육 이수 같은 가벼운 조치로 마무리되면, 이 결정이 정말 맞는 것인지,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그대로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조치에 대한 불복은 처분을 안 날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만 청구할 수 있는 절차이고, 그 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억울해도 다툴 방법 자체가 사라집니다. 결정문을 받고 "이게 맞나" 고민만 하다가 정작 절차를 놓치는 사례가 실제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피해학생도 가해자 조치에 불복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학교폭력 사건에서 조치에 불복하는 절차라고 하면 흔히 가해학생 쪽이 자신에게 내려진 처분이 과하다며 다투는 상황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에게도 독자적인 행정심판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17조의2 제1항).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조치가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되면, 피해학생 측이 그 조치 자체를 다투어 더 무거운 조치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절차는 예전의 재심 제도와는 다릅니다. 2020년 법 개정 전에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단계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재심 단계가 폐지되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으로 일원화됐습니다. 절차가 단순해진 대신, 준비할 수 있는 단계도 그만큼 줄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간입니다. 통지받은 날부터 정해진 기한 안에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다투는 방향입니다. 가해학생 측 불복이 조치를 낮추거나 없애 달라는 것이라면, 피해학생 측 불복은 반대로 조치를 더 무겁게 바꿔 달라는 것입니다. 이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심리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준비해야 할 자료도 달라집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재량행위인 조치 결정, 재량권 일탈·남용을 어떻게 입증하는가
피해학생 측 불복의 법적 근거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의2 제1항입니다. 교육장이 제16조·제17조에 따라 내린 조치에 이의가 있는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인은 피해학생 본인이며,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인 보호자가 함께 청구인이 됩니다.
청구 기간은 엄격합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이 지나면 청구 불가
예를 들어 조치 결정통지서를 8월 1일에 받았다면, 늦어도 10월 30일까지는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통지서 수령일을 정확히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기산일 자체를 다투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우편물 수령일이나 문자·이메일 통지 시각을 캡처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은 법원의 판결과 달리 재량행위입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는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정할 때 ①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②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③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④가해학생 측과 피해학생 측 간의 화해의 정도 ⑤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 이 다섯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치는 서면사과·접촉금지·교내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이수·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퇴학까지 단계별로 나뉘는데, 어느 단계를 택할지는 이 다섯 요소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재량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재량행위이기 때문에 "내 생각에 이 조치는 가볍다"는 주관적 불만만으로는 인용되기 어렵습니다. 다투어야 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입니다. 즉 심의위원회가 다섯 요소를 판단하면서 심각성·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를 누락하거나 잘못 인정했는지, 화해의 정도를 지나치게 후하게 평가했는지, 그 결과 처분이 사안에 비해 현저히 균형을 잃었는지를 구체적 사실로 보여야 합니다. 특히 화해의 정도 요소는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집니다. 가해학생 측이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일방적으로 작성한 합의서만 제출했는데도 심의위원회가 이를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해 조치를 낮춘 경우, 그 합의가 피해학생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강요나 압박은 없었는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있었는지를 다투어 볼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 측 불복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해학생 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조치(전학·출석정지 등)의 집행을 멈추기 위해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피해학생 측 불복은 애초에 "조치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 문제이므로 집행정지를 신청할 실익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조치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별도로 행정심판·행정소송을 통해 조치 자체를 더 무겁게 바꿔 달라고 다투는 구조입니다. 인용재결이 나오더라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직접 새로운 조치를 지정하기보다는 처분을 취소하고 심의위원회가 다섯 요소를 다시 심의하도록 하는 형태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행정심판에서 기각되면 다음 단계는 행정소송입니다. 재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재결이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제소할 수 없습니다. 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재결이 아니라 원처분(가벼운 조치)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구조로 다시 소장을 구성해야 하며, 원고는 피해학생(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 피고는 조치를 결정한 교육장입니다.
여기에 더해 절차적으로 짚어볼 지점도 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결정통지서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함" 정도의 형식적 문구만 있을 뿐, 시행령 제19조의 다섯 요소를 실제로 어떻게 판단했는지 구체적인 근거가 빠져 있다면, 재량권 일탈·남용과는 별도로 이유제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체적 주장과 절차적 주장을 함께 구성하면 심의위원회의 판단 과정 전체를 더 촘촘하게 다툴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통지서 확인부터 행정소송 전환까지 다섯 단계
조치가 가볍다고 느껴진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결정통지서·회의록부터 확보 — 조치 결정통지서에는 처분의 근거와 요지만 간략히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나 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심의위원회 회의록이나 사실확인서·진술서 사본을 확보하고, 이유제시가 형식적 문구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시행령 제19조의 다섯 요소를 실제로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하나씩 대조해야 재량권 일탈·남용과 절차적 하자를 함께 구체적으로 짚을 수 있습니다.
기간 계산부터 즉시 — 통지서 수령일을 기준으로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80일이라는 두 기한을 바로 계산해 둡니다. 검토가 길어질수록 실제 청구서를 작성·제출할 시간이 줄어드므로, 청구 여부를 고민하는 동안에도 기한만은 먼저 확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청구서에서 일탈·남용을 항목별로 구성 — 심각성·지속성·고의성 평가에서 빠진 사실은 무엇인지, 화해의 정도를 인정한 근거가 실제로 타당한지, 반성 정도 평가가 가해학생의 실제 태도와 부합하는지를 다섯 요소별로 나누어 하나씩 반박하는 방식으로 청구서를 구성합니다.
추가 증거로 보강 — 상담기록, 목격자 진술서, 병원 진단서나 정신과 소견서, 사건 당시의 문자·SNS 대화 캡처 등 심각성과 지속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 심의위원회 심의 당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보완합니다.
기각되면 행정소송으로 전환 — 행정심판이 기각되더라도 재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이내라면 행정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 이때는 원처분(가벼운 조치)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방향으로 소장을 재구성하고, 행정심판 단계에서 미비했던 증거를 보완해 제출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90일이라는 기한부터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가볍다고 느껴질 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이의를 제기해도 될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80일이라는 기한은 사안의 억울함과 무관하게 그대로 적용되고, 기한을 넘기면 재량권 일탈·남용을 아무리 뒷받침할 자료가 있어도 다툴 통로 자체가 막힙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사안에 비해 가볍다고 느껴진다면, 통지서를 받은 날짜부터 먼저 확인하시고, 재량권 일탈·남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챙겨 기한 안에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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